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이 시작되었지만, 기왕 불효자를 쓴김에 효자도 한 번 써보고자 한다. 굳이 효자는 안 써도 최근 1~2년 동안 많이 이야기 되었던 기업들이지만 역시나 차트나 테마가 아니라 산업과 사업 내용에 대한 이야기로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그리고 오늘도 분명히 밝혀둔다. 추천이 아니라는 점, 매매의 결정과 그 결과는 오롯이 개인에게 책임이 있다. (이렇게 매번 써두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서 매번 서두에 밝히고 시작하려고 한다.)
주변에서 종종 손실봐도 좋으니 종목 추천해달라고 하면 '아묻따 매수'로 꽤 자주 이야기한 종목이다.
업종으로 따지면 디스플레이, 그 안에서도 디스플레이 소재를 공급하는 기업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쪽을 공부하다보면 가장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분야가 디스플레이 소재 쪽이었던 것 같다. 낯선 용어는 기본이고, 적용 범위나 스펙트럼도 넓고, 소재의 응용/적용/변화가 너무 다양하다. 문과 출신인 필자가 공부하기에는 한 문장 한 문장 넘어가는게 벅찼다. 그러니 여기서도 LCD와 OLED의 차이나, OLED 안에서 LTPO나 LTPS의 차이와 마진이 다른 이유는 설명하지 않으려고 한다. 해봐야 글은 길어지고, 가독성도 떨어지고, 재미만 없을게 뻔하다.
덕산네오룩스의 핵심은 '성장기 산업인 OLED 디스플레이를 위한 핵심 소재'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에 대한 이야기부터 출발해보면, LCD를 지나 OLED가 시장 전반에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고,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24시간 붙어있는 스마트폰만 봐도 확연히 느껴진다. 극히 일부의 저가 보급형 모델을 제외하면 OLED 디스플레이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기술적 장벽으로 인해 중대형 기기의 OLED 적용이 늦어지긴 했으나 지난해부터 고급형 또는 플래그쉽 모델 노트북에도 OLED가 적용되고 있다. 즉, 시장의 구조적 성장 여력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업황이 좋다면, 덕산네오룩스가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그리고 얼마나 하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를 해야했다. 사실 덕산하이메탈의 자회사로 있을 때부터 알짜로 유명했고, 덕산 그룹 자체가 소재국산화를 위한 연구 개발을 쉬지 않는 곳으로 정평이 나있어서 지난 세월 주식을 하면서 이미 쌓여온 믿음이 컸다. 어쨌든, OLED 소재 시장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듀폰, 독일의 머크, 이 두 기업이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곳이었는데 OLED 유기재료인 HTL(뭔지 알려고 하지 마시길 바란다. 진짜 머리 아파진다. 아래의 Prime, Host도.)을 생산하면서 2009년부터 처음으로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후, Prime 소재도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하기 시작했지만, Red Host는 국산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삼성디스플레이는 Dupont과 UDC의 그것을 사용하고 있다.
Red Host 부문까지 공급하지 못 하더라도 절대적인 OLED 시장의 성장이 담보되어 있기 때문에 덕산네오룩스의 성장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시리즈 패널 공급은 물론이고, 심지어 경쟁사인 애플의 아이폰 고급 모델들에도 패널을 공급하고 있기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갤럭시나 아이폰 중에 누가 점유율이 높아지더라도 덕산네오룩스 입장에서는 상관이 없었다. 소비자의 선택이나 글로벌 시장에 나가서 제품 점유율로 싸우는건 제조사의 문제이지 소재 공급사의 관심사는 아닌 것이다. 게다가, 삼성디스플레이 뿐만 아니라 중국의 BOE, CSOT, Tianma 등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었기에 제품 점유율과 상관없이 그저 OLED 시장의 성장으로 인한 수혜만 누리면 되는 상황이었다.
너무 잘 아는 기업이고, 업황에 대한 확신도 있었기에 매년 덕산네오룩스를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덕산네오룩스 뿐만 아니라 덕산테코피아도 마찬가지였다.) 2021년을 시작하는 시기에도 이미 수익권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꾸준히 우상향하면서 수익을 내줬고, 조정기에는 다시 매수하는 등 포트폴리오의 주력 종목으로 맹활약 해줬다. 뜨거웠던 지난 여름, 주가도 뜨거울 정도로 달려줬다.
