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옷을 만들면서 하는 생각들.
옷 패턴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평면패턴(Drafting)과 입체패턴(Draping)이다.
평면패턴은 평평한 종이 위에서 패턴을 만든다. 나는 평면패턴을 만들 때 우선 종이를 펼쳐놓고 머릿속에서 3D 옷을 분해한다. 그리고 조각조각 분해된 패널들을 머리밖으로 꺼내어 실제 2D종이 위에 그린다.
입체패턴은 마네킹 위에서 패턴을 만든다. 3D바디 폼 위에서 2D원단을 올려 형태를 만드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나는 입체패턴을 만들 때 원단을 ‘면’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이 면을 인체를 따라서 3D입체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입체를 다시 해체하여 평평한 2D면으로 만들면 패턴이 완성된다.
각자의 장단점이 있다. 우선 평면패턴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종이와 자, 필기구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제도원리를 이해하고 있어야만 할 수 있다. 모른다면 그저 커다란 백지 위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헤맬 것이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들을 종이 위에 선 몇 개로 표현한 것이기에, 막상 실물로 만들고 나면 상상과 다른 경우가 자주 생긴다. 그러면 수정을 거듭 반복해야 한다. 그러면 차라리 입체패턴으로 만드는 것이 더 빠를 때도 있다.
그에 비하면 입체패턴은 원리를 이해하고 있지 않아도 만들 수 있다. 그저 바디 위에서 직관적으로 만들면 되니까 말이다. 물론 제도원리를 이해해야 형태가 훨씬 안정적으로 나온다. 옷의 구조와 원리를 이해하는가는 아주 큰 차이점을 만들지만, 일단 흉내라도 낼 수 있다. 하지만 마네킹부터 해서 원단. 재단도구, 재봉틀, 다리미까지 고작 패턴 하나 만드는 데에 많은 준비물이 필요하며, 시간 또한 많이 요구된다. 그렇지만 백문불여일견, 머릿속에서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돌려도 해답을 모르겠는 복잡한 디자인들은 그냥 직접 실물로 만드는 것이 빠르고 정확하다.
둘 중에 무엇이 더 편하고 효율적이냐는 만들고자 하는 디자인에 따라 달라진다. 형태가 비교적 단순한 것은 평면패턴으로 빠르게 만들고, 구조가 복잡한 것은 입체패턴으로 정확하게 만들어 준다. 장단점들을 고려해서 상황에 맞게 만들면 된다. 방식은 차이가 있지만 둘이 관통하고 있는 제도 원리는 같으니 적절하게 둘 다 사용하면 된다.
시대마다, 나라마다, 사람마다 적용하는 패턴원리는 가지각색이다. 나를 가르쳐준 선생님들과 책들도 모두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른 이야기들을 했다. 처음 패턴을 배울 때는 나는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정답을 찾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정답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내가 놓친 중요한 것은, 그들의 패턴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셔츠 칼라를 만들 때, 안칼라를 겉칼라보다 더 작게 만든다. 그런데 누군가는 0.5센티를 작게 만들고, 누구는 0.3센티를 작게 만든다. 나는 이 0.2센티가 다른 것에 집중했지만, 내게 필요한 것은 이 숫자의 차이를 외우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 중요했던 건 그들이 작게 만든 의도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칼라가 뒤집어지지 않고 안정된 형태로 만들기 위해 안칼라를 작게 만드는 것이었다. 얼마나 작게 만드냐는 칼라의 형태와 소재에 따라 달라진다.
이렇게 그들의 말의 의미를 파악하여 중심으로 들어가면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인체라는 곡선 위에 아름답고 편안한 선을 긋는 것” 나는 그들의 말을 이렇게 해석했다. 그리고 나는 이것을 패턴을 뜰 때 고려할 가장 첫 번째의 목표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