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열 살 이예지 양

by 이승환

추위를 질색하는 엄마는 갑갑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아기 다루기가 무척 곤란했을 테다. 웬만한 추위는 무시하는 아기를 쫓아다니며 싸매느라 진땀을 뺐다. 엄마가 너를 재울 때마다 애써 덮어놓은 두꺼운 이불은 다음 날 아침 어김 없이 네 발길질에 채여 따로 놀고 있었다. 집에서는 걸핏하면 옷을 벗고 다녔고 차에 히터를 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창문을 열었다. 한겨울에도 슬리퍼를 질질 끌고 외출하는 아빠는 네 곁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엄마를 애써 모른 척했다.


그래도 얼마 전 엄마가 사 준 외투는 진짜 마음에 드나 보다. 솜이불처럼 두툼한 게 입고 있으면 러시아에서도 버틸 듯했다. 너는 추우면 당연히 입고 나갔고, 덜 추우면 앞에 지퍼를 열고 입으면 된다고 했고, 춥지 않을 때는 벗고 있으면 된다면서 입고 나갔다.


"예지야, 오늘은 포근한데. 그 외투 입으면 진짜 더울 텐데."

"엄마,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만 추울 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주 마음에 드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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