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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프레도박 Jan 02. 2018

러빙 빈센트 반 고흐 #07

07. 인스타그램은 21세기의 초상화다.

초상화를 그리면 창의적으로 바뀐다. 초상화는 나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다. 나에 본질을 찾으려면 나는 다른 이와 다른 점을 생각하게 된다. 여기서 창의적인 뇌 활동이 시작된다. 왜냐하면 첫째로 자신을 더욱 돌아보게 된다. 즉 자신의 삶의 방향이 맞는지 더욱 고민하는 것이 되니 더욱더 창의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자신의 초상화를 매일 그린다면 아마 그릴 때마다 뭘 다르게 그려야 하지 고민하면서 창의적으로 변화해 을 것이다. 둘째로 기존 초상화와 다른 점을 찾게 된다. 자기 얼굴을 매달 그린다고 생각해 보자. 그리면서 자신의 삶의 목적에 대해서 다시 한번 결심을 했을 것이다. 빈센트의 초상화 중에 기억나는 작품은 고갱에게 선물한 머리를 삭발한 모습의 빈센트 그림이다. 머리를 삭발한 모습을 그렸다는 것은 이제 새로운 미술 세계로 가야겠다는 의지일 수도 있다. 복잡한 세상사를 잊어버리기 위해 초상화 그림을 그린 것일 수도 있다.


 초상화 중에서 특히 화가 자신을 그린 그림은 작가의 회화적 기량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작가의 느낌, 감정에 따라 달리 그린다. 자신의 초상화를 많이 그린 화가로 알프데히트 뒤러가 있다. 이 작가는‘자화상의 아버지’로 불릴 만큼 많은 자화상을 그렸다. 알프데히트 뒤러의 <모피코트를 입은 자화상>을 보면 자부심을 나타내기 위해 정면상을 그린다. 초상화는 1500년경까지는 얼굴의 측면만 그려졌고 15세기가 되어서야 손을 그리고 그 이후에야 전신화가 나오기 시작한다. 18세기가 되면서 스케이트를 타는 움직이는 초상화를 그린다. 20세기가 되면서 화가들은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을 중시해 주변 인물과 사적인 생활에서 모델을 구하여 그리기 시작한다. 빈센트는 19세기에 자기의 주관적인 경험을 중시해서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창조적이었다. 빈센트는 자신만의 사진처럼 똑같이 그리지 않는 초상화의 세상을 창의적으로 시도했던 것이다.

 빈센트가 그린 초상화는 약 30점 정도 된다. 초상화란 자기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것이다. 자기를 자세히 보는 것도 창의성에 도움이 된다. 창의성이란 남과 다름이다. 나의 본성을 나의 모습을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는 것은 남과 무엇이 달라야 할지 고민한다는 의미이다. 빈센트는 초상화에서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하여 색상과 임파스토 기법을 사용하여 강조한다. 임파스토 기법은 튜브째 그림을 캔버스에 짜서 질감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기존 17, 18세기의 기존의 얼굴과 똑같이 그리는 초상화 제작 기법과 차별화시킨다. 여기서 빈센트의 창의성이 나온다. 

 도슨트의 흔한 설명 중에 하나는 작가가 모델을 부르고 모델료를 지불할 돈이 없어서 자신을 거울에 비추어 모델로 많이 그렸다고 한다. 19세기 화가 중에 모델료를 충분히 줄 만한 환경에 있던 화가가 매우 드물었을 것이다. 빈센트도 그의 편지에 모델료가 비싸서 모델을 써서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말을 써 놓았다. 하지만 빈센트는 모델료를 줄 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인물과 흔한 일상생활에서의 사람들을 데생하기 시작한다. 그의 그림 대상은 흔한 노동하는 농민이고 서민이었다. 그리고 그가 그린 초상화는 그와 관계를 맺거나 인연이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냥 모델료를 주어야 하는 전문 모델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빈센트 그림의 매력이다. 가세라는 초상화 그림은 그가 죽기 전에 정신치료를 맡았던 의사였고 룰랭 부인은 그가 세 들어 살던 집의 주인의 부인이었고 우체부는 그에게 동생 테오의 편지를 배달해주던 우편배달부였다. 

 그럼 조선시대의 초상화는 어땠을까? 조선시대는(1392~1910년) 한국 미술사에서 가장 많은 초상화가 그려졌고, 500년 동안 예술성 높은 명작들이 쏟아져 나왔다. 조선시대 초상화는 왕의 초상화인 어진부터 고위 관료의 영정에 이르기까지 도화서 화원들의 몫이었다. 어진 제작은 화원들의 출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따라서 화원들은 어진 제작에 발탁되기 위해 혼신으로 묘사력과 기량을 쏟아부었다. 조선시대는 “터럭 하나라도 닮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다”라는 관념으로 치밀한 회화성을 뽐낸다(이태호, 2016). 빈센트의 초상화에 버금가는 조선시대의 작품은 <윤두서 자화상>을 들 수 있다. 서양 화법이 빛을 한쪽에서 비춰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을 가르는데 비하여 <윤두서 자화상>은 빛을 전면에서 비춰 골격과 주름을 따라 음영을 표현한다. 눈이 깊고 코가 오뚝한 유럽인과 달리 평면적인 우리 얼굴을 표현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입체 화법을 윤두서가 찾아냈다고 생각된다(이태호, 1996).

