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색 새벽

by 고백

새벽을 가르는 새 지저귐에 눈을 떴다. 눈을 굴려 방 안을 둘러보니 세상은 옅은 남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잠들기 전 마셨던 컵 속에 남은 한 모금의 물 위에도 내려앉았고, 내가 덮은 이불 위에도 살포시 내려앉아 있었다. 벽에 걸린 하얀 시계도 남색에 묻힌 채 열심히 째깍거린다. 고요한 방 속에서 내 마음은 편안해지고, 나는 남색을 더 오래 보고 싶었다. 남색도 날 오래 들여다 봐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남색은 점점 희미해지고 세상은 본연의 색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창문으로 눈길을 돌려보니 먼 곳에서 해의 끄트머리가 떠오르는 것이 보인다. 몸을 기울여 손을 뻗어 창을 살짝 열어보니 내가 놓친 새벽의 기운이 들어온다. 창을 끝까지 활짝 열어서 세상이 내 방으로 쏟아지게 해 본다. 그런데 밀려들어오는 세상을 보니 이유도 모르게 가슴을 무겁게 누르는 생각들이 떠오른다. 무거워진 마음에 내가 나를 스스로 다독여야만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라서 못 했다.


그래서 그냥 창 밖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내가 할 일은 그것으로 충분했었다. 떠오른 생각들은 한참을 내 머릿속을 빙글빙글 돌아다닌다. 이곳저곳 튀어 오르는 생각들은 마치 자신의 고민이 가장 크다고 경연하는 듯이 시끄럽게 떠든다. 나는 내 머릿속을 내어줄 뿐이다. 그렇게 한참을 뛰어다니던 생각들은 갑자기 스스로 고민의 결론을 짓기 시작했다. 생각들은 찾은 결론들을 나에게 소곤소곤 말해주고는 사라져 갔다.


내가 가진 색연필들이 어둡고 칙칙한 색들뿐이어도, 나는 아직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하늘이 파랗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내 머리 위에 있는 것이 하늘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그저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제 해가 동그랗게 전부 떠올랐다. 나는 창가에서 멀어지고 내 자리를 찾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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