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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뱅 Jan 03. 2022

2021 불효자 주식 Worst 4

바이오...

20살이 되던 2009년부터 주식판에 굴렀으니 연차로 벌써 13년차 개미가 되었다.

연간수익률이 마이너스였던 적이 몇 번 없으니 어찌저찌 잘 버텨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아픈 손가락은 있기 마련이다. 업황 분석을 잘못한 경우도 있고, 중대한 리스크나 이슈를 체크하지 못 한 경우도 있고, 다 좋은데 수급이 꼬인 경우, 갑작스런 악재의 등장 등등 풀어놓자면 수익을 내 준 주식보다 훨씬 이야기가 많다.

투자 복기도 할 겸 2021년의 불효자들을 꼽아봤다.

아, 언제나 그렇듯 추천/비추천의 개념이 아니다. 여기에 있는 주식이라고 해서 사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저점을 공략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주식일 수도 있다. 투자의 판단은 개인에게 있다. 




1. 오스코텍 (039200)

오스코텍 이야기를 하자면 나의 바이오 관련주 수난사를 안 할 수가 없다. 워낙 반도체 소부장을 좋아하고, 반도체 관련주가 아니더라도 미래 산업이나 성장성이 담보되어 있는 기업을 좋아하는 성향으로 인해 바이오 쪽으로 자주 투자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기업 분석, 업황 분석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더더욱 바이오쪽은 어렵다. 

이런 성향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선택을 받은 바이오주가 있었으니 그 이름도 유명한 헬릭스미스(084990)가 주인공이다. 2016년에 투자했었으니, 사명을 바꾸기 전이다. 그때는 바이로메드라는 이름으로 상장되어 있었다. 가볍게 바이로메드를 선택했던 이야기를 한 후, 오스코텍으로 넘어가고자 한다.


당시에만 해도 CAR-T 치료제는 꿈만 같은 이야기였다.지금도 면역 항암제 등 인류가 정복해가야 할 분야로 연구와 실험이 계속되고 있고, 많은 CRO 기업들의 주가 상승 원동력이 되고 있으니, 5년 전에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제넥신, 코오롱생명과학, 신라젠 같은 기업들이 유전자치료제 연구와 임상 등의 재료로 2016년은 그야말로 코스닥 바이오주 전성시대였다. 수년간 지속되어 온 메모리 반도체 치킨게임으로 인해 지지부진한 주가 이어졌고, 답답한 심정 속에서 바이오주들의 말도 안 되는 상승폭을 보다보니 자연스럽게 손이 뻗어나갔다.

무상증자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다른 글에서 했었지만, 2016년의 필자는 그런 개념이 없었다. 기업이 먹고 살만하고 유통물량을 늘려 주주환원을 한다니 오히려 호재로 해석해서 무상증자 후 빠진 주식을 사는 '짓'도 서슴치 않았다.

이런 비이성적인 사고의 결과로 본격적인 하락의 시작이었던 2016년 여름, 고점대비 낙폭이 크니 최소한 더 손실은 보지 않을 것이고 당시에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연구한다는 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합쳐져서 덜컥 매수를 했으나, 결과적으로 6개월 동안 -42%라는 손실을 가져다 주었다. 학생 시절이라 투자금이 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 뒤로 바이오는 내 성향과 맞지 않고, 임상에 대한 기대는 기대일뿐 결과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멀리했으나...


2020년 오스코텍(039200)의 레이저티닙에 다시 한 번 혹하게 되었다. 

비소세포폐암. 이름만 들어도 무섭다. 폐암이라는데 앞에 뭔가 붙었다. 비소세포가 있으면 그냥 소세포도 있겠구나. 폐암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하다보니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타그리소의 분기당 매출액이 200억 정도 수준이니, 1차 치료제로 승인 받지 못 하더라도 2차 치료제만 되어도 국내 바이오업계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타그리소의 부작용으로 인한 돌연변이 세포에 대한 표적치료제 기능도 한다니! 기대감을 넘어서 역대급 블록버스터가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이 정도면, 에이치엘비 정도의 시가총액 정도는 밸류에이션이 가능하겠다고 판단했다.


