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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프레도박 Jan 13. 2018

러빙 빈센트 반 고흐 #12

12화 빈센트는 몰입의 화신이었다.

  빈센트는 몰입의 화신이었다. 자기의 그림을 그리려면 자신의 생각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이란 자기 스스로 몰입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빈센트는 자신의 인생을 그림에 몰입한 것이다. 빈센트는 그의 아버지가 산책하는 도중에 심장마비로 죽었을 때 별말을 하지 않지만 아래 같은 말을 한다. “인생은 그 누구에게도 길지 않다. 한 가지 문제는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한 가지 문제에 몰입해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빈센트는 생각한 것이다. 한 가지 문제에 집중하려면 문제를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문제를 쪼개어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몰입이란 영어 단어로 번역하면 flow다. Flow란 위키피디아 사전에 따르면,“주위의 모든 잡념, 방해물들을 차단하고 원하는 어느 한 곳에 자신의 모든 정신을 집중하는 일이다”. 강이 흘러서 바다로 갈 때 그 흐름이 flow다. 한강의 흐르는 물을 보면 일관되게 바다로 향하는 모양이다. 한 곳으로 완전히 집중되어 지속적으로 흐르는 것이다. 왜 flow라는 단어가 몰입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강의 흐름처럼 몰입의 형상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강 양화교 위에서 묵묵히 흐르는 한강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의 평화를 느낀다. 한강의 폭은 영국의 템즈 강보다 폭이 넓다. 1km가 넘는다. 이 넓은 한 폭의 물이 흐르는 것은 아름다운 그림이다. 이  거대한 강의 흐름은 목적이 있기보다는 흘러가야만 하는 절대적인 집중의 상태다. 강은 전쟁이 일어나도 장마가 와도 가뭄이 와도 바다로 무조건 흐른다. 이 묵직한 강의 흐름을 나 스스로 만든다면 그것이 바로 몰입이다.

컴퓨터 용어로 플로우 차트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의 처리 과정을 순서대로 각 과정별로 그린 것을 플로우 차트라고 한다. 예를 들어 학급의 국어 성적의 평균을 내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각 학생들의 성적을 입력받는 처리, 성적을 받아서 더하는 처리, 더한 후에 학생수만큼 나누는 처리, 결괏값을 모니터로 보여주는 처리로 나눌 수 있다. 이 각 처리과정을 사각형으로 표시하고 각 처리과정별로 화살표를 연결하면 이것이 순서도가 된다. 입력받는 과정에서 성적이 아닌 다른 값이 들어왔는지 검사하는 처리과정이 추가될 수도 있다. 이런 처리 과정을 그림으로 그리면서 만드는 차트가 플로우 차트다. 플로우 차트는 하나의 목적을 향하여 흐르는 것이다. 국어 성적의 평균을 구한다는 한 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흐른다. 그래서 플로우라는 어휘를 쓰는 것이다. 플로우 차트란 한 가지 출력 결과를 만들기 위해 거치는 각 처리과정을 사각형과 화살표로 표현한 것이다. 플로우 차트란 한 가지 목표를 향하여 몰입하여 진행하는 것이다. 처리과정의 도식화다. 도식화했다는 것은 분명한 목표와 과정 절차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흐름이 끊기다’는 말을 쓴다. 한 가지 방향으로 흐르다가 집중하다가 끊긴다는 뜻이다. 미술 감상을 할 때는 그림을 느낀다는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그 주제에 생각을 집중하는 것이다. 그림 속으로 나의 모든 생각을 집중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술 감상을 통해서 몰입이 일어나고 몰입 속에서 재미와 감동을 느끼는 것이다. 몰입 이론의 대가인 칙센미하이 교수는 몰입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정의하였다. “어떤 행위에 깊게 몰입하여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 더 나아가서는 자신에 대한 생각까지도 잊어버리게 되는 심리적 상태”시간이 가는 줄 모르는 재미와 감동이 있는 상태가 몰입의 상태다. 과제에 집중하고 행동과 의식이 통합되는 과정이 몰입이다.

