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에서

여덟 살 이예지 양

by 이승환

처음으로 가족끼리 노래방을 갔다. 너는 경계심이 많은 아이답게 마이크를 들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첫 노래를 불렀다. 16점이었나? 가혹한 점수에 움찔하는 모습을 보고 살짝 후회했다. 어린 마음에 괜히 상처만 남긴 게 아닌가 싶더라.


이 단순한 기계는 선곡 배경이나 감성·음정·박자 또는 정확한 발음보다 마이크로 증폭되는 목소리 크기를 점수에 우선 반영했다. 엄마와 아빠는 번갈아 소리를 꽥꽥 지르며 작동 원리를 증명했다. 곱게 들릴 리 없는 노래가 고득점으로 돌아오는 이유가 보이니? 한마디로 '질러 줘야' 한다는 것인데 금세 눈치채더구나.


두 번째 노래부터 확연하게 달라진 성량을 보고 이제 80점 밑으로는 내려가지 않을 것을 확신했다. 각종 동요를 이어 부르며 90점대를 기록하기 시작한 너는 슬슬 관객 반응도 살피는 여유까지 생겼다. 보호자들은 큰 동작으로 손뼉을 치고 몸을 좌우로 흔들며 한 지붕 아이돌 무대를 북돋웠다. 너는 기어이 '아기공룡 둘리'에서 100점을 찍었다. 팡파르 소리를 배경으로 살짝 번진 미소에 담긴 뿌듯함은 꽤 오래 남을 듯했다.


홀가분하게 마이크를 넘긴 너는 슬슬 엄마와 아빠 노래를 평가하기 시작했다. 93점에 으쓱하며 마이크를 넘기는 아빠에게 보낸 비평은 조금 자극이 됐단다.


"아빠, 그 정도면 잘했어."


일인자로서 자부심이 깔린 격려가 썩 와닿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기분 나쁘지도 않았다.

이전 12화산수도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