누적수익률, 최종수익률 계산은 따로 하지 않았다. 모아가는 시기, 보유하는 시간, 매번 달라진 수익률로 인해 굳이 계산하지는 않지만 단 한 번도 손절한 적이 없다는 것 하나만으로 덕산네오룩스의 가치는 증명된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주가는 고점 대비 40% 넘게 빠진 상황이다. 시가총액 1조 3천억은 OLED 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을 고려했을 때 분명한 저평가라고 생각한다. 수급 개선 시그널이 보이면, 2022년에도 다시금 주력 포트폴리오로 편입하고자 한다.
DDR5 전환의 최대 수혜주.
덕산네오룩스 못지 않게 2021년 한 해 동안 투자자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었던 기업이다. PCB와 Substrate 부문은 DDR4에서 DDR5로의 전환에서 가장 큰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상장사 가운데 PCB로 잘 알려진 기업은 심텍, 코리아써키트, 대덕전자, 해성디에스 정도고 신규상장사 가운데는 티엘비가 유망해 보였다. 개별 기업간 차이는 결국 제품력,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성장, 성장을 위한 다음 세대 기술력, 그리고 자본금 사이즈에서 달라졌다.
PCB 사업은 반도체 부품 사업 중에서도 다소 규모가 큰 공장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다. 때문에 소재나 테스트 기업에 비해서 자본금 사이즈가 상대적으로 클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소부장 기업을 평가할 때 자본금이 100억원이 넘으면 우선 B- 정도를 주고 시작하는 경향이 있는데, PCB는 이런 기준을 적용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자본금을 할인하고 평가를 해야 엇비슷하게 맞춰질 것 같아서 보정하는 작업을 거친 후 재차 비교한 후 최종적으로 내린 매력도 차이는 '심텍 > 코리아써키트 >= 대덕전자 >>> 티엘비'로 결론이 났다.
이 글을 쓰면서 HTS에 메모해둔 것을 다시 들여다봤다.
DDR5 관련 2021년 최우선 투자 (테크윙 공부 필요)
18,000원 아래 적극 매수, 2만원까지 매집 후 홀딩(20.9.12)
시총 1조(33,000원)까지 보유 후 재평가
업황에 대한 확신, 산업의 구조적 변화, 뚜렷한 실적 개선,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단가 인상 등이 겹치면서 내린 결론이었다. 사고팔고를 반복하기는 했으나, 덕산네오룩스와 마찬가지로 2021년 내내 단 한 번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된 적이 없었다. 수익실현을 하더라도 일부만 팔고, 빠지면 빠지는대로 다시 채워넣었다. '시총 1조 후 재평가'라는 메모를 넘어서 심텍은 이제 시총 1조 5천억이 되었다. 부담스러운 가격은 맞지만 시장이 프리미엄을 부여해준다면 얼마든지 주가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전략으로는 코리아써키트나 대덕전자, 티엘비를 매출액 비율 대비 시가총액 사이즈로 비교해보고 진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판단이라고 본다. 대덕전자는 시가총액이 이제 1조를 넘었고, 코리아써키트는 여전히 6천억대, 티엘비는 2천억도 되지 않는다. 자본금 사이즈와 매출액/영업이익, 제품 구성, 고객사 동향에 대한 상대적 비교 후 결정이 필요해 보인다. 개별 기업 간 매력도와 별개로 PCB 및 Substrate 사업의 성장은 2022년에도 기대가 된다.
2021년 하반기 가장 핫했던 기업이 아닐까 싶다. 메타버스와 NFT가 시장을 선도하는 주연급 테마로 자리잡으면서 실질적으로 기존 사업에 연결시켜서 구체화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기업은 위메이드가 유일했기에 가능했던 주가 상승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게임주 분석이 가장 어려웠다. 그 이유로 첫째는 전통적인 자본금/매출액/영업이익/영업이익률/시가총액 분석이 주가와의 상관도가 낮은 분야라는 점이었다. 게임 대장주로 오랜기간 자리하고 있던 엔씨소프트는 자본금 달랑 100억 남짓인데 시가총액은 10조가 넘는 수준이다. 매출액도 조 단위는 기본이고, 영업이익률도 30%를 훌쩍 넘는다. 제조업 기준으로 분석하는게 몸에 베어 있는 탓에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또 다른 이유는 신작 게임의 시장 반응을 예측할 수가 없었다. 필자가 기본적으로 게임을 즐겨하지 않아서 어떤 게임이 시장에서 잘 먹힐지를 알 수가 없었다. 게임을 잘 하지 않으니 게임에 돈을 쓰는 소비자의 심리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시장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 업종에 대한 관심이 낮아졌고, 투자를 멀리하게 됐다.
