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순간, 하늘이 내 뜻을 흔드니 세상도 흔들렸다. 가차 없이 흔들리는 세상에 나를 온전히 담기에는 내가 너무나도 나약했다.
심장이 점점 무거워져 나는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었다. 조용히 내가 서있는 곳을 둘러보며 주저앉을 곳을 찾는다. 사실 찾을 곳은 없었다. 주저앉고 싶지 않아서 찾는다는 조건을 스스로 만들었을 뿐이었다. 그냥 지금 있는 곳에 앉으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나는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주저하다가, 이제는 앉아야만 할 거 같아서 천천히 무릎을 굽혀 내 몸을 내려놓는다. 마음도 몸을 따라 함께 내려앉는다. 무릎이 접힌 채 가만히 앉아있으니 항상 경직되어 있던 근육들이 점점 늘어지기 시작했다. 상체를 일으킬 근육의 기력도 점점 빠져서 그대로 몸을 뒤로 젖혀 누웠다.
눈앞을 요란하게 스치는 세상의 형체를 구분하는 것이 지쳐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았더니 이번에는 내가 했던 생각들이 시끄러운 잡음이 되어 끊임없이 내 주의를 맴돈다. 소리는 막을 수가 없어서 그냥 듣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접힌 무릎에 다리가 저려올 때쯤, 가만히 들어보니 잡음 사이사이에 저 먼 곳에서부터 오는 이색의 소리가 섞여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작아서 잘 들리지는 않지만 내 호기심이 집중해서 들어본다. 내 소리가 아닌 것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현 우는 소리다. 낮고 무겁게 떨리는 현의 울음이다. 잡음들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내 눈이 뜨였다. 소리는 나의 기색을 눈치채고 빛처럼 다가와 내 심장에 꿰뚫었다. 그리고 내 심장은 박힌 현의 울음을 모방하였다. 파동을 따른 박동은 나를 어루만진다. 심장이 현을 쫓으며 내게 위로를 건네는 것이다. 조금 더 깊이 간직하고 싶었다. 심장이 딱딱한 바닥과 가까워지도록 옆으로 돌아누워 웅크리고, 심장의 위로를 하나하나 몸에 새겼다. 흐르는 피 속에 넣어두어 몸 곳곳에 새겼다. 한참을 울던 소리는 점점 작아져 어느새 여운만 남았다.
소리의 여운은 내 척추뼈를 곧게 세워 나를 일으켜 앉혔다. 다시 주변을 둘러본다. 세상은 그대로이었지만 유일하게 변한 것은 위로를 받은 내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도 숨을 더 깊은 폐까지 보내기에 충분했다. 숨을 한껏 들이쉬고, 내 몸을 빠져나가는 숨에 여운을 담아 함께 내보낸다. 내 안에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까지 모두 내보낸다.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심장이 가벼워질 것 같아서, 그러면 심장이 마음껏 뛸 수 있을 거 같아서 내 안에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까지 모두 내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