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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고온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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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온 Dec 28. 2021

사랑의 열병, 아낙시스

(2)

    

어느 날 혀에 구멍 난 사람이 있었대

파인애플을 너무나 사랑한 사내

녹을 걸 알고도 혀를 댔대

그냥 달기만 한 게 아니었대두,

노란 단물에서 피 맛도 났대 

혓구멍으로 초록 무당벌레가 드나들었고,

절절한 짝사랑에 감동한 벌레는

사랑니에 아낙시스 왕관을 씌워줬어     

사랑의 열병 아낙시스 

사랑의 열병 아낙시스 

사랑의 에너지는 어지르길 좋아해 

사랑의 에너지는 무질서를 좋아해     



어느 날 사내는 사랑니를 뽑았대

파인애플을 너무나 사랑한 사내 

왕관만 씌운다고 왕국이 아니었대

혀뿌리까지 줄줄 녹고 있었대

달달함에 홀린 혀가 녹자,  

남은 몸까지 먹힐 순 없다구

앞니와 어금니가 긴급회의를 벌였대 

사랑니가 뽑힌 사내는 이렇게 말했대 


         


"내가 왕관에 씌었었나 봐"      




사랑의 열병 아낙시스 

사랑의 열병 아낙시스 

사랑의 에너지는 어지르길 좋아해

사랑의 에너지는 무질서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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