2020년 연말에 고점을 향해 가는 도중에 매수했었고, 꽤 수익을 봤지만 얀센으로부터 기술 이전에 대한 마일스톤도 남아있고, 1차 치료제로써의 임상 3상도 진행중이었기에 2022년 상반기까지 기대감을 가지고 가도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새해가 되고 터졌다. 주요 파이프라인 중 하나인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세비도플레닙이 임상 2상에서 기대만큼 효과를 입증하지 못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새해 첫주부터 신나게 미끄럼틀을 타듯 주가가 빠졌다. 두 달 사이에 시가총액이 반토막 났다.

매도에 대한 고민을 해야했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몇몇 매도 결정의 기준이 있다. 손절을 앞두고 가장 크게 고민하는 것은 '기업의 펀드멘탈이 훼손되었는가?'이다. 펀드멘탈이 그대로라면 일시적인 수급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① 주요 파이프라인 중 하나인 세비도플레닙이 기대 이하의 결과

② 역대급 블록버스터 파이프라인으로 꼽히는 레이저티닙의 임상 3상 기대감

상반된 두 조건 하에서 선택은 매도였다. 처음 진입을 하게 만들어 준 파이프라인은 여전히 건강한 상태였지만, 체크하지 못 한 다른 파이프라인에서 문제를 일으켰기에 그것 또한 오스코텍의 펀드멘탈로 보고 내린 결정이었다. 당시 시가 총액 1.1조는 철저한 저평가 영역으로 생각해서 물타기도 고민했지만, 투자 기간 대비 수익률을 고려했을 때 당시에 관찰 중이던 다른 종목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최종적으로 매도하게 되었다. 


최종 수익률 -37%. 숫자만 놓고 보면 정말 뼈 아프다. 포트폴리오 분산을 잘 해둔 덕에 방어가 되었고, 갈아탄 종목에서 빠른 시일 안에 수익이 나서 다행이었지만,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CRO 기업 투자는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2. 에이치엘비테라퓨틱스 (115450)

이번에도 바이오다. 지트리비앤티. 여긴 NRDO 포지션이다.

최근에 에이치엘비가 인수하면서 사명이 에이치엘비테라퓨틱스로 바뀌었다.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안 나와서 무슨 일인가 하고 찾아봤더니 그렇다. 그 정도로 손절 후 관심을 끊었다. 한 음절이라도 짧게 쓰고 싶으니 여기서는 기존 사명인 지트리비앤티로 쓰도록 하겠다.


오스코텍이 골리앗 같은 글로벌 거대 제약사가 독점하고 있는 시장에 다윗처럼 블록버스터급 치료제 개발로 세계적 시장에 싸우러 나가는 기업이라면, 지트리비앤티는 조금 더 작은 전투지만 누구에게나 필요한 넓은 시장을 타겟팅하여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이었다. 바로 안구건조증 치료제.


안구건조증은 아주 흔한 질병이면서 동시에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은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안구건조증 때문에 안과에서 점안액 처방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름은 들어봤을 법한 레스타시스가 오랜 기간 시장의 레퍼런스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안구건조증의 치료는 의사가 판단하는 객관적인 치료 지표도 있지만, 환자 스스로가 느끼는 주관적 지표도 중요 요소이다. 이로 인해 새로운 치료제가 매번 임상에서 미끄러지고 있었고, 지트리비앤티의 RGN-259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필자가 지트리비앤티에 관심을 가지게 된건 임상 3상 Arise-3이 막 시작되던 2020년 5월이었다. 안구건조증 치료제로 임상 3상까지 갔다는 점이 컸고, 다른 파이프라인으로 있었던 교모세포종 치료제나 수포성 표피박리증 치료제 역시 안정적으로 진행중이었다. 마침 교모세포종 치료제 관련한 임상 1상 데이터 발표가 가까운 시일 안에 나온다고 하여 기대감을 가지고 기다렸다.

