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얘기잖아

여덟 살 이예지 양

by 이승환

당연히 학교에서 네 일상은 늘 궁금하다. 네가 마주치는 사람, 겪는 상황, 부딪히는 즐거움과 갈등까지. 그럼에도 굳이 캐묻지 않는 이유는 조금 복잡하다.


먼저 말하고 싶지 않은 아이에게 애써 말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생길 강요가 서로 거북할 것이다. 또 네 얘기 내용에 맞춰 드러날 수밖에 없는 반응을 적절하게 조정할 자신도 없다. 아무 반응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선호를 드러내는 반응도 좋을 게 없다. 그 반응 때문에 너는 다음에 말할 내용을 골라야 할지도 모른다. 이 모든 문제는 아빠 호기심만 조금 참으면 발생하지 않을 일이다. 그래서 네가 먼저 드러내는 네 일상은 늘 반갑다.


"짝이 바뀌면서 자리를 헷갈렸어."


당황하는 너에게 한 친구가 자리도 모르냐며 얄밉게 얘기했다고. 일단 짝이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착각했다고 답한 것은 참 잘했다. 다른 사람이 타박할 때 자기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은 문제 해결 순서에 맞고 도움도 된다. 하지만 그냥 넘어갈 만한 일을 두고 그 친구가 자기는 자리를 다 외운다며 네 자존심을 건드렸다니… 선을 좀 넘은 게 아닌가 싶었다. 그 어려운 상황에 맞선 네 문제 제기는 적확했다.


"나는 지금 네 얘기가 아니라 내 얘기를 하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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