그런데 위메이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다름 아닌 NFT라고 하는 것이었다. 한국말로 바꿔서 불러도 아직 개념을 잡기도 어려운 '대체불가능토큰'. 이것에 대해 처음 들은게 2021년 5월, 매일경제 주최로 열린 머니쇼였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다음 스텝은 탈중앙화와 NFT라는 것을 듣고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개념을 잡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어쨌든 디지털 자산에 소유주의 정보를 태깅하는 가상 자산이고, 일반적으로 아는 '복사-붙여넣기' 식의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으로 인해서 고유성을 인정하는 자산이라는 점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 질문이 "그럼 이걸로 돈을 어떻게 벌지?"였다. 다행히 필자가 가장 이해하기 쉬운 예시가 막 시작되고 있었는데, 바로 NBA의 Top shot 이었다. NBA는 선수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만들어 토큰화하고 이걸 거래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실물로 소유했던 선수 카드가 이제는 컴퓨터 안으로 들어와서 나의 자산임을 증명하는 것이 블록체인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NBA의 Top shot까지 공부하고 나니, NFT를 통해서 가장 먼저 돈을 벌 수 있는 곳은 미술 경매 시장이라고 생각했다. 마침 미술작품 NFT에 대한 기사들도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플랫폼을 만들거나, 가상자산을 등록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상장사는 없었다. 그러던 중 P2E 모델을 함께 공부했고, 위메이드가 이미 오래전부터 이 시장을 준비해왔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위메이드가 NFT를 도입하고 P2E모델의 게임을 준비한건 위메이드트리를 설립한 2018년부터였다. 물론 그 이전에도 NFT를 도입한 게임이 세계 곳곳에 있었지만, 네이버 쥬니어에서나 할 법한 캐주얼 게임들 뿐이었다. 즉,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메이저 게임사가 NFT 플랫폼을 통해 P2E 모델을 본격적으로 도입한건 위메이드의 미르4글로벌이 '세계 최초'였다. 그런데 P2E공부를 하면 할수록 물음표와 느낌표가 번갈아 생겼다.
"게임과 자산을 이어줄 중간재의 가치가 계속 변할텐데 이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중간재나 자산의 가치가 떨어져도 유저의 P2E가 가능할까?"
"NFT의 밸류에이션과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비례할까?"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불가능'이었다. 지금까지의 MMORPG 게임들만 봐도 게임 내 경제를 관리하는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시장에 상장한 암호화폐 형태의 중간재 자산까지 끼고 있으니 게임 내 자산의 인플레이션을 막는건 어마어마한 노력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두번째 질문의 답도 '불가능'으로 결론났다. 미르4글로벌을 플레이해서 P2E를 실현하는 논리적 연결고리는 '게임 내 흑철 → 드레이코 → 위믹스 → 현금'의 흐름이었는데, 드레이코의 가치가 극단적으로 떨어질 경우 하루종일 게임을 해도 'Earn'은 커녕 전기값도 안 나올게 불 보듯 뻔했다. 그나마 세번째 질문은 'Yes'가 나왔다. 드레이코나 위믹스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써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는 것 보다, 위믹스라는 게임 NFT 플랫폼으로의 타 게임사들의 진입을 통한 매출 발생이 더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꼼꼼하고 오랫동안 NFT에 공을 들여 본격적인 P2E 게임을 세계 최초로 내어 놓은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조금 더 급진적으로 표현하자면, 게임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미르4글로벌 출시가 8월 말이었으니, 본격적인 매출 발생은 4분기부터라고 보고, 2022년 실적 발표까지 염두에 두고 중기적 투자를 목표로 매수했다. 그런데 게임 시장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고 급격하게 반응했다. 글로벌 동시접속자 수 증가세가 어마어마했다. 대륙별로 서버 수 증가도 급격하게 이루어졌다. 이용자가 많아지니 드레이코의 가치도 오르고, 위믹스의 상승폭도 굉장했다. (코인을 하지 않아서 위믹스 투자를 하지 않았던 점이 가장 아쉽다. 가치를 몰랐던게 아니라서.) 덩달아 위메이드의 주가도 급격하게 상승했다. 무상증자가 있긴 했지만, 애초에 자본금 사이즈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유동성 공급이라는 효과가 더 크게 보였다. 위메이드 투자에 있어서 사업의 내용을 분석했던 것 보다 무상증자를 받기로 한 판단이 훨신 유효했다고 생각한다. 2021년 하반기 국내시장에 MBN(메타버스, 블록체인, NFT) 테마가 뜨겁게 불면서 대장주로 위메이드가 급부상했고, 유동성 공급의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었다.
