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장. 운명의 주인이 된다는 것

부적을 버리다.

by 고백맘


사람들은 흔히 사주팔자를 바꿀 수 없는 감옥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런 팔자라서 안 돼’라며 스스로를 가둔다.


나 또한 그랬다.

이 나이가 되도록, 맞는지 틀리는지도 모를 점괘에 불안한 마음을 의지하며 돈과 시간을 썼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누군가의 상담을 필요로 했고,

그저 어디 가서 빌고 싶은 ‘나약한 나’가 그 안에 있었다.

돌아보면 석가탄신일, 백중, 동지, 때가 되면 엄마가 다니던 절에 기도비라도 올렸다.


사춘기 때 흔들리는 큰아이를 보며, 자기 갈 길 가게 해달라고 모든 신께 무릎이 닳도록 빌고 다녔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무너지는 이별의 고통을 겪고,

더 이상 기댈 곳 없이 삶의 결정권을 오로지 내가 쥐어야만 하는 벼랑 끝에 섰을 때,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그렇게 빌고 싶어 했던 ‘나약한 나’.

중심도 없이 아무 믿음에나 기댄 '의존적 존재'로 살아왔음을.


제아무리 위대한 신도 내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었다.

안 되는 상황'만 가득한 이 삶을 벗어나는 길은,

누군가의 말이나 행운을 비는 기도가 아니었다.




작년 어느 날. 나는 이모에게 받은 스님의 부적을 손에 들여다보았다.

그것을 손에 든 순간, 지난 세월에 대한 깊은 '회한'과 '어리석음'이 밀려왔다.

이런 '종이 한 장'에 운명을 의지하며 살아온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안 되는 상황' 속에서 '되는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이었다.


어떤 상황이 와도 포기하지 않고 '원인을 찾고',

'여러 방법을 시도'하며 답을 찾아가는 모습을,

내 아이뿐만 아니라 공부방 아이들에게도 보여주며 살아온 사람이었다.


아이의 여드름과 변비를 고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해 맞는 관리법을 찾아냈고,

평발로 고생하는 아이에게는 운동과 깔창, 교정자세를 알려주며 함께 싸웠다.

아이들이 아프고, 좌절하고, 실패할 때마다 나는 주저앉아 비는 대신, '방법'을 찾았다.



내 삶의 '부적'은 신이 내려준 종이가 아니었다.

그 절박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시도하고' '버텨낸' 나의 '노력' 그 자체였다.

그런 내가, 이 얄팍한 종이 한 장에 미래를 의탁하려 했다니...

나는 그 부적을 버렸다.


그것은 오직 나 자신을 믿고,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길밖에는 없다는,

내 삶 전체가 외치는 절박한 깨달음이었다.



운명은 정해진 길이 아니라, 태어날 때 손에 쥐어진 '인생의 지도'라 한다.

이 지도에는 내가 가진 강점(높은 산), 약점(깊은 강),

그리고 인생의 계절(봄, 여름, 가을, 겨울)이 그려져 있다.


지도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은,

험한 산을 만났을 때 정면으로 부딪치는 대신 안전한 둘레길을 택할 지혜를 얻고,

추운 겨울이 다가옴을 알기에 땔감을 미리 준비한다.



나는 이제, 내 손에 든 지도를 읽고 인생이라는 여행을 가장 나답게,

그리고 지혜롭게 헤쳐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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