  IT분야에서도 초상화를 서비스해서 일약 거부가 된 사례가 크게 2가지가 있다. 우선 인스타그램이다. 인스타그램이라는 소셜 매체는 자신의 일상적인 모습을 핸드폰 사진으로 올려서 공유하는 사이트다. 주로 연예인들과 청소년들이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주커 버그는 이 회사를 2012년 4월에 약 1조 원을 주고 인수한다. 인스타그램 SNS의 가치는 2014년 기준으로 약 32조 원으로 32배 오른다. 말 그대로 신의 한 수를 둔다. 이 회사는 개인의 초상 사진을 올리는 서비스에만 집중한다. 사진 이미지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드는 연예인이 가장 좋아할 만한 서비스다. 자신의 이쁜 모습이나 멋진 풍경이나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올리는 사이트다. 한국에서는 다이어트 관련 사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2번째 사례는 스냅챗이다. 스냅챗은 이미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이 아니라 현재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에 편집을 해서 보내는 SNS 메신저로 10초 후에 사라진다는 특이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계속 기록이 남아 감시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점을 파고든 서비스다. 스냅챗은 페이스북이 2014년 약 3조 원의 인수금액을 제시했으나 거절하고 최근 IPO를 해서 32조의 가치를 평가받는다. 이 서비스의 핵심은 수신 후 10초 후 사라지는 서비스로 개인정보와 사생활 누출을 싫어하는 10대, 20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경제활동에서 비즈니스 모델이나 서비스 제품은 하나의 미술작품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간혹 사람들은 아무런 철학도 없이 형편없이 따라 하는 것을 본다. 습작이라고 생각하고 발전시키면 이해가 가겠는데 그냥 그대로 한다. 간혹 그중에는 투자를 받기도 한다. 이것은 미술계에서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위작을 만들어 유통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19세기 말 서울이나 개상도 시에서는 정선, 심사정, 김홍도 등 유명한 화가들의 낙관을 위조한 값싼 작품들이 유통되었다. 그리고 외국인들은 이런 안작들을 구입해 가서 자기들 박물관에 전시하고 있었다고 한다.(이태호, 2016).

  모든 서비스나 상품은 작가가 초상화를 그리듯이 자신의 분야나 제품에 대해 가장 잘 그 특징을 드러내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자신의 특별함이 드러나지 않는 초상화는 가치가 없듯이 자신의 색깔이 없는 제품은 크게 성공할 수가 없다. 누가 그린 초상화 기법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소용없는 짓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톡 전부다 SNS다. 그런데 그 특징이 마치 각자의 초상화이듯이 제각기 특징이 있다. 인스타그램과 스냅챗은 이미 SNS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페이스북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시작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스냅챗은 10초 안에 메시지가 사라지는 특징을 갖고 있었고 인스타그램은 사진을 쉽게 올릴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었다. 고객 Needs에 대한 초상화를 다르게 그리는 게 사업의 시작이다. 터럭 하나도 똑 같이 그려 고객의 모든 것을 표현하려고 했던 조선시대 화가의 사명처럼 매우 자세히 고객의 감정과 표정을 상상할 수 있을 때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신문에서 가끔 PoC라는 용어를 사용하곤 한다. Proof Of Concept의 약자로 미리 제품 콘셉트를 증명해보는 것이다. 이 제품이나 서비스가 개발되면 정말 고객에게 유용한 지를 가장 중요한 기능만 구현해 보는 것이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제품이 어는 정도 구현이 가능한지, 실제로 데이터가 저장될 수 있는지, 성능이 어느 정도 가늠하기 위해 작은 프로젝트를 미리 해보는 것을 말한다. 비유하면 본격적으로 초상화를 채색하기 전에 구도를 잡거나 데생해 보는 것과 같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초상화의 본질은 개인의 감정이나 삶을 그 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 기법이 초기에는 똑같이 그리는 기법이었지만 이제는 특징이나 개인의 느낌을 색상과 색칠 기법으로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빈센트는 빈센트답게, 윤두서는 윤두서답게 각각 최상의 기법을 사용하여 초상화를 창의적으로 독창적으로 그렸다. 그래서 그들의 그림은 후세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고 명화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초상화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누구나 갖고 있다. 누구나 나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하는 불완전한 인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사진을 즐겨 찍고 보 초상화는 인류 역사이래 계속 전해진 아이템이다. 이미 등장한 인공지능 초연결 시대에도 분명히 이 욕구는 계속 있을 것이고 변형되어 서비스될 것이다. 어떻게 변형될지는 인간 본성에 더욱 접근하게 될 것이다. 초상화란 자신의 모습이다. 자신의 삶을 자기가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자신을 지독히 사랑하는 모습으로 그린 모습이 빈센트의 초상화다.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았기 때문에 그의 초상화가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림출처: 반 고흐 뮤지엄 네덜란드, 1988, The Zou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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