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한 판 뜨고 싶었다.
신이 원망스러웠다.
아픈 몸으로 간병까지 하느라
퍽퍽한 삶을 사느라 허덕이는 나에게, 왜 또 이런 시련을 주는지 묻고 싶었다.
세상에 기댈 곳 하나 없이 겨우 버티고 섰는데, 또, 나란 말인가.
전생의 업이 두꺼운 걸까.
아니면 이번 생은 그냥 망한 생일까.
작년부터 오랜 인연들과 이별하며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겨우 살아가는데, 왜 겪지 않아도 될 고통까지 안겨 주는지
신께 따지고 싶었다.
내 사명은 아이들을 잘 키우는 거라 생각했다.
내 모든 걸 내어줘도 아이들만 잘 된다면 그걸로 족했다.
하지만, 나의 뜻과 다르게 내 그릇에는 어느새 사람들의 기대, 원망,
오해들이 쌓여갔고 나의 희생이라는 무거운 짐들만 쌓였다.
새로운 희망과 복을 이야기하기엔 이것저것 탈탈 털어 쓰느라
에너지와 체력은 바닥났고 내 그릇은 금이 가 있었다.
거기에 아빠의 간병은 남은 에너지까지 빨아당기는 운명의 채찍과 같았다.
신랑이 실직하고 병든 몸으로 세상에 내던져졌을 때보다, 더 가혹한 고통이었다.
주위엔 도와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형제들은 멀리 살았고,
혼자서 모든 것을 이고 지며 세상 속으로 처절히 내동댕이쳐졌다.
지금, 이 순간의 감사함을 알아야 한다고,
마음을 다스리고 또 다스렸지만 내 얼굴은 나도 모르게 점점 어두워져만 갔다.
'누군가 언젠가는 알아봐 주겠지. 내 마음,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해해주겠지.'
그 실낱같은 희망 하나로 버텼다.
하지만 10년간 정성껏 가꾼 모든 것들이 산산조각 나고,
그 조각들이 용광로에 던져졌을 때,
과거의 내가 그 안에서 녹아내리는 끔찍한 아픔에 숨조차 쉴 수 없었다.
그런 나에게, 한 생명이 나의 공간에서 스러져갔다.,
그 밤은, 하늘이 내린 폭력과도 같았다.
무너진 생계, 억울한 구설, 병간호로 인한 소진…
내 삶을 짓누르던 모든 것들이 그 밤, 한꺼번에 쏟아져 내렸다.
너무나 가혹했다.
이제 더 이상 살아갈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데 이 지옥의 한가운데서도, 내 마음보다 먼저인 것이 있었다.
이승을 떠나는 저 외로운 영혼이, 마지막 길이라도 편히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먼저였다.
경찰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고"라며 위로했다.
하지만 나는 그 답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오는 것일까.
그 고인은 왜 하필, 나를 선택했을까.
내가 아는 모든 지혜를 동원해, 그 이유를 찾아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