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난 틈만 나면 여행을 떠났다.
비행기표와 숙소 그리고 카드.
이것만 있으면 여행은 시작된다.
홀로 여행을 좋아하고 다이빙을 좋아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길게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다이빙 포인트를 찾아 검색하고 예약하여 여행기간 내내 즐거운 바닷속을 날아다녔다.
홀로였던 시절 홀로 여행을 즐겼던 이유는 단순했다. 함께 하고픈 사람들과 나와의 일정을 맞추는 게 너무 힘들었다. 일정을 겨우 잡았다고 하더라도, 누군가의 갑작스러운 변동으로 취소되기도 하여 여행을 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억울함으로 쌓인 적도 있었다. 그런 일들을 몇 번 겪고 나니 굳이 누구와 함께 가야 할 필요성이 점차 낮아지고 혼자서 해야 할 당위성이 높아졌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나의 홀로 여행이었다.
나의 첫 홀로 여행지는 땅끝마을이었다. 그땐 뭐가 힘들었는지 그저 대한민국 육지의 끝이라는 땅끝마을이라는 곳이 그냥 가고 싶어 부모님께 여행 간다는 말과 함께 무작정 고속버스를 타버렸다. 광주에 도착해서 해남으로 넘어가 거기 관광지 몇 군데를 순회하고서 땅끝마을에 다다랐을 땐 어둑어둑 바다의 경계가 보이지 않았다. 하루 종일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들른 횟집에서 혼자 상을 받으며 뭔가를 먹었고, 옆에서 무언가를 다듬으시는 주인아주머니와 얘기하다 그 횟집 2층에 있는 방에 머물기도 했다. 다음날 아주머니가 얘기해주신 전망대로 열심히 올라갔지만 지갑 없이 맨몸이라 전망대 꼭대기까지 가지 못하고 바다만 바라보다 내려왔다. 다시 광주로 가는 버스를 탔을 때부터 내리는 눈은 점점 많아지더니 결국은 내가 탔던 고속버스만 광주를 떠나고 이후 버스는 모두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버스 안 TV에서는 몇 년 만에 폭설이라며 전라도 지방 곳곳에서 피해가 보고된다는 뉴스가 속보로 계속 나왔고, 그때 난 위험지역에서 아슬아슬하게 떠나는 주인공이 된 것 같은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라도에서는 그렇게 내리던 폭설이 경상도로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사그라들었고, ‘여기서부터는 경상도’라는 푯말이 보일 때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날이 맑았다. 그때 새삼 국토의 가로가 이렇게 길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1박 2일의 짧은 홀로 여행이 끝난 후 나의 홀로 여행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혼자 하는 여행의 즐거움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함께 여행이라는 단어가 낯설어질 만큼 즐기며 다녔다.
뮤지컬을 보기 위해서, 친구 만난다거나, 캠핑, 트레킹, 온천, 그리고 단순히 거기에 가고 싶다는 이유로 유럽과 동남아, 일본 등을 다녔다. 다이빙을 즐기게 된 이후부터는 보라카이, 오키나와 등 다이빙을 위한 여행을 하게 되었다.
홀로 여행의 장점이라면 오롯이 나의 취향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픈 것 위주로 진행하며, 나의 컨디션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함께 여행과의 차이이다. 홀로 여행에서 배려할 것은 오롯이 나!!! 그렇기 때문에 좀 더 나에 집중하고 나의 취향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다.
홀로 여행을 즐긴다고 해서 함께 여행을 아예 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골목 답사하면서 만난 지인들과 함께 몽골과 오사카 교토, 광양으로도 여행을 갔었다. 초등학교 동창들과 제주를 다녀오기도 했고, 서울 패밀리들과 함께 국내 여기저기를 다니기도 했었다. 이렇게 함께 여행의 장점은 그때 그곳에서 느끼는 그 감정을 공유할 사람이 있다는 것과 풍경과 셀카 외에 찍을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여행들의 단점도 있다. 홀로 여행에서는 특히 맛있는 음식을 여러 개 맛볼 수 없다는 게 아쉽고, 항상 사진이 셀카 아님 풍경뿐이라는 게 아쉽다. 물론 이젠 내공이 쌓여서 홀로 여행을 갈 때엔 휴대폰 광각렌즈를 챙겨서 얼굴만 크게 나오는 셀피에서 벗어나긴 했다. 각기 여행마다 장단점이 있듯 그때 나의 상황에 따라 맞는 여행을 즐기면 된다.
그래서 여행을 쉽게 할 수 없는 지금, 난 지난 여행을 다시 되그려 보는 여행을 시작하고자 한다. 사진 폴더를 꺼내 그때 그 여행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그런 여행 말이다. 첫 홀로 여행이었던 땅끝 마을부터 얼마 전 다녀온 세부 여행까지 이제부터 시작이다.
나의 여행 이야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