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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혀에 구멍 난 사람이 있었대
파인애플을 너무나 사랑한 사내
녹을 걸 알고도 혀를 댔대
그냥 달기만 한 게 아니었대두,
노란 단물에서 피 맛도 났대
혓구멍으로 초록 무당벌레가 드나들었고,
절절한 짝사랑에 감동한 벌레는
사랑니에 아낙시스 왕관을 씌워줬어
사랑의 열병 아낙시스
사랑의 열병 아낙시스
사랑의 에너지는 어지르길 좋아해
사랑의 에너지는 무질서를 좋아해
어느 날 사내는 사랑니를 뽑았대
파인애플을 너무나 사랑한 사내
왕관만 씌운다고 왕국이 아니었대
혀뿌리까지 줄줄 녹고 있었대
달달함에 홀린 혀가 녹자,
남은 몸까지 먹힐 순 없다구
앞니와 어금니가 긴급회의를 벌였대
사랑니가 뽑힌 사내는 이렇게 말했대
"내가 왕관에 씌었었나 봐"
사랑의 열병 아낙시스
사랑의 열병 아낙시스
사랑의 에너지는 어지르길 좋아해
사랑의 에너지는 무질서를 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