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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고파 Jul 30. 2018

고고파! 왜 남미, 그것도 콜롬비아로 가게 되었어?

해외 체류국의 선택 기준

육아휴직 기간 중 우리는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이들이 외국어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이유가 가장 컸다. 외국인이 영어로 물어오면 많은 이가 우물쭈물하면서 대답하기를 주저하며, 심지어는 못본 걸 본 것처럼 줄행랑을 치는 이도 있다. 왜 한국 땅에서 본인이 외국어를 못하는 것에 대해 주눅이 들어야 하나. 시쳇말로 쫄아야 하는 쪽은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이지, 한국인이 아니지 않나? 나는 설령 우리 아이들이 외국어를 못하더라도 쫄지 않고 당당했으면 했다. 2년 가깝게 우리와 다른 외모의 사람들과 지내게 되면 설령 외국어를 못하더라도 외국인 보고 쫄지는 않겠지.
 
일단 가고 싶은 나라는 미국. 세계 최강국. 일생에 한번뿐인 긴 휴가. 친척도 살고 있고 해서, 초반에 자리 잡기는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가서 아이들 교육은 공립학교에 보내면 해결되겠지. 막연히 이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조사할수록 말처럼 쉽지 않았다.
 
첫번째는 비자 문제.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미국에 체류하려면, 비자를 받아야 한다. 대한민국 여권의 경우, 심사없이 3개월 여행 비자를 받는다. 현지에서 비자 연장이 안되서, 3개월 비자 연장을 위해서는 출국 했다가 다시 들어와야 한다. 하지만, 운이 없을 경우, 재입국이 안될 수도 있다. 그래서 아이들을 현지 학교에 보내고 싶어하는 부모는 대부분 어학원을 통해, 학생비자를 취득한다. 부모가 학생비자를 취득할 경우, 아이가 공립학교를 다닐 수 있다. 한데 학생비자를 위한 어학원 가격이 부담스럽다. 대략 한달에 3천불.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직후라서, 비자 심사가 엄격해졌다. 미국은 또 올 수도 있는 나라인데, 불법체류자가 되서는 곤란했다.
두번째는 비용. 육아휴직 후 한달 급여가 90만원이 채 안되었다. 매달 어학원 비용과 렌트비, 생활비, 교육비 등을 감안하면, 우리 예산으로는 미국은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미국에서 캐나다, 영국으로 범위를 넓혔지만, 역시 같은 문제. 이후 필리핀 및 남아공까지 범위를 넓혔지만, 같은 문제에 봉착했다. 게다가 이 나라들은 치안도 좋지 않았다.
 
해외에 가도 열흘 가까이 놀러 가본게 전부였던 우리에게 장기간 거주시 필요한 비자 문제는 생소했다. 어느 나라로 갈지 갈팡지팡 하던 차, 가족 모임이 있었다. 사촌 형이 육아휴직 계획 안부를 묻자 나라를 못 정했다고 하니, 사촌 형은 지인 부부이야기와 콜롬비아를 추천하며 이야기를 이었다.
“지인 부부는 남은 반평생을 지낼 다른 나라를 찾아서, 장기간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어. 그들이 지내고 싶은 나라는 사계절이 온화하고, 자연이 깨끗하며, 물가싸고, 안전한 곳을 원했거든. 그 기준에 부합하는 나라 중 하나가 콜롬비아라고, 이 얘기를 듣기 전 콜롬비아는 내 머릿속에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가득했지. 마약, 갱, 매춘 등. 아마 너희들도 비슷한 생각을 할거야. 하지만 그건 옛날 이야기. 지금은 많은 미국인들이 이민으로 선호하는 국가로 변했어. 특히 콜롬비아 메데진의 경우, CNN머니에서 이민갈 도시로 추천할 정도이니까 영어권만 고집하지 말고 콜롬비아에 대해 알아봐.”
 
“CNN은 인터넷, 이동통신, 슈퍼마켓, 도로 등 편리한 인프라를 콜롬비아 추천 첫번째 이유로 꼽았다. 둘째, world health organization에 따르면 건강보험이 미국과 캐나다보다 잘 되어 있다. 셋째, 관광산업에 힘입어 외국인이 버스로 여행할 정도로 안전해졌다. 1980년대만 해도 악명높았던 메데진의 경우, ‘메데진 미라클’이라고 불릴 정도로 치안이 좋아졌다. 넷째,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래되고 안정적인 민주주의 국가. 대통령 선거도 4년마다 잘 이루어진다. 다섯째. 싸다. 1,000불~2,000불이면 렌트포함해서 편안하게 살 수 있다.(인당) 참고로 콜롬비아의 2018년 1인당 GDP가 6,581불이고, 한국이 32,774불이다. 한국의 20% 수준. 여섯째, 할 게 많다. 문화, 레저 활동이 많다. 영화상영도 영어로 하는 곳이 많고, 주말이면 많은 곳에서 무료 오케스트라 공연을 볼 수 있다. 일요일에는 무료 입장인 경우도 많고, 주요 박물관이 5불 이내면 입장할 수 있다.”( ‘Interntional Living” 발췌)
 
다만, 6개월간 콜롬비아에서 살아본 우리로서는 다섯째, 여섯째 근거만 공감한다. 나머지는 한국인 눈높이에서 보면 만족스럽지 못하다. 여하튼, 친척의 추천 이후, 우리 부부는 콜롬비아에 대한 정보를 하나둘 모았다. 특히 한국과 fta를 칠레, 페루에 이어 남미에서 세번째로 맺었고(2016년 7월 15일). 남미에서 한인이 가장 적어(2013년 코트라 자료 400여명) 사업기회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내에게 ‘콜롬비아에 가서 한방 터뜨리면 안돌아오는거 아냐’라는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또한 ‘International living’이라는 이민 관련 잡지를 통해, 콜롬비아의 정보를 접하니, 귀가 솔깃하더라. 항상 봄같은 날씨, 싸고 풍성한 열대과일, 주말마다 곳곳에서 열리는 축제. 그리고 마지막으로 메데진은 아내가 좋아하는 콜롬비아 커피의 주요 산지 중 하나였다.
 
이렇게 해서 우리 리스트에 영어권 국가는 어느 덧 사라지고, 콜롬비아 메데진이 그 자리를 채웠다. 어차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언어는 중국어, 스페인어, 영어 순이라고 자위하며. 살아보고 마음에 든다면, 아내가 커피 관련 공부를 해서 학생비자를 얻고, 아이들 공립학교를 보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아내는 내 계획에 찬성했고, 이렇게 우리는 콜롬비아로 향하는 비행기표를 발권했다.
 
이제 갈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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