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프롤로그 1

우리 집 앞에서 누군가가 죽었다

by 고백맘


늦게까지 공부하던 딸을 재운 지 5분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쾅.


지진이 난 듯 요란한 굉음이 집을 흔들었다. 놀라 눈을 뜬 순간,

베란다 밖에서 울부짖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119를 불러 달라!"


통곡과 고함이 뒤섞였다.

순식간에 구급차와 경찰차가 도착하고, 우리 집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TV나 신문에서만 보던 일이 내 눈앞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

너무 놀라 울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경찰이 사고 처리와 위로를 전하러 초인종을 눌렀다.


"혹시, 학생인가요?"


아니라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무슨 정신이었는지 경찰에게 박카스를 건네며 조용히 고인을 떠나보냈다.



왜 하필 나일까.

최근 오랜 기간 함께한 공부방 아이들이 나간 후,

번아웃으로 불면의 밤을 보내던 중이었다.

겨우 마음을 추스르려던 참에 닥친 이 사고는 나의 모든 것을 무너뜨릴 것만 같았다.


여기는 공부방이다.

내일 아침, 아이들이 이곳으로 온다.

특히, 사춘기 무기력증을 앓던 한 아이가 오랜만에 돌아오기로 약속한 날이었다.

그 아이를 꼭 만나야 했다.

내일 문을 열지 않으면, 그 아이와 영영 멀어질 것만 같았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문을 여는 수밖에 없었다.



평화롭게 잠든 딸아이의 얼굴을 보며,

울음소리조차 삼켰던 깊은 밤이 지나갔다.

이 끔찍한 소리를 딸아이가 듣지 못해, 정말 다행이었다.


문득, 내 주위의 우울증 환자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갔다.

사춘기 아이들, 지친 엄마들, 주위 어른들까지.

한 명씩 살려내며 그들의 삶에 깊이 관여하며 살아온 내 삶이었다.


두 번의 암 수술, 수차례의 위기,

치매 환자를 간병하며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 내게 이런 안타까운 죽음이 왜 찾아온 것일까.

의문과 두려움은 끝내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어젯밤의 일이 거짓말처럼 눈 부신 해가 밝게 비추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건너편 동에 사는 학부모였다.


"선생님, 괜찮아요?"


남편이 어젯밤 사고를 지켜봤다며 안부부터 물었다.


너무 놀라 두려움에 울 수조차 없었는데,

괜찮냐는 말에 그제야 울음이 터져 나왔다.

감정을 추스르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잠시 후, 아이들이 한 명씩 공부방에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기다리던 그 아이도 씩씩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당신이라면, 내 아이를 이런 공부방에 보낼 수 있겠는가?

그것도 사고가 있은 다음 날에.


그 사고는 나를 새로운 세상으로 열게 하는 문이었다.


쓰러진 사람을 향해,

흔들리는 아이들을 향해.

그리고 무엇보다 내 안의 두려움을 향해


어떤 목소리가 끊임없이 속삭였다.


“너는 끝내 사람을 살리라고 부름을 받은 것이다.”


어서, 나가서 너의 이야기를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