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같은 밤, 평온히 잠든 아이
전쟁과도 같은 세상의 소음 속에서도, 딸아이는 평화롭게 잠들어 있었다.
그 끔찍한 밤을 나 혼자 겪어서, 공부방 아이들이 없는 시간에 일이 벌어져서,
정말 다행이었다.
아이는 태어나 20개월이 될 때까지 밤마다 몇 시간씩 울었다.
낯선 세상에 적응하지 못해 작은 불편도 예민하게 토해내던 아이.
집안 형편마저 기울어가던 그때, 나는 이 예민한 아이를 온전히 키워내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첫 번째 노력은 '신뢰' 였다. 아이를 안고 달래며, 울음을 읽고, 마음을 해석하듯 들여다보았다.
아이의 불안한 리듬에 내 모든 것을 맞추며 예측 가능한 하루를 선물했다.
함께 걷고, 자고, 먹고, 놀며 규칙적인 리듬을 만들어주었다. 이 단순한 루틴이,
아이는 어느 순간 순해졌고, 세상에 대한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타인의 아픔을 헤아릴 줄 아는 아이로 자랐다.
두 번째 노력은 '기다림' 이었다.
아이는 말도 느렸고, 걷는 것도 느렸다. 행동 발달 사항이 전반적으로 느린 아이를,
재촉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 주었다. 집중력이 없는 아이를 단 5분부터 시작해
책을 읽어주고 함께 놀아주며, 그 시간을 조금씩 늘려갔다.
세 번째 노력은 '사고력 계발' 이었다.
여자아이라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는 수(數)와 공간 지각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함께 종이 퍼즐을 맞추고, 블록과 레고로 성을 쌓으며 놀아주었다
네 번째 노력은 '인내심 단련' 이었다.
큰아이를 키우며 그 '성실함' 을 뒷받침할 '끈기' 가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다.
그래서, 그 끈기를 일찍부터 길러주고자, 4살부터 아이의 손을 잡고 등산하며 함께 운동했다.
다섯 번째 노력은 '좋은 습관' 이었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아이에게 좋은 음식과 바른 태도를 가르쳤고,
그 결과 아이는 ’운동을 즐기는‘ 아이로 자랐다.
이 모든 노력 덕분에, 이제는 고등 입시를 통해 세상에 홀로 설 수 있도록
'독립' 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보았다.
끔찍한 비극의 소음 속에서도 미동 없이 평화롭게 잠든 지금의 아이를.
그리고 이 아이를 지키기 위해, 모든 소음을 막아서며 잠들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너무나도, 똑같았다.
만약 내가 책을 쓴다면, 그 시작은 바로 이 밤의 이야기일 것이다.
전쟁터 한가운데서도 평온히 잠들 수 있었던 아이의 비밀.
그리고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방패가 되었던 한 엄마의 기록.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아이는 무너지지 않고 잠들어 있었다.
아이의 평온이, 나의 치열했던 시간의 증거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하늘은 이 캄캄한 운명의 밤바다를 건너가라며,
내 손에 이 빛나는 보석 하나를 쥐여준 것인지도 모른다.
이 빛만 보고 길을 잃지 말라고.
그날 밤, 잿더미 같은 절망 속에서도, 나는 다시 그 빛을 보며 숨을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