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함을 유연하게 푸는 법

모닝페이지 EP.12

by 고아라 작가
지금 밖에 없어요. 즐겨요.

어제 한 분과 저녁을 먹고 함께 운동을 했다. 함께 10km를 걸어보자며 호수를 낀 산책로를 계속 돌고 있을 때였다. 간단한 산책인줄 알았던 나는 적잔히 당황했지만, 그럼에도 해보자며 걷고 있었다.


운동하는 사람들 무리에서 호수를 돌면서 걷는것도 좋았지만 반면에 덥기도 하고, 슬슬 지쳐갔다.


그러던 중 앞서가는 그가 나를 돌아보며 한 한마디였다.


스쳐지나가는 말일수도 있겠지만, 그게 크게 들렸다.


그도 분명 땀을 흘리고 힘들어보였는데, 웃으며 이야기 하고 있었다.


'저 사람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삶에서 어떤 계기가 있길래 저런 말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는걸까?' 궁금했다.


물론 묻진 않았다.


그런데 그뿐 아니라, 그의 행동에서 이 사고 방식과 맞닿아 있는 몇가지를 발견했다. 마치 나보고 망설이지 말고 하고 싶은거 있음 지금 당장 하라는 걸 일깨워주듯이.


한 예로 저녁을 먹기 위해 쇼핑몰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가는 길에 샤브샤브 집이 새로 오픈한게 눈에 띄어서 서로 이야기 하던중, '어? 저거 궁금했는데, 맛있겠다!'라고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그래요? 뭐 그럼 저기 갈까요?"


"아 근데, 이렇게 갑자기 방향을 튼다고? 괜찮을까요?"


"에이 뭐 어때요, 먹고 싶은거 먹는거지! 갑시다!"


그렇게 직진을 하던 차를 급 유턴을 해서 방향을 돌려 결국 샤브샤브를 먹었다.


원래 나는 즉흥적이라 그런걸 좋아하기도 했지만, 원래 목적지가 있는데 바꾸는게 불안한 마음도 들어서 안절부절하는 마음도 있다. 바꿔서 실패하면 어쩌지, 괜찮을까 하는 걱정들을 품는 편이다.


그럼에도 그는 쿨하게 내 선택에 힘을 실어주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정말 맛있게 저녁 식사를 했다.


또 하나의 일화가 있었다. 1시간째 걷다보니 소화도 어느정도 되고 가벼워졌지만, 목이 말랐다.


"아 목마르네요."


"그래요? 그러면 물마시러 가죠!"


"아 근데, 여기 트랙에서 벗어나서 저 밖으로 편의점을 나가야 하잖아요. 다시 돌아오기 좀 그렇지 않나...요? 그냥 1시간 참고 있다가 물 맛있게 먹죠!"


"에이, 참지 말아요. 그리고 어차피 여기만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면 되고, 나가면서 걷는것도 운동이니까 괜찮아요!"


"아 그런가요..?"


선택을 틀었을때 또 한 번의 불안함과 주저함을 느낀 나였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그는 go를 외쳤다.


편의점이 없을거 같아서 약간 이른 포기를 할때쯤 그가 편의점을 발견했다. 편의점에 들어서면서 내 마음속에는 시원한 헛개차나 보리차같은 차 종류를 마시고 싶어했다. 그런데 밤이라서 차를 마시면 오히려 화장실만 더 가고 싶고 땀 배출만 더 작용시키는거 아닌가 걱정됐다.


"아 보리차 종류를 먹고 싶은데, 물이 아니라 차니까...음..."


"에이 괜찮아요. 마시고 싶은거 마시면 되죠. 먹고 싶은거 골라요!"


그가 또 나타났다. 그렇게 주저없이 누룽지차를 골랐다. 1+1이라 그도 자동으로 누룽지차를 마셔야 했다. 결국 내가 마시고 싶었던 걸 마시니 시원하고 맛도 있고 좋았다.


순간적인 상황에서 마음속에 올라오는 것을 하고 싶다가도 변주를 주어야 할때, 내 안의 불안한 목소리가 선택을 가로막는다는 걸 알게됐다.


'어차피 방향을 정했으면 그걸로 가는거지'

'힘드니까 그냥 마저 할거하고 나중에 해도돼지'

'지금은 그거 할때아니야 그거 선택하지마'


라는 끊임없이 나를 컨트롤 하려는 속삭임이 어쩌면 스스로를 너무 딱딱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지 않았을까 의심하게 된다.


'이건 이래야지'

'저건 저래서 안돼'라는 잣대를 들이댔던 나를 반성해본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한 번 이겨보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지금 보다 내 일상에 더 많은 변주를 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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