2020 ASCO에서 발표한 교모세포종 치료제의 임상 1상 결과는 유효성과 안정성을 모두 확보한 것으로 나와 임상 2상 후 조건부 판매 허가 신청까지 무난할 것으로 보였다. 또한 안구건조증 치료제 임상 3상도 11월 들어 성공적으로 투약을 완료했고 2021년 초에 top-line을 발표한다고 하여 2020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꾸준히 매집했다.


2020년 폐장일 하루 전 공시가 나왔다. 대표이사의 지분 매각.

다른 대주주도 아니고 대표이사가 지분을 매각한다니 악재도 이런 악재가 없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지분을 인수하는 곳은 사모펀드였고 지트리비앤티의 대표이사는 이 사모펀드의 후순위 출자자 자격으로 투자한 상태였다. 즉, 사모펀드가 지트리비앤티의 지분을 다른 곳에 매각할 경우 차익을 본인이 다시 챙길 수 있었고, 또는 매각이 잘 되지 않아도 지분 재인수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할 수도 있었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런 행동을 했는지는 본인만 알겠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대표이사가 소액주주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눈꼽만큼도 없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에 더해서 기대감을 가지고 있던 안구건조증 치료제 RGN-259의 top-line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더니 결국 주관적 지표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 했다.

핵심 파이프라인이 마지막 임상에서 기대를 충족하지 못 하면 결과는 뻔하다. 3월 18일 주가는 하한가를 쳤다. 하한가 전에 매도했다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최종 수익률 -33%. 안 그래도 슈퍼사이클이니, 역대급 호황이라느니 큰소리 다 쳐놓고 주가는 바닥을 기던 반도체 회사들 때문에 아팠는데 더 아프게 만들었다. 현재 시점에서는 교모세포종 치료제 임상 2상이 진행되고 있고, 여기서 안정성과 유효성을 확보할 경우 FDA의 조건부 판매 허가까지 기대할 수 있어 재평가는 가능해보이지만 필자의 투자 대상에서는 제외상태이다. 헤어진 여자친구는 다시 만나는게 아니라더라.


3. 에코마케팅 (230360)

한 때는 최고의 효자였지만 2021년에는 불효자 No.1.

모두에게 익숙한 'Klug 미니 마사지기' 광고를 한 그 회사다. 이 회사를 상장 초기부터 눈여겨봤고, 꽤 큰 수익을 매번 안겨준 고마운 회사다. 반도체 소부장이나 우주 산업, 2차전지 같은 성장성이 좋은 회사를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광고대행사에 투자를 한 이유는 분명하다. 국내 광고대행 업계에서 본격적으로 CPS 방식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마케팅에 자신이 없으면 불가능한 계약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꼼꼼하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시간을 되돌려서 2018~2019년으로 돌아가보면, 인터넷이나 어플 상하단에 나오는 광고배너에서 'Klug 미니 마사지기' 광고를 안 본 사람을 꼽기가 힘들 정도였다. 심지어 누구나 눌러보고 싶게끔 카피라이트도 매력적이었다. 당초 'Klug 미니 마사지기'는 다이어트용 또는 근육강화용 저주파 EMS 마사지기라는 조금은 거리감도 느껴지고 호기심이 별로 생기지 않는 카피라이트와 포지셔닝이었다. 하지만 에코마케팅이 'Klug 미니 마사지기'를 만든 데일리앤코를 인수하면서 휴대용 미니 마사지기로 리포지셔닝했고, 성적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후, 젤네일 관련 특허를 보유한 글루가에 지분 투자와 동시에 오호라에 대한 CPS 계약을 통해 지분 이익이 아닌 영업이익으로 인식되는 효과까지 2020년에도 성장성에 멈출 기세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에코마케팅을 2021년에는 우하향하게 만든 요인이 바로 안다르였다.

