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잿더미 위의 기도 2

괜찮아, 정말 괜찮아.

by 고백맘


세상의 낯섦을 울음으로 토해내던 널 안고, 업고, 어르며 긴긴밤 지새우다,

몇 해 전 떠난 엄마 생각에 나도 울고. 몇 해 뒤 아플 엄마 걱정에 너도 울고.

엄마 뒤 숨던 어린 날 두고 어디 갔냐고. 엄마 품 안긴 어린 널 두고 어디 가냐고.

물어볼 곳도, 답할 곳도 없고. 물어볼 수도, 말할 수도 없고.

엄마 이제 없다고 엄마 언제 오냐고 캄캄한 하늘 보며 서러워 너와 나 목놓아 울었다.

뒤늦은 후회의 눈물을, 때 이른 걱정의 울음을, 괜찮다고, 괜찮다고 달래 보았다.

잘 계실 거라서 곧 오실 거라서 괜찮다고, 괜찮다고 두려운 울음을 지웠다.

흐뭇하게 지켜볼 엄마 생각에 씩씩하게 견뎌낼 엄마 모습에

너의 웃음에 나의 미소에 너도 웃고, 나도 웃고.

그렇게 한 걸음씩 홀로 서며, 그렇게 한 발자국 내디디며 세상 속으로 뛰어들었다.





나이 마흔에 '선물'과도 같은 둘째를 낳았다.

하지만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아이를 돌봐야 했다.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신랑은 늦고, 뛰어갈 친정은 없었다.

우는 아이를 달래며, 몇 해 전 떠난 엄마 생각에 나도 울었다.

꽃구경 한번 못하고 봄을, 땀범벅인 채 아이를 안으며 여름을...

그렇게 계절이 몇 번이나 지나갔다.


그러다가, 아팠다.

몸의 이상을 느끼고 찾아간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았다.

세 살 아이를 두고 수술받던 캄캄한 마음이 생각났다.

하루아침에 엄마가 없어진 아이는, 엄마 좀 찾아 달라며 열병으로 아픔을 토해냈다.


그 아이를 보며 다짐했다.

'난 나의 엄마처럼 일찍 죽지 않고, 너와 오래 같이 할 거라고.'


그리고 10여 년이 지나, 그 아이는 자라 사춘기 소녀가 되었다.


“가방 문 잠 궈~”


정신줄 놓은 아이와 맞서며 용감히 살고 있었다.


그날 밤, 아이 곁을 지키며 문득 떠올렸다.


첫 암 진단을 받고 의사에게 울며 물었던 그날을.


“선생님, 저 오래 살 수 있을까요?”


두 번째 수술을 마치고 역에 마중 나온 아이가,

날 보자마자 서러운 눈물을 터뜨리던 그 순간도 떠올랐다.


일상의 요란한 소란 속에,

그 절박했던 감사를 잊고 지냈던 것이다.


지금 내 곁에서 숨 쉬고, 평화롭게 잠든 아이가 있다는 것.


이만한 게 다행이라고,

괜찮다고, 정말 괜찮다고...


그렇게 잿더미 속에서 되뇌고 또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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