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이예지 양
결혼 전까지 아빠는 엄마가 술을 잘 마시는 줄 알았다. 즐기지도 않지만 즐길 체질도 아니라는 것을 나중에 확인했다. 물론 엄마는 애초에 속인 적도, 그럴 이유도 없었다. 아빠 혼자 부어라 마셔라 했고 주변 사람 모두 그런 줄 알았다. 엄마는 술 없이 그저 오래 앉아 있었을 뿐이다. 어쨌든 그런 엄마가 와인을 꺼내는 아빠에게 먼저 잔을 내밀어서 살짝 당황했다.
"그거 맛 괜찮아?"
일단 준비되지 않은 나눔을 손해처럼 여기는 마음이 들켜서는 안 됐다.
"아니, 별로야."
코르크 마개를 여는 동작이 혹시 유쾌해 보였을까. 좌우로 고개를 젓는 동작이 지나치게 컸을까. 맛이 별로라는 주장이 어색하게 보이지 않기를 바랐지만 엄마는 기어이 거듭 확인했다.
"진짜 별로야?"
"별로라니까."
과장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목소리에 일부러 힘도 뺐다. 엄마는 내민 잔을 거두지 않으면서 눈가와 입가에 웃음을 걸친 채 아빠를 빤히 쳐다봤다. 애써 눈길을 피하는 아빠도 삐쳐 나오는 웃음을 점점 참기 어려웠다. 그냥 한 잔 따르면 될 것을 괜히 더 버텼다. 그 느슨한 긴장 사이를 네가 비집고 들어왔다.
"아빠, 엄마에게 주는 게 아까워?"
엄마는 잔을 쥔 채, 아빠는 병을 든 채 한참 웃었다.
여덟 살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아홉 살 이야기로 이어가겠습니다. 수시 전형으로 대학을 합격한 아이는 2026년 1월 8일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