  미술이란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다. 미술이란 아름답고 매력적이고 좋은 것을 그림으로 조각으로 건물로 만드는 것이다. 미술은 시간을 내서 미술관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축한 아름다운 건물에는 흔히 작가들의 설치 작품이 있다. 상암동의 DMS 근처의 대부분 빌딩 앞에는 설치 미술 작품이 있다. 이 미술 작품을 볼 때 따듯함을 느끼기도 하고 이해할 수 없는 느낌을 주는 작품도 있다. 퇴근하면서 이런 미술 작품을 보면서 자신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그 작품에 집중하는 것이 미술 감상이다.

   몰입하는 사람의 심리 상태는 에너지가 쏠리고, 완전히 참가해서 활동을 즐기는 상태이다. 본질적으로, 몰입은 한 가지에 완전히 흡수되는 것이다. 헝가리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몰입했을 때의 느낌을 '물 흐르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 '하늘을 날아가는 자유로운 느낌'이라고 하였다. 한적한 산속 계속의 물소리를 들으면 매우 평안한 느낌을 갖는다. 지속적으로 청아하게 들리는 물소리와 끝없이 쉬지 않고 흐르는 물을 보고 있노라면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행복하게 느껴진다.  

  몰입과 성취는 같은 뜻이다. 몰입을 한자로 보면 몰자는 ‘물속에 잠기다’, ‘빠지다’의 뜻을 갖는다. 입자는 들어간다의 뜻이다. 목욕탕의 뜨거운 물에 푹 몸을 담그고 무념무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이 몰입의 느낌이다. 마음에 들거나 구미가 당기는 그림을 오랜 시간 한 자리에서 보고 있노라면 몰입의 세계로 빠지게 된다. 몰입하게 될 때에 인간은 가장 큰 성취감을 느낀다. 몰입해서 무엇인가를 집중한 뒤에 마치게 되었을 때 오는 충족감과 성취감이 바로 몰입 효과이다. 사람은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 자존감과 성취감을 느낀다. 자신의 삶에 주인이 되는 것이다.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은 재미가 없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나 스스로 나 자신의 감정에 몰입하는 것이 미술 감상이다.

  아이들이 정신없이 신나게 뛰어놀 때도 바로 몰입의 순간이다. 신나게 노는 것이 몰입이다. 흥겹게 한 주제를 가지고 노는 것 자체가 몰입이다. 그림을 그려서 유명 화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즐기고 행복을 느낀다면 이때가 바로 몰입의 순간이고 기쁨의 순간이다. 그림을 보면서 노는 것이 바로 몰입의 행복으로 가는 쉬운 길이다.

그림을 봤을 때 느끼는 편안한 행복감과 성취감이 미술 감상의 몰입 효과다. 미술 감상이란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다. 미술 감상은 미술 비평이 아니다. 왜냐하면 미술 비평은 그림에 대해 느낀 감정에 대한 논리적이고 이론적인 설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 뇌의 전두엽에서 일어나는 그림에 대한 논리적 설명이 미술 비평이다. 미술 비평보다는 미술 감상에서 몰입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이 그림은 왜 따뜻한 느낌을 주니까 좋다고 얘기하면 이때부터 미술 감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반면에 따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어느 색채와 공간을 표현했는가를 미술사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이 미술 비평이다. 

  중독과 몰입은 같은 것일까? 좋은 의미로는 몰입을 쓰고 중독은 때로는 주로 나쁜 의미로 사용한다. 몰입했는데 다른 사람에게나 자신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온다면 그것은 몰입이 아니라 중독이다. 몰입하되 중독되지 않게 인간적인 관계, 사회적 관계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면 몰입의 행복을 계속 느낄 것이다. 게임을 라면만 먹고 잠을 안 자고 게임하다가 심장사로 죽었다면 이 것은 몰입이 아니라 중독에 가깝다. 만약 죽기 전에 그 게임에서 1등을 하고 푹 쉬어서 죽지 않았다면 그는 몰입한 것이다. 몰입하더라도 건강과 최소한의 기본적인 인간관계는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독이 되고 만다.


  온전히 집중한 미술 감상은 바로 몰입 그 자체이다. 미술 감상이란 화가의 생각과 그림의 배경에 몰입하는 놀이이다. 이 그림의 색상이 좋은 느낌을 준다는 것, 나의 외로움을 달래 준다는 것, 의기소침한 나를 힘차게 만들어준다는 것 등을 느끼는 것이 미술 감상이다.  왜 작가가 이런 색채를 가지고 이런 형태를 만들었을까 하고 의문을 갖는 것이다. 이 것이 몰입이고 미술 감상의 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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