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고백하고 싶은 이야기
학부모의 전화를 끊고 한참을 울었다.
그러나 놀란 가슴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그때, 마침,
초등학교 1학년부터 함께한 고2 아이가 공부방에 도착했다.
아무 말 없이 카드를 건넸다.
“우황청심환 좀 사 와줄래?”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
그 아이를 보며 문득 깨달았다.
공부방 오픈 멤버들이 벌써 고2, 고3이 되었구나.
10년을 함께한 아이들,
이제는 내 자식처럼,
내 삶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내가 기다리던 그 아이.
사춘기 무기력증을 앓고 있는 아이가
조용히 와서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얼굴을 숙인 채, 마지못해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잘 왔다. 기다렸어. 보고 싶었어.”
그제야 아이가 나를 바라보더니,
안색이 좋지 않은 나를 보고 말했다.
“선생님, 병원도 안 가고 뭐 하세요. 빨리 좀 가요.”
“이시키, 너나 말 잘 들어라.”
그러자 아이도 씨익 웃었다.
그 웃음 하나에,
오늘의 숨이 다시 붙는 것 같았다.
울음을 멈추고, 문을 연 이유를 깨달았다.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도,
누군가의 삶을 책임지고 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남편이 실직하니 생계를 위해 공부방을 열었다.
그때 남편이 등 떠밀지 않았다면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제자리에 주저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자신을 지워가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이 작은 공간은 그냥 공부방이 아니었다.
이곳은 내 삶의 전부였고, 내 아이도 조용히 지켜보는 공간이었다.
무너진 남편을 대신해 가정을 지켰고, 치매 아빠를 간병하며 매일의 삶을 짊어졌다.
두 번의 수술을 견뎌낸 몸으로, 끝없이 무너지는 현실 속에서 그저 ‘살았다’가 아니라,
누구 하나 놓지 않고, 끝까지 버텨내며 살아냈다.
이제는 비로소 나 자신에게, 나의 이야기를 고백할 허락을 얻고자 한다.
나를 외면하던 세상이 이제는 나를 위해 등을 밀어줄 때,
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천천히 고백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