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념

여덟 살 이예지 양

by 이승환

학교에서 '경제체험 한마당'이라는 것을 한다기에 따라갔다. 운동장에 가족 단위로 돗자리를 펴고 앉아서 이것저것 거래하는 익숙한 방식이었다. 두리번거리는 너에게 3000원을 건네면서 당부했다.


"사고 싶은 거 사. 아무 거나 괜찮으니까 네가 그냥 사고 싶은 것으로."


옆에 자리를 편 남학생 엄마가 필요한 것, 쓸데없는 것 말고 반드시 필요한 것을 거듭 강조하길래 반대로 얘기해 봤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조금씩 멀어지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동화책, 인형, 블록 같은 것들은 우리 집 상품과 별 차이 없었다. 문구나 조잡한 악기, 합체로봇도 보였고 용도를 짐작할 수 없는 것들도 많았다. 개점 초반인 만큼 거래는 활발하지 않았다. 다만 남학생들 몇몇은 다양한 캐릭터가 그려진 카드를 주고받았는데 서로 평가하는 가치와 기준이 분명한 듯해 신기했다.


너는 납작한 플라스틱 조각 세 개를 들고 돌아왔다. 500원에 구입한 그 물건 이름이 '고무딱지'라고. 그것으로 할 수 있는 놀이가 딱히 떠오르지는 않았다. 다만 좀 더 깊은 경제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한 가지 거래를 제안했다.


"다른 친구에게 1000원 받고 다시 팔면 되겠다. 그러면 500원 버네."

"안 돼, 내 아이디어도 아닌데."


네 대답이 의외로 단호했다. 무슨 몹쓸 짓을 시켰나 싶어 엄마를 쳐다봤다. 엄마는 즉답을 회피하는 미소만 띤 채 눈길을 피했다. 다른 것은 그렇다 치고 너에게 자기 아이디어가 돈벌이 전제 조건이 된 과정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저비용·고수익이 미덕인 아빠 세상보다 네 경제관념이 통하는 세상이 낫지 않을까 싶었다.

이전 14화사과 없이 사과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