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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프레도박 Jan 21. 2018

러빙 빈센트 반 고흐 #24

24화 고흐 그림에는 고흐만의 인간적인 이야기가 있다.

  사람은 왜 이야기를 좋아할까? 인간은 홀로 살 수가 없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재미와 교훈을 얻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주인공과 다른 사람과의 소통를 표현해 내는 것이다. 이야기는 자기가 어떻게 다른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 왔는지에 대한 경험이다. 노래를 듣는 것은 노래 가사를 통해 사연을 듣고 사연의 감정을 악기 소리로 표현한 것이다. 노래 가사에는 작사가가 품었던 생각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노래 듣기를 좋아한다. 그럼 그림은 이야이가 없을까? 그림은 한 장면으로 모든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다. 예를 들면 종교화를 예로 들 수 있다. 종교화는 글을 읽지 못하는 대중을 위해 종교의 교훈적인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종교화란 종교적으로 사람이 알아야 할 교훈적인 내용을 주로 그린 것이다. 그림도 이야기를 알게 되면 더욱 좋아할 수 밖에 없다.


  미술을 공부한다는 특정 그림이나 한 작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미술 공부에서 중요한 것은 우선적으로 미술사를 이해해야 하고 미학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미술 공부는 꼭 그리는 것만이 공부는 아니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미술 이야기를 통해서 미술에 관심을 갖는 것은 미술 초보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내 관심분야를 집중해서 연결하면 더욱 흥미로워진다.

  진정한 공부는 관심분야의 역사 공부로부터 시작한다. 조승연은‘공부기술’이라는 책에서 공부하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그물망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물을 치고 모든 지식을 거기에 연결하면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그물에 해당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역사적인 지식이다. 역사적인 배경을 이해하면 그 지식을 좀처럼 잊어버리기가 어렵다. 역사하면 학교에서 배운 국사나 세계사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것은 짧은 기간이라도 내 관심 분야에 대한 자세한 기록을 말한다. 내가 말하는 역사는 무조건 외운 연대기가 아니라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어 흥미를 끄는 이야기를 말한다. 내가 이순신 장군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그의 전기를 읽을 것이다. 그의 전기를 읽는다는 것은 바로 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 즉 역사적 배경을 통해 그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역사적 배경을 통해 이순신 장군을 이해해야 현시대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북선을 만들게 된 이유, 선조 임금과의 갈등에 관한 스토리를 읽어야 이순신 장군을 위대한 인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59일간의 병자호란에서 인조는 굴욕을 당했다. 이는 그냥 단편적인 사실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당시의 주변 강대국 가인 명나라와 청나라의 이야기를 이해하면 이 단편적인 사실은 역사라는 그물에 자동으로 걸린다. 조선은 주전론과 주화론으로 나뉘어 격렬한 경쟁이 발생한다. 2016년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의 무역 보복으로 한국의 경제는 타격을 받고 있다. 병자호란 당시의 주전론과 주화론의 논쟁을 살펴볼 수 있다면 현 사드 배치와 관련해 현명한 판단을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란 큰 뼈대를 말한다. 역사를 모르는 공부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금방 없어진다. 큰 뼈대가 없이 들었던 이야기는 어디에도 붙어있지 못하고 빠져 버려 잊어버린다. 그림 전시전에 있는 그림에 아무런 히스토리가 없다면 그 그림은 그냥 화가 기억에 잠시 남았던 그림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명화라고 해도 나에겐 그저 지나치는 물건이나 경치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스토리를 알게 되면 그 그림은 계속 자신의 기억에 남아야 할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현시대에 전시전에 가기 전에 그 전시를 하는 철학적인 역사적인 배경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왜 그 전시를 이 시기에 하는 것인지 그 의도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빈센트의 그림은 후기 인상주의 그림으로써 미술사적인 가치가 있다. 20세기의 위대한 철학자인 마르틴 하이데거는 그의 예술론을 주장하면서 빈센트의‘구두’ 그림을 인용했다. 빈센트가 그린 그림의 특징은 표면상으로는 거친 붓질과 그 자신만의 색채이다. 그러나 그의 그림은 존재자가 아닌 존재 자체를 그린 것이라는 점에서 미술사적인 가치가 있다. 존재자란 그냥 우리가 지나치면서 보는 사물을 의미한다. 하이데거가 정의한 예술은 아름다운 모습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이 인식하지 못하는 진리의 세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낡은 구두는 그냥 존재자에 지나지 않지만 예술을 통해 고단한 삶이라는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 그림을 보고 일반인들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다른 삶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20세기 추상화가들은 빈센트의 그림을 통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빈센트의 그림이 유명해진 또 다른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만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900여 통에 이르는 편지는 자신의 그림에 대한 그의 생각과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한다. 빈센트는 편지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이렇게 제작 의도 등을 진솔하게 쓴 것이다. 자기 그림 보는 방법을 편지를 통해 상세히 설명한 것이다. 게다가 이 편지에는 그가 그린 약 200여 개의 삽화가 있다. 편지 일부를 읽어보면 빈센트는 동생 테오에게 신세를 지고 있어서 그의 그림이 팔려 지기를 매우 열망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명화의 기준은 우선 미술 비평가로부터 평가를 악평이든 호평이든 받아야 한다. 비평이 없다는 것은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비평을 통해 그 그림은 비로소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비평가에게 화두가 되어야 한다. 오늘날 명화로 불리는 대부분의 그림은 처음 전시회에 걸렸을 때 악평을 들은 사례가 많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에두아르 마네의‘올랭피아’ 그림이다. 올랭피아 그 당시 고급 매춘부가 자주 쓰던 이름이었다. 이 그림은 미술사적으로 여신이 아닌 매춘부를 그렸다는 점에서 미술사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빈센트의 초상화도 마찬가지이다. 인물의 사실 그대로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원색적인 색채와 두껍고 거친 붓질로 인물의 특징을 그렸다. 그래서 초기에 빈센트의 두꺼운 유화는 주변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스미스 스티븐, 2016).