최종 수익률은 4루타가 조금 넘는 수준. 발목 정도에 사서 이마 근처에서 팔았으니 타이밍도 좋았다. 처음부터 시가총액 목표를 높게 잡았었다.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는 기업이라면 그 정도의 프리미엄은 충분하다고 봤다. 크래프톤과 엔씨소프트에 이어서 게임주 시가총액 3위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펄어비스의 시가총액 6~7조 정도를 목표로 잡고 대응했다. 음봉이 뜨는 날마다 추가 매수도 멈추지 않았다. 시총 6조를 넘어선 때부터 분할매도로 수익실현을 했고, 23만원 선에서 잔량을 털었다. 이 글 앞에 썼던 2021년의 불효자 주식들 대부분이 2020년부터 보유했고, 2021년 상반기에 손실이 컸는데, 그 종목들을 적절한 수준에서 손절하고 건강한 종목으로 갈아탔다고 했던 주인공이 위메이드였다. 주식 10년 넘게 하면서 이런 종목 만나는건 운이 정말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업 내용 분석과 기업의 펀드멘탈은 공부와 노력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업황의 변화나 시장의 반응은 능력 밖의 일인데 이런 것들이 잘 받쳐줬던 덕분이다. 위메이드의 후속 주자로는 컴투스홀딩스(구 게임빌)로 생각했는데 이 또한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다만, 진입을 망설였던 것이 수익을 크게 주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2022년 상반기에도 MBN 테마는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생각하고 계속해서 주목하고 있다. 위메이드나 컴투스홀딩스가 아니더라도 분명히 다음 주자는 나올 것이다. 다만, 건강한 상승과 시장의 선도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계 5위 안에 드는 피부 미용 의료기기 업체이다.
대한민국이 내세우는 최고의 산업 중 하나가 의료분야에서는 성형외과와 피부과 아닌가. 그 명성이 오죽하면 '의료관광'이라는 이름으로 중국 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와 러시아에서도 오겠는가. 그 저변에는 기술력 좋은 화장품 기업과 미용 의료기기 기업들의 공도 분명히 있었다. 그 중에서도 국내 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5위권을 하고 있다는건 그 자체로 이미 투자 매력도가 매우 높다.
대한민국 관세청은 꽤 열심히 일하고 정보 공개를 착실히 하는 정부 기관 중 하나다. 루트로닉 소개도 안 하고, 뜬금없이 관세청이 왜 나오냐 하겠지만 루트로닉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관세청 언급을 안 하고 지나갈 수가 없다. 대한민국은 원재료/원자재, 중간재 등을 수입해서 고부가가치의 완제품을 만든 뒤, 그것을 수출하는 것이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니 수출입을 담당하는 관세청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품목별, 산업별, 지역별, 기간별 무역수지 발표에 따라 각 산업에 속한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세청은 매월 이 모든 자료를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언론 보도자료로 작성해 배포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운 자료다. 기업의 실적 발표는 분기와 반기마다 하지만 관세청이 매월 자료를 만들어주니 산업의 동향과 추이를 보기에 이보다 좋은 거시 지표가 없다. 그 중에서도 품목별 수출입실적을 각 시군구 별로 자료를 제공하는 부분이 큰 도움이 된다. 미용 의료기기 분야의 탑3로 꼽히는 클래시스, 루트로닉, 제이시스메디칼이 소재지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즉, 이들 세 기업의 월별 실적을 관세청이 공개해주고 있는 것이다. 어중이 떠중이들이 차트 펴놓고 끼워맞추기 식으로 지지/저항이나 패턴 이야기 해주는 것을 듣는데 시간 쓰는 것보다 관세청 홈페이지 들어가서 이 자료 보는게 투자에 훨씬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반강제로 국가에 의해 월별 실적이 공개되고 있고, 그것을 이용하는 방법을 알았으니, 제품은 어떤 것이 있고 구체적인 사업 내용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할 차례다. 루트로닉은 국내 최초로 레이저 의료기기를 개발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레이저 기기 관련된 회사들은 반도체 소부장 중에도 많은데 레이저 기기를 만드는 핵심은 레이저 소스를 보유하고 있는지의 여부다. 레이저 기기 원가 중 소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를 보유하고 있거나 개발할 수만 있다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하게 제품화 할 수 있는 점도 소스 보유의 장점이 된다. 루트로닉은 이를 기반으로 피부 의료기기 뿐만 아니라 성형외과와 안과 시장으로의 신사업 진출을 꽤했다.
