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도 필요해

여덟 살 이예지 양

by 이승환

뭐든 곧잘 해서 칭찬 듣는 네가 산수는 좀 안 된다 싶으니 스트레스를 받나 보다. 못하는 것도 있어야 인간적으로 매력 있다는 위로도 별로 안 먹히는구나.


"산수 문제 안 풀면 안 돼?"


까짓 거 안 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바로 옆에 엄마가 앉아 있어서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엄마는 더 시키지 않는 사람이지 안 시키는 사람은 아니다. 가만히 있으면 보호자로서 무책임한 태도를 질책받을 게 두려워 설득에 나섰다. 그나마 네 옆에 블록으로 만든 자동차가 눈에 띈 게 행운이었다.


"차 잘 만들었네. 몸통도 잘 만들었고 핸들도 제자리에 있고 의자도 있고 색깔도 예쁘고… 그런데 만약에 이 차에 바퀴가 없다고 치자. 동그란 바퀴를 만들기가 너무 힘들어. 바퀴는 그냥 만들지 말까?"

"그러면 차가 안 가잖아."

"산수도 바퀴 같은 거야. 만들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만들지 않으면 예지가 잘하는 다른 것도 아깝게 만드는 그런 거."


용케 고개를 끄덕인 너는 다시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되짚어 보면 아빠 설득력이 남다르기는 했지만 그게 통한다는 게 더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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