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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프레도박 Jan 15. 2018

러빙 빈센트 반 고흐 #13

13화 지금 필요 없는 것은 지금 버린다.

  필요 없는 남의 색깔을 버리고 자신의 색채에 집중한 화가가 빈센트 반 고흐였다. 빈센트는 타인이 원하는 색채가 아니라 자신만의 그림에 몰입한 한 화가이다.

  집중이란 한가운데 중심으로 모으는 것이다.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고 한 곳으로 가기 위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버리는 것이다.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와 시간을 버렸으므로 자신의 열정이 한 곳에만 쏟아진다. 따라서 가장 아름다운 결과를 만든다. 즉 가장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든지 집중해야 한다.

  페이스북에 회사를 1조 원에 매각한 인스타그램의 CEO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잠을 많이 안 잤다. 스타트업을 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결정적인 비결을 꼽으라면 ‘집중(focus)’이다. 인스타그램은 여러 가지를 잘하려고 하기보다 정말 중요한 몇 가지만 엄청나게 집중했다. 예를 들어 ‘사진 올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하기’등이다. 덕분에 정말 작은 팀이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이것저것 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자신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할 기능에 집중해야만 성공한다는 것이다. 모든 에너지를 한 곳에 모으면 그때 바로 강력한 힘이 생기는 것이다. 돋보기로 태양열을 모아서 불을 지피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림에 집중하지 않는 화가가 어디 있겠는가? 아마 모든 화가는 그림을 그릴 때 집중할 것이다. 하지만 어는 작가의 그림은 비싼 값에 팔리고 어느 작가의 그림은 창고에 그냥 쌓인다.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기법에 집중해서는 안된다. 무엇에 집중할지를 고민하지 않고 무조건 집중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왜 그 주제에 집중해야 하는지 말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주제에 보다 깊고 넓게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바라기를 그린다면 해바라기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자신의 느낌이 있어야 한다. 한국 서양화가 중에 해바라기를 주제로 자주 그리는 분도 많다. 하지만 그들의 해바라기 그림을 보면 그들만의 해바라기에 대한 느낌과 생각이 있다. 이 느낌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만의 느낌에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면 자신의 스타일로 그린 그림이 된다. 어떤 분이 그린 해바라기는 실물하고 흡사하게 그린다. 해바라기의 그 많은 씨를 하나하나 그린듯한 그림도 있다. 빈센트 반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은 오히려 해바라기의 중요한 특징을 확실하게 뚜렷하게 그리고 다른 것은 버린다. 고흐는 그 자신만의 해바라기 그림을 그린 것이다.

고흐는 그림을 그릴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했을까? 고흐는 그림을 그릴 때에 무엇에 집중을 했을까? 그는 남들처럼 그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나의 그림으로 따뜻함을 느끼고 위로를 얻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여기에 집중했다. 이 생각으로 고흐는‘감자 먹는 사람들’이라는 그림을 그리게 되는 모티브가 된다.

  서양의 화가 중에 작품 수로만 생각하면 피카소가 가장 많은 작품을 갖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아를에 있는 70여 일간 만들어낸 빈센트 반 고흐의 70여 작품은 그가 바로 피카소에 못지않은 집중의 화가라는 것을 증명한다. 하루에 한 개의 유화를 그린 셈이다. 유화는 말라야 덧칠할 수 있으므로 여러 작품을 동시에 그렸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는 여러 작품을 이미 머리에 구상을 해 놓고 동시에 그림 작업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고흐는 그의 짧은 10여 년 간의 화가 생활 중에 유화만 약 800여 점을 그린다. 엄청난 열정과 그림에 대한 사랑으로 그린 것이다. 바로 집중의 화가가 빈센트 반 고흐다.

