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엄마의 성장

책, 기도, 운동

by 고백맘

성장

엄마를 잃고, 건강을 잃고, 휘몰아친 가정 경제의 쓰나미까지 모든 건 한꺼번에 몰려왔다. 이제껏 살아온 방식대로 살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삶은 그게 아니었다. 수학 공식처럼 외워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고, 언제 어떻게 어떤 모습을 하고 닥칠지 몰랐다. 불쑥 예고도 없이 찾아온 문제를 풀기 위해 준비된 자세와 다른 정신으로 살아야 했다. 신랑이 가져다주는 월급으로 카드값, 공과금 내며 아등바등 산 시절이 좋았다. 엄마의 정성 어린 반찬 놔두고 맛집 검색하며 보낸 시절이 후회스러웠다. 내 몸 생각하지 않고 아이 뒤나 쫓던 무지한 엄마였던 난, 변해야 했다.


‘자기계발’, ‘성장’과 거리가 먼 내가, 닥친 위기를 이겨 내기 위해 발버둥치며 집어든 것이 책이었다. 고통을 극복하고 당당히 살아가는 그들의 삶에서 희망을 봤고, ‘다르게 살아보자’고 불현 듯 결심했다. 어떤 연유로 끊임없이 시련이 찾아 오는지 원망과 인고의 시간을 버티며 자책했지만 책을 읽으며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준비없이 노력하지 않는 삶’은 이리저리 삶에 휘둘려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금이라도 중심잡고 살아보자.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바꾸고,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대처할 성장한 엄마, 지혜로운 내가 필요했다. ‘자신이 변하는게 가장 쉽다’는 진리에 이제껏 살아온 삶과 180도 다른 삶으로 전환했다. 그래, 한번 살아보자. 그렇게, 벼랑 끝에서 동아줄 부여 잡으며 힘차게 나를 들어 올렸다.


마음의 빈 구멍을 메워줄 책을 사고, 필요한 지식을 얻기 위해 인강을 결제했다. 세상과 단절된 고요한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 한 줄에 울고 웃었다. 그러는 사이 조금 성장했고 나아 갈 방향이 보였다. 울컥울컥 올라오는 뜨거운 마음을 끄적이고 복잡한 머릿 속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글을 썼다. 자신과 마주 앉아 꾹꾹 눌러 쓴 글 한 문장에 터져 나오는 울음을 주체하지 못했고 그렇게 나를 달랬다. 토닥토닥. ‘힘들었지?’ 글쓰기는 나와의 소통 창구였고, 울분을 토해낼 감정받이였다. 더 돌아가지 않고, 불안한 현실에 떠밀려 방황하지 않기 위해 방향을 알려주는 삶의 내비게이션이었다.


8년 전, 세상 속 숨은 공간 블로그에 ‘책’, ‘기도’, ‘운동’, ‘5년 후, 성장한 엄마되기’라고 끄적인 문구처럼 현재 ‘성장한 엄마’, ‘자기계발하는 선생님’으로 불리며 날마다 새아침을 맞는다. 10년 사이 두 번 수술한 갑상선암환자지만 나만 바라 보는 가족을 위해 웅크리고 있을수 없었다. 치매 판정받은 아빠에게 당당한 딸의 모습을, 힘든 상황 속 불안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를 견디며 악착같이 살아내야 했다.

‘외식비 제로’로 산지 십여 년.

온라인 마트로 주문하고 신선한 재료로 매일 집밥을 해 먹는다. 빠른 손놀림으로 저녁 도시락까지 싸기엔 1시간이면 충분하다. 어릴 적부터 ‘사교육비 제로’로 책과 산,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자란 올해 6학년이 된 둘째 아이. 집밥, 자기 주도 학습, 체력과 마음이 단단한 아이로 자랐다. 교육 정책이 어떻게 바뀌어도 끄떡없다. 한 번 고장 난 몸이라 복구가 쉽지 않지만, 아프기 전보다 훨씬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땀 흘리는 즐거움과 자연에서 호흡하며 마음의 쉼을 찾는 여유를 알게 되었다.


일본 작가 사이토 다카시 ‘내가 공부하는 이유’에서 ‘사람에게는 분명 호흡이 깊어지는 공부, 내 마음과 머리를 자극하고 성장하게 하는 공부에 대한 갈증이 있다. 그 갈증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은 분명 달라진다. 짧은 호흡에 허덕이며 숨 고를 새도 없이 인생을 살지, 깊은 호흡으로 멀리 보며 단단한 인생을 살지는 이제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 이렇게 말했다.


난 내 안에 내공을 쌓고 스스로 헤쳐나갈 힘을 키우기 위해 미래의 나를 위한 투자를 계속 이어갈 것이다.

난 이렇게 성장한 엄마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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