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기억할 아이들을 위해
책 ‘3P 바인더의 힘’에 이랜드 그룹의 ‘6단계 승진 고시’에 대해 나온다. 이랜드 스피릿 경영 철학 암기, 필독서 시험, 수준 높은 5~7권 책 구두시험, 업무 분야 스크랩 검사, 업무 성과 리포트 제출, 업무와 자기 관리의 도구인 ‘바인더’ 검사로 6단계로 진행된다. 바인더는 몇 장만 넘겨 보아도 그 사람의 성실성과 관리 능력, 리더십, 시간 관리, 근면성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그 외에도 옷 잘 입는 법, 웃음 훈련, 인사 1,000번 하기,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어학 공부, 주 1권 필독서 읽고 리포트 제출, 성경 공부, 각종 M.T, 수련회 등 다양한 교육과 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10년 전에 출간된 책이었고, 최근에서야 이 책을 접하며 20대 중반 삼성에 다녔던 기억을 떠올렸다. 삼성 신경영, 어학 자격증, 공부, 운동 등 회사 일과 병행하며 자신의 능력치를 올리기 위해 자기 계발에 열심이었던 동료들. 그 속에서 강도 높은 업무와 약한 체력으로 방황하다 그만두고 여기까지 흘러온 삶. 40 중반의 나이에 건강을 잃고, 뭐라도 붙잡고 일어서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읽은 자기 계발서에서 ‘놓쳤던 삶의 흔적’들을 발견했다.
힘들어서 피했는데 결국 강산을 몇 번 돌아오게 된 지점이 여기란 걸 알게 됐을 땐 이루 말할 수 없는 낯 뜨거운 수치심이 밀려왔다. 자기 계발. 자신을 갈고닦는 과정. 어디서도 배운 적이 없기에, 알더라도 익숙하지 않기에 몸서리치며 거부했었다. ‘굳이’, ‘그렇게까지나’, ‘뭘 그리 열심히’ 이런 말을 내뱉고 살았던 젊은 나를 따끔히 질책했다. 그리고, ‘왜’ 이런 시련이 닥쳤는지 탓하는 것을 멈추고, 다른 방향으로 삶을 전환했다.
결혼 전에는 내 일을 대신해 주고 걱정하는 부모님이 계셨고, 결혼 후에는 신랑의 월급만으로 적당히 살며 아이 뒤만 쫓았다.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하고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 갑자기 팔자가 어떻게 바뀔지, 건강 안 챙기면 나이 들어 큰 병이 온다는 걸 누가 잔소리 좀 해주지. 생각대로 살아지지 않는다는 것까지. 이렇게 넘어지지 않으면 누군가의 말을 듣기나 했으련가. 자만과 자책 속에 살아온 삶을 결국 실패를 통해 뒤돌아봤고, 실패는 성장의 문이었다.
엄마의 죽음 후, ‘받기만 받던 아이’에서 ‘나눌 줄 아는 어른’이 되었고, 건강을 위해 시작한 등산에서 삶의 의지를 회복했다. 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경력단절녀’가 어린 학생들을 데리고 자기 계발의 중요성을 부르짖는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되었다. 살아가는 것 모두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는 과정이라는 걸 먼 길을 돌고 돌아 알게 되었다.
삶의 역경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 헤맸던 숱한 세월들.
어떻게 살아야 될지에 대한 답이 ‘놓친 삶’에 있었다는 걸 알았을 때 마음속 ‘쾌재’를 외쳤다.
절박하니 저렇게 살겠지라고 하는 사람들의 말에 아프지 않고, ‘초등 군대’니 어린아이들 데리고 뭘 하겠다고 비아냥거리는 말들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 무엇이 되지 않아도 된다. 매일매일 노력하며 살아가는 뒷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왜 이리 열심히 사느냐고 사람들이 종종 묻는다.
나에게 ‘꿈’이니, ‘성공’이니 이런 말들은 가당치도 않은 말이다. 그저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는 거 지켜보고, 건강 챙기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뿐. 흘러가는 대로 편하게 살고 싶었던 삶이 생각대로 살아지지 않았고, 탓하며 보낸 세월을 만회라도 하듯 뒤늦게 노력한다.
어릴 때 거둔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로 스스로 한계를 그은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성장하기 위해 갈고닦는다. 자신을 알고, 자기 내면의 총명함을 발견하고 끌어내는 과정을 지켜보며 가야 할 방향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살기 위해 읽고, 운동하며, 열심히 사는 뒷모습을 보여준다.
오늘을 기억할 아이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