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지영 Aug 06. 2020

더 나은 당신의 삶을 위한 제안

우리는 모두 미니멀리스트였다

잠에서 막 깨어난 아침마다 주위를 둘러보는 오랜 습관이 있다. 현실감각을 찾기 위한 일종의 의식 같은 것이다. 최근에는 이 아침 의식을 치를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아무렇게나 벗어둔 옷가지와 정리되지 않은 살림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탓이다.     


퇴근 후 현관문을 여는 순간에도 아침 의식을 치를 때처럼 스트레스를 받기 일쑤였다. 싱크대에 수북이 쌓인 설거지 산을 보았을 때, 세탁기의 둥근 입이 미처 소화하지 못해 토해낸 옷가지를 마주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저기 존재감을 뽐내는 머리카락을 바라볼 때도 같은 느낌이었다.     


세상에 정리를 못하는 사람은 결코 없다. 

정리를 안 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윤선현의 <하루 15분 정리의 힘>     


모든 것은 핑계에 불과했다. 이 모든 게 바쁘다는 핑계로 청소와 정리를 미뤄두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깨끗하게 정리된 공간에서 안정을 느끼면서도 갖은 이유를 대면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룬 것이다. 하지만 막상 정리하려고 마음먹어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았다. 물건이 지나치게 많아서 어디서부터 손댈지 엄두가 나지 않았고, 시작 전에 겁부터 잔뜩 집어먹은 탓이다.    

 

가장 감당이 안 되는 건 넘치는 생각들이었다. 해야 할 일이 지나치게 많아서일까. 머릿속이 늘 분주했다. 휴대전화 화면을 열어 메모 애플리케이션에 차근차근 기록하지 않으면 잊기 일쑤였다. 일상이 부대낀다는 표현이 더 어울림직하다. 주위에서 원성이 자자했다. 소중한 부모님의 생일을 깜빡했고, 가장 친한 친구의 대소사(大小事)를 챙기지 못했다. 얼키설키 꼬인 생각의 실타래가 일상을 더욱 피곤하게 만들었다.  

 

청소가 필요한 건 책상이 아니라 머릿속이다! 

도마베치 히데토의 <머릿속 정리의 기술>     


하루에도 몇 번씩 불필요한 감정에 시달리느라 마음 여유가 없었다. 말투에 짜증이 묻어나는 일이 늘었다. 공간과 생각, 그리고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여유가 없어졌다. 삶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몰라 헤맸으며, 꼭 외줄타기 하는 곡예사처럼 일상의 균형이 무너졌다.    

  

이렇게 지낼 순 없다. 정리가 필요했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필요하지 않은 것과 진짜 소중한 것을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한 때였다. 분에 맞지 않는 소유를 깨닫고, 넘치는 욕심을 인정해야 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관계를 맺을 뿐만 아니라 관계를 끊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엘빈 토플러    


옷장에서 옷을 덜어내고, 책장에서 책을 덜어내듯 인맥도 가지치기가 필요했다. 항상 불평만 늘어놓는 사람, 저 힘들 때만 연락해 기운 빠지게 하는 사람 등 평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이들은 과감하게 떠나보내기로 했다. 그래야 진짜에 집중하고, 진짜를 챙길 수 있으니까.   


이제부터 물건을 구입할 때는 ‘오래 생각하기’를 실천할 계획이다. 충동구매는 불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가능성을 높인다. 오랜 시간 고민을 거듭한 후 물건을 구입하면 그 가치가 한층 빛날지 모른다. 하나를 구입하면 하나를 버리는 행동을 실천에 옮기고, 집 안 구석구석에 빈 공간을 만들고, 매일 들고 다니는 가방의 무게를 가볍게 하는 미덕도 발휘하고 싶다. 빈 공간이 꼭 채워야만 하는 곳은 아니므로.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쯤 생각해 볼 말씀이다. 아무 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 다른 의미이다.  

법정의 <무소유> 중    


한 해가 가고 있다. 이즈음이면 시간이 참 빨리 흐른다는 생각이 든다. 몇 달 전 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단단한 계획을 세우고, 커다란 다짐을 한 것 같은데 2018년의 12월이라니. 2019년을 반갑게 맞이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정리’이다. 쓸고 닦는 행위는 물론 필요 없는 물건을 선별하여 버리거나 나눌 계획이다. 기준은 ‘누군가 나에게 주었을 때 선뜻 기쁘게 받을 물건인가’라는 물음이다. 그렇지 않다면 과감하게 버리고 가벼워지고 싶다.     

우리는 모두 태어날 때 아무 것도 갖고 있지 않던 미니멀리스트였다. 이 사실을 기억하면 정리가 조금은 쉬워지지 않을까. 갖지 못한 결핍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이미 가진 ‘소유’를 소중하게 대하는 마음가짐은 그 자체로 근사하고, 무엇보다 온전한 내 삶을 만들어 줄 것이다. 비우고 정리하는 습관을 통해 여유 있고 향기 나는 사람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작가의 이전글 여전히 청춘靑春이어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