  하지만 빈센트는 죽기 1년 전부터 미술평론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한다. 그의 작품이 이제 화랑가에 좋은 평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1889년 알베르 오리에는 젊은 비평가는 빈센트를 천재 작가로 극찬한다. 이 젊은 무명의 비평가는 아래와 같은 비평으로 유명 비평가가 되는 행운을 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고흐 작품의 경우, 낯설다는 이유 때문에 때로는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려 가기도 하지만, 선입견에 젖어 있지 않고 미술에 대한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면 빈센트의 작품 속에 스며있는 순진할 정도로 깊은 진실성, 화가의 독특한 시각에 부정하거나 의문을 제기 하기가 쉽지 않다. 훌륭한 믿음이라는 향기로운 품격, 그의 모든 그림에서 배어 나오는 독자적인 진실성, 주제의 선택, 가장 과도한 색조, 특징에 대한 한결같은 연구, 사물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의미에 대한 부단한 추구, 작가의 심오함과 어린아이와 같은 성실성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의미심장한 세밀한 부분들, 자연과 진실에 대한 그의 위대한 사랑, 이 모든 것이 끊임없이 조화를 이루면서 그만이 지닌 진실을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반 고흐의 작품 자체에서 인간 아니 한 사람의 화가로서 지니고 있던 그의 개성을 당연한 것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맥 킬런 멜리사, 2008)


빈센트의 작품의 특성은 대체로 지나친 힘, 지나친 신경과민, 과격한 표현 등으로 규정할 수 있다. 사물에 대해 내리는 맹목적인 단정, 종종 발견되는 과감하게 단순화된 형태, 태양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오만함, 스케치와 채색작업에서 볼 수 있는 격정적인 열정, 가장 사소한 부분에서도 드러나는 강렬한 형상과 형태, 그것은 남성적이며, 과감하고, 매우 자주 야수성을 담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형상이 그지없이 섬세하다”
(맥 킬런 멜리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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