요가복이나 레깅스로 유명한 그 안다르가 맞다. 젝시믹스와 국내 시장점유율 1,2위를 다투다가 2020년부터 젝시믹스가 확실하게 1위로 올라서면서 위기감을 느꼈는지 '브랜드계의 심폐소생술사' 에코마케팅을 찾게 되었다. 에코마케팅은 글루가와 일했던 방식과 동일하게 지분교환과 CPS 계약을 함께 진행했다. 이때 공시로 올라온 자료를 보고 필자가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포인트는 바로 안다르의 재무상태였다. 직원들의 사회적 문제가 종종 이슈로 나오긴 했지만, 그와 별개로 경영만 두고 보면 업력이 짧은 것도 아니고, 동네 구멍가게 수준의 매출도 아니고, 시장점유율을 수년간 1위를 했던 기업이 2019년 기준 매출액 721억, 영업손실 122억, 당기순손실 135억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걸 봤으면 매도했어야 했다...)

5월 들어서는 안다르의 지분 56%를 인수하면서 경영권을 확보했고, 매출도 2배 이상 성장하면서 손익분기를 가까운 시일내에 넘긴다는 발표가 이어졌다. 4분기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자사주 취득도 적지 않은 수준으로 하면서 주가 방어에도 힘을 쏟았다.


실적대로 주가에 오롯이 반영되면 주식이 얼마나 쉽겠나...

기대했던대로 3분기에도 어마어마한 실적이 나왔지만, 기관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연일 순매도가 이어졌다. 외국인과 개인이 나눠서 그 매물을 받아주긴 했지만 12월 초까지 매도세가 줄어들지 않았다. 최근에 와서야 기관이 다시 순매수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가는 이미 연초 대비 반토막이 났다. 이번에도 불행 중 다행인 점은 3분기 실적 발표 전인 9월초에 이미 전량 손절을 했다는게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최종 수익률 -35.9%. 여전히 에코마케팅은 기대가 큰 회사다. 앞서 소개한 두 바이오 기업과는 결이 다르다. 막말로 광고대행사 주제에 영업이익률이 30% 넘게 나오는게 일반적인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현재의 5천억대 시가총액은 분명히 저평가 영역이라고 판단중이다. 4분기 실적이 반영되어 2021년 감사보고서 발표 시즌 전후로 기관의 동향을 면밀히 관찰해본다면 다시 상승추세에 올라탈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다. 


4. 오로스테크놀로지 (322310)

반도체 전공정 오정렬 Overlay 계측장비 기업이다.

위의 한 문장에서 '반도체'와 '전공정' 이라는 단어를 제외하면 이해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다. 오로스테크놀로지에 대한 분석 글은 언젠가 따로 작성할 예정이다. 2021년에는 아픔을 줬지만, 언젠가 큰 기쁨을 충분히 줄 수 있는 기업이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간단하게만 소개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반도체 공정 중 노광공정에서 웨이퍼와 웨이퍼 위의 물질들이 회로 패턴에 따라 잘 적층되었는지 확인하고 이를 보정해주는 장비라고 설명하는게 그래도 가장 단순 명료하지 않을까 싶다. 더 쉽게 표현하면 오와 열이 잘 맞는지 측정하는 장비라는 이야기다. 다만 그 단위가 nm급으로 갈 뿐. DBO니 IBO니 디테일한 기술력은 차치하고서라도 이 회사가 뛰어든 시장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주식을 하는 사람이나, 신문의 경제 면을 유심히 읽는 사람이라면 ASML이라는 기업의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ASML이 만든 EUV 장비는 쉽게 말해 nm급의 반도체 회로를 그리기 위한 전세계 유일무이한 장비이다. 삼성전자, TSMC, SK하이닉스, 인텔 등 세계적입 파운드리 기업들이 ASML의 EUV 장비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야할 정도로 ASML이 '슈퍼 을(乙)'의 위치가 될 수 있는 이유도 이 장비 하나를 1년간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 많아봐야 50대 내외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소부장 기업 중에서는 각 영역마다 이런 독보적인 위치를 가진 기업이 종종 있는데 오로스테크놀로지가 뛰어든 계측장비 부문도 비슷한 상황이다. 미국의 KLA라는 회사가 그런 곳이다. 검사계측장비 시장 전체로 봐도 점유율 60%가 넘고, Overlay IBO 부문으로 좁혀서 보면 점유율이 90% 수준이다. 계측장비 점유율 2위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15% 내외이고, 3위가 일본의 히타치하이텍인데 7~8%를 매년 오가는 수준이다. 이런 시장에 우리 기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하니 지적호기심이 자극되지 않으면 이상하지 않은가?


