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이예지 양
혼자 방에서 몇 시간 동안 나오지 않아 이유가 궁금했다. 문을 살짝 열고 들여다봤더니 뭔가 엄청 쌓아놓고 집중하고 있어서 감히 방해하지 못했다. 엄마에게 상황을 물었더니 방학숙제 중이라더라. 방학 내내 숙제 비슷한 것도 일절 언급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벼락치기하는 게 어떤 면에서 기특했다. 그렇더라도 보호자들끼리 걱정은 별개란다.
"저렇게 한 번 성공하고 나면 습관 되는 거 아닐까."
굳이 너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평범한 걱정이었다. 엄마는 너에게만 해당하는 비범한 답을 내놓았다.
"방학 내내 숙제 준비한 애들과 비교하면 완전 차이가 날 걸. 예지 성격에 충격을 좀 받을 것이고 다음에는 벼락치기하라 해도 못할 거야."
한마디로 당해 봐야 안다는 것인데 아빠 생각도 엄마와 같다. 다만 네가 엄마보다 아빠를 닮았다면 그 충격에서 얼른 회복해 다음에도 벼락치기를 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엄마에게는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