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 그리고 본능

여덟 살 이예지 양

by 이승환

휴게소에서 산 워터젤리를 먹으며 엄마에게 한입 권하는 모습이 예뻤다. 그게 바로 효도다. 예의도 좋고 범절도 좋지만 주변 사람 한 번 더 생각할 줄만 알아도 괜찮다. 관계는 그렇게 쌓으면 된다. 오히려 그런 마음가짐 없는 도리나 격식이 종종 사람과 사람을 멀어지게 하더라.


네 살가운 배려와 별개로 얼굴 근육을 충분히 활용한 엄마 흡입력은 살벌했다. 애초에 광대뼈가 평소보다 솟은 채 빨대를 입에 물 때부터 악의 없는 약탈은 예고됐다. 한 번에 쑥 엄마 입으로 빨려 들어가는 젤리를 보자 네 작은 손이 반응했다. 있는 힘껏 빨대 가운데를 움켜쥐더구나. 그게 바로 본능이다.


엄마는 예상만큼 내용물이 빨려 들어오지 않자 빨대를 입에 문 채 젤리가 들어오는 길을 눈으로 더듬었다. 곧 힘이 잔뜩 들어간 네 손을 발견한 엄마는 크게 웃느라 물었던 빨대를 놓고 말았다. 그 웃음을 배경 삼아 가까스로 지킨 젤리를 음미하는 네 표정이 평화로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본능이 효도보다 앞서는 게 맞다.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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