  그동안의 한국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의 문제점이 있다면 바로 성과를 낼 만한곳에 집중하지 않은 것이다. 해마다 수많은 정부의 예산을 많은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연구과제로 받아 가는데 왜 한국에는 게임 말고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가 없을까? 안철수연구소 역시 매출이 2016년 기준으로 1429억 원이다. 세계적인 보안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국내 보안 소프트웨어 회사이다. 포티넷이라는 한국지사의 총매출은 약 12억 8천만 달러이다. 한화로 하면 1조 4천억 원이다. 포티넷이라는 회사는 하드웨어 기반의 바이러스 차단 제품을 파는 업체로 설립 시기는 2000년이다. 이 회사의 목표는 고성능 보안이다. 방화벽과 바이러스 차단 기능을 합친 고성능의 제품으로 성공한 기업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안철수 연구소가 세계적인 기업이 되지 못한 것은 소프트웨어 기능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로만 기능을 개선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세계를 시장으로 고성능 보안 제품을 만들겠다는 비전이 없었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 안주하는데 집중했던 것이다.

  한국에서 순수 소프트웨어 회사의 최대 매출액은 200억에서 300억 정도이다. 서버, 스위치 등의 IT 하드웨어를 전혀 취급하지 않는 회사의 매출을 말한다. 그 이상으로 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인가 그동안 잘못된 목표에 비전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관공서 매출에 집중하고 있다면 현상유지에 그칠 것이다. 국내 관공서에서 인정받는 소프트웨어 제품이 왜 세계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국내 관공서에 비싸게 한국 소프트웨어 제품을 사주면 해결될 문제일까? 그 원인은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의 CEO의 한계다.

  우선 직원들이 한곳에 집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지 못한다. 회사는 생존해야 하니 이것저것 한다. 회사의 방향이 어디인지 모른다. 집중하는 문화란 성과 중심의 문화를 말한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다. 최근에 삼성에서 직급 호칭을 빼고 ‘님’으로 통일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직책 호칭을 부르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일에 관해서 격의 없이 토론하고 제품을 발전시키는 문화가 없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두 번째로 한곳에 집중해야만 하는 직원을 다른 직원을 관리하거나 리드해야 하는 역할까지 부여한다. 이게 또한 그 직원에게는 스트레스가 되고 퇴사 사유가 된다. 둘 다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집중하는 회사의 문화란 직원이 한곳에 집중해 성과를 내도록 하고 성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고 실패해도 괜찮아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문화를 말한다.

 그동안의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것은 바로 제대로 된 집중이다. 프로젝트 관리도 중요하고 인재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실패하는 원인은 고객의 요구에 집중하지 않는 것이다. 고객의 요구 사항을 분석해 보면 그 많은 요구사항 중에 가장 핵심적인 것이 있다. 다른 기능이나 품질은 떨어져도 반드시 추구해서 달성해야 할 기능이 있다.  볼링에서 스트라이크를 치기 위해서는 세 번째 줄에 있는 5번 핀을 쓰러뜨려야 한다. 이 핀이 쓰러지면 연쇄 작용으로 모든 핀이 쓰러진다. 이 핀을 볼링에서는 킹핀이라고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킹핀이 될 만한 요소를 발견하는 것이다.

  고객과의 심층 인터뷰를 해보면 알 수 있다. 그 요소란 소프트웨어 기능일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소통일 수도 있다. 그 핵심적인 것에 집중하면 되는데 그 외의 것에 집중하다 보면 기능은 구현되어 있지만 판매할 수 없는 제품이 되고 만다. 앙꼬 없는 찐빵과 같은 것이다. 어떤 제품을 정말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는데 히트를 못 치고 있다면 그 제품이 고객에게 쓸모없는 제품이거나 제품의 기능은 좋으나 그 기능을 제대로 쓸만한 고객을 못 만난 것이다. 둘 다 문제 있는 경우로 시장과 고객에 집중하지 못한 제품인 것이다. 스마트폰이 아이폰 이후로 급성장한 것이 그 예다. 아이폰 이전에 나온 스마트 폰 제품은 웹서핑도 되는 등 여러 기능이 되었지만 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카메라가 탁월하게 좋은 것도 아니었고 소리 음질 역시 떨어졌다. 사운드 칩이 음악용이 아닌 음성용 칩을 사용했으니 당연히 음질은 떨어졌다. 그래서 대중들은 스마트 폰을 구입하는 대신에 피처폰과 MP3플레이어를 따로 들고 다녔다.


  빈센트가 한곳에 집중해서 자신의 그림 세계를 구축했듯이 자신의 일에서 제대로 된 목표에 집중해서 차근차근 구축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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