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이예지 양
할머니가 계시는 경기도 부천을 들렀다가 강원도 속초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게 애초 일정이었다. 하지만 실세인 네가 한 살 터울 언니와 놀다 발가락을 다쳐 깁스를 하는 바람에 일정이 틀어졌다. 언니와 더 놀게 돼 좋다며 붕대 감은 발을 흔드는 너를 보면서 엄마와 함께 웃고 또 웃었다.
부산으로 오는 길에 느닷없이 경북 영주를 들렀다. 가까스로 가족이 맞춘 휴가를 공치는 게 아쉬웠다. 부천에서 부산까지 먼 길, 크게 에둘러가지 않는 곳을 고민하다 떠올린 곳인 부석사다. 목발을 짚고도 신난 너를 업고 무량수전 앞 가파른 계단을 올랐다. 네가 더 크거나 내 몸이 더 버티지 못해 곧 없을 일이라 생각하니 무거운 걸음은 고단하면서도 섭섭했다.
무량수전 앞에서 그 어여쁨을 더듬으며 말을 고르고 또 골랐을 최순우 선생 글을 찾아내 읽어줬다. 이렇게 시작하는 글이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
초등학생이 알아듣기에 버거운 단어가 섞였다는 것을 읽고 나서야 눈치챘다. 생글생글 웃으며 듣는 네 표정을 보면서 괜히 멋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