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한강의 '괜찮아' 시를 읽고.

고백맘의 '괜찮아'

by 고백맘

한강 괜찮아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 질 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고백맘 괜찮아


세상의 낯섦을 울음으로 토해내던 널

안고, 업고, 어르며 긴긴밤 지새우다,


몇 해 전 떠난 엄마 생각에 나도 울고.

몇 해 뒤 아플 엄마 걱정에 너도 울고.


엄마 뒤 숨던 어린 날 두고 어디 갔냐고.

엄마 품 안긴 어린 널 두고 어디 냐고.

물어볼 곳도, 답할 곳도 없고.

물어볼 수도, 말할 수도 없고.


엄마 이제 없다고

엄마 언제 오냐고

캄캄한 하늘 보며 서러워 너와 나 목놓아 울었다.


뒤늦은 후회의 눈물을,

때 이른 걱정의 울음을,

괜찮다고, 괜찮다고 달래 보았다.


잘 계실 거라서

곧 오실 거라서

괜찮다고, 괜찮다고 두려운 울음을 지웠다.


지켜볼 엄마 생각에

견뎌낼 엄마 모습에


너의 웃음에

나의 미소에

너도 웃고, 나도 웃고.


그렇게 한 걸음씩 홀로 서며,

그렇게 한 발자국 내디디며

세상 속으로 뛰어들었다.




한강의 ‘괜찮아’ 시를 보며, 둘째를 키우며 나를 달랬던 마음이 생각났다.


나이 마흔에 ‘선물’과도 같은 둘째를 낳았다. 당시 집안에 반짝 호경기가 찾아왔고, 큰 아이 10살쯤, 아이를 다시 키우고 싶은 여유도 생겼다.

늦둥이를 키우는 형님네를 보며 부러움에 엄두를 냈다.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는 건 몸이 약한 나에겐 무리였다.

몸에 있는 영양분 탈탈 털리고, 회복이 되지 않은 몸으로 돌봐야 했다.

예전과 달리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신랑은 늦고, 뛰어갈 친정은 없었다.

우는 아이 달래며, 큰아이 밥 차려 주는 것조차 쉽지 않았고, 명절이면 양가를 오가며 제사를 지냈다. 달달한 믹스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때우며, 아장아장 걷는 작은 아이 뒤를 쫓으며 무기력한 날을 보냈다.



꽃구경 한번 못하고 봄을.

땀범벅인 채 아이를 안으며 여름을.

창문 너머 흩날리는 낙엽을 보며 가을을.

방 안에서 아이와 씨름하며 겨울을.

그렇게 계절이 몇 번이나 지나갔다.


그러다가 아팠다.

몸의 이상을 느끼고 찾아간 병원에서 암진단을 받았다.

3살 아이 두고, 수술받던 캄캄한 마음이 생각났다.

하루아침에 엄마가 없는 아이는 엄마 좀 찾아 달라고 열병으로 아픔을 토해댔다.

난 나의 엄마처럼 일찍 죽지 않고 너와 오래 같이 할 거라 다짐하며 그 시기를 견뎠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나..

그 아이는 자라 사춘기 소녀가 되었다.


“가방 문 잠 궈~”


서로가 애탔던 우리는 이제 없다.


정신줄 놓은 아이와 맞서며 용감히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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