기본적으로, '클라리티'와 '아큐스컬프'라는 기기가 제품 포트폴리오 중 핵심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클라리티'는 FDA의 승인을 받은 에스테틱 제품으로 최근에는 신제품 '클라리티 2'를 출시하기도 했다. 레이저 제품 외에 체형 관리 기기인 '아큐핏'과 초음파를 활용한 미용기기인 '하이저', 고주파 피부 재생기기인 '지니어스'까지 신제품에 대한 투자와 연구를 쉬지 않았고 시장에서 반응도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아큐핏'은 대당 가격이 1억이 넘지만 2020년 출시 후 1년 동안 30대 이상을 판매했다. '지니어스'도 대당 가격이 1억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2019년 출시 후 연평균 150대 이상을 판매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 신제품 3종은 기존 주력 제품인 '클라리티'와 달리 소모품이 있어서 제품 매출 이후에 소모품 매출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앞서 잠시 언급한 안과 시장으로의 신사업 진출이 꽤 오랜 시간 재무지표를 갉아먹는 재료로 작용한 점이 주가의 발목을 잡아온 것이 문제였다. 제품명 '알젠'으로 알려진 안과 치료기기 투자부분이 매년 40억 이상 감가상각비로 잡혀있었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피부과 치료를 받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루트로닉을 포함한 미용 의료기기 3개 종목이 주목을 받았으나, 루트로닉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던 이유였다.
하지만, 2021년 1분기를 끝으로 '알젠' 투자에 대한 감가상각이 종료되기에 재평가가 가능했다. 매출액 증가는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었고, 2020년부터 효율적인 비용관리 덕분에 분기별 적자 폭을 줄이더니 2020년 하반기에는 흑자전환을 이루었다. 신제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 특히 수출액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포트폴리오 내에서 비중은 작았지만, 보험과 같은 성격으로 편입시켰다. 코로나19 반사이익, 뚜렷한 매출액 성장, 영업이익 흑자전환, 신제품 출시와 시장지배력을 고려했을 때 2021년 초의 시가총액 2천억대(주당 9천원중반)는 클래시스의 9천억대와 비교했을 때 절대적 저평가라고 생각했다. 최소 시가총액 5천억(주당 19,000원) 밸류에이션 이후에 프리미엄은 시장이 주기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판단하고 매수했다. 운이 좋게도 월봉 기준으로는 단 한 번도 음봉을 만들지 않고 꾸준한 우상향이 이어졌고, 목표했던 19,000원부터 20,000원까지 4번에 나눠서 분할매도로 수익을 실현할 수 있었다.
1월 현재, 시총 4~5천억 내외에서 박스권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데, 주가가 한 단계 더 움직이기 위한 조건은 중동 시장에서 얼마나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 중동 시장의 화장품 및 미용 의료기기 시장에 대한 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시장 진출이 더뎌졌다. 어쩌면, K-컨텐츠의 영향력 덕분에 한국 화장품과 미용 의료기기들에 대한 가능성을 더 키우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행복회로도 잠시 돌려볼 수 있겠다. 특히, 중동 시장에서 루트로닉의 강세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는 오일머니는 애초에 가성비를 기대하는 시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기술력과 제품력만 뒷받침 된다면 가격에 구애받지 않는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하 구매력을 가진 소비집단이다. 루트로닉이 타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때문에 다소 손해를 봐야 했던 부분을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021년은 1년 내내 인플레이션 우려와 양적완화 축소, 그리고 변이 바이러스 재료가 시장에 매크로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시장 대응 난이도를 높인 한 해였다. 2022년 시장도 그다지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증권사마다 상저하고니, 상고하저니 이야기가 다르다. 애초에 그들의 거시적 관점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물론, 개별 종목이 아닌 지수 ETF에 투자한다면 중요하다.) 하지만, 시장에 대한 예측 차이가 크다는 것은 변동성도 크고, 개인 투자자의 대응 난이도를 높이게 된다. 게다가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서 긴축과 금리상승기라는 새로운 시장환경이 매크로로 작용할 것이기에 새로이 시장에 진입한 개인 투자자들로써는 지난 1~2년간 쌓아온 학습효과가 아무러 소용이 없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럴수록 개별 종목에 대한 분석, 업황, 사업 내용에 집중해야 한다는게 지론이다. 시장이 빠져서 주가가 빠지는 것은 펀드멘탈은 훼손되지 않은 채 밸류에이션만 낮아진 것이니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차트와 패턴을 기반으로 한 타이밍 싸움이 아닌 기업의 내재가치 분석을 통한 밸류에이션 싸움을 한다면 어려운 시장에서 최소한 잃지 않는 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쪼록 2022년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성공적인 투자와 부자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