자본금 달랑 46억, 장비별로 12인치 웨이퍼와 8인치 웨이퍼가 각각 대응이 가능하고, SK하이닉스와 공동개발하면서 매출도 SK하이닉스 쪽으로 90% 정도 발생하고 있었다. SK하이닉스 내에서 오로스테크놀로지의 점유율은 50% 정도로 추정되었다. 이 정도면 시가총액 5~6천억은 기본적으로 깔고, 향후 추가적인 고객사 확보 동향에 따라 매출이 성장하고 그에 따라 멀티플이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 2021년 2월, 공모에 참여했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공모주를 받았다. 2021년 초는 알다시피 시장에 유동성이 끊임없이 공급되는 시기였다. 덕분에 상장 첫날부터 강세를 보였다. 기업 내용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시초가에 더 매수했고, 2021년 상반기의 핵심 포트폴리오 중 하나로 고려했다.


문제는 뜬금없는 곳에 있었다. 회사가 너무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상장 초반에는 허니문 기간을 누리면서 주가가 강세를 보여야 하는데, 오로스테크놀로지는 IR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오정렬 부문 장비를 생산한다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영역이기도 했다. 거래량이 하루에 10만주도 되지 않았다. 수급이 부족하니 아무리 자본금이 적더라도 주가가 탄력을 받기 어려웠다. 게다가 슈퍼사이클이라던 반도체 소부장 전반이 2차전지나 메타버스 테마에 밀려서 주목을 못 받으면서 하락세가 길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기마다 실적 성장세는 분명했다. 


7월이 되고 1년의 절반을 남겨둔 시점에 이미 주가가 50% 정도 빠져 있었다. 판단이 필요했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써본 후 내린 결정은 '양봉 나올 때 마다 분할 매도로 손실을 줄이면서 빠져나오기'였다. 비중이 커서 손실이 적지 않았지만 하반기에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다른 종목으로 수익을 보자는 생각에 과감하게 내린 결정이었다. 앞서 소개한 3종목보다 더 뼈 아팠던 이유는 반도체 기업 중에서 이 정도의 실패를 해 본 주식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ㅇㅇ 자랑맞다.) 그렇게 3주에 걸쳐서 전량 매도를 하고 나니 그나마 버티고 있던 35,000원 선도 무너졌고 지난 가을에는 공모가 수준인 21,000원까지 내려왔다. 시가총액 2천억 수준. 말도 안 되는 저평가라고 생각했다. 소량이지만 포트폴리오에 담았고 약간의 수익실현을 할 수 있었다. 현재의 3천억 내외 시가총액도 사업내용과 성장성, 기술력을 고려하면 분명한 저평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거래량이 하루 10만주 내외 밖에 되지 않는 알려지지 않은 회사라는 점이 문제다. 상장한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기관 투자자나 애널리스트들도 오로스테크놀로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커버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뒤집어 얘기하면, SK하이닉스를 벗어나서 추가적인 고객사를 확보했다는 소식과 거래량 증가가 동반된다면 주가가 탄력받기에 충분한 수준의 사업 내용과 자본금 사이즈라는 점이 매우 매력적이라는 결론이다. 2022년에도 여전히 기대가 되고, 긍정적인 눈빛으로 꾸준한 관찰이 필요해 보인다.




가볍게 쓰려고 했는데, 백그라운드와 사업 내용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다보니 또 길어졌다. 

2022년 개장날이다. 박스피 전망, 미국의 금리인상과 부양책 종료로 인한 하방 압력,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올해도 쉽지 않은 시장 환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트나 틱 분석 같은 점쟁이 같은 투자가 아니라 명확한 사업 내용의 분석을 기반으로 투자한다면 최소한 잃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부디, 올해도 대한민국 개미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기초가 단단한 투자를 통해서 부자가 되시길 바라고 또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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