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아이의 봄(2023.03-2023.05)
쿨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욕심 많고 경쟁적이며 화를 잘 내고 할 말 하지 못할 말 가리지 못하는 등등. 구구절절 사연팔이는 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에 대한 말,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아무 말도 꺼내지 않겠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타인에게 덧붙일 말은 이제 없다. 결국 나 자신이 비난받을까 봐 무서워서 하는 이야기다. 여기에 아이에 대한 배려는 없다. 모두 나를 보호하고자 하는 말들이다.
“도서회에 가고 싶니?”
“갈 거야.”
“그럼 지난번처럼 다른 사람을 방해하면 안 돼. 중간에 단상으로 나오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짜증을 내면 안 돼. 규칙을 잘 지킬 수 있으면 가고, 그럴 수 없다면 가지 말자.”
“규칙 지킬게. 가자.”
지난주 소란(https://brunch.co.kr/@tocpoky/226)에 이어 아이를 데리고 도서회 모임에 갔다. 앞에서 두 번째 줄, 맨 왼쪽에 아이가 자리를 잡았다. 나는 맨 뒤에 다른 학부모 몇 명과 나란히 서 있었다. 이날 활동을 맡은 서너 명의 학부모가 앞에서 책을 읽었다. 그중에는 나와 친분이 있는 학부모도 한 명있었다. “책 읽어주는 엄마가 자랑스러워서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은 속마음도 있을 거예요.”라고 문자를 보낸 사람이었다. 나는 “아이가 도서회 모임 규칙을 잘 지킬 수 있겠다고 약속한다면 아이를 다시 데리고 갈게요.“라고 대답했다.
책을 다 읽은 뒤 책과 관련된 퀴즈를 맞히는 시간이 있었다. 생전 참여하지 않던 아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여러 명의 아이들이 손을 드는 바람에, 내 아이가 바로 불리지는 않았지만, 그 사이사이 아이가 짜증 섞인 소리를 몇 번 내긴 했지만, 아이는 여러 번 손을 들어 결국 퀴즈의 답을 말했다. 정답 없는 문제였다. 무엇이든 정답이 될 수 있었다. 나는 아이를 쳐다보지 않고 단상 쪽을 바라보았다. 그때 아이를 보며 살며시 미소를 짓는, 그 학부모가 보였다. 손을 드는 것을 넘어, 엉덩이까지 들썩거리는 아이의 모습을 귀엽게 바라보는 한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다. 고마웠다.
도서회 모임이 끝난 후,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한 아이를 가볍게 칭찬한 뒤 밖으로 나왔다. 도서관에서는 열댓 명 정도의 학부모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보통 때 같으면 친분이 있는 학부모에게 다가가 알은 체라도 했을 텐데,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바로 자리를 뜨는 것으로 생각을 바꿨다. 어떻게 이런 식의 결론이 났는지는 나도 이해할 수 없지만, 나는 그냥 쿨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그 자리에서 자신의 책임은 다하지만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아웃사이더. 어쩌면 대단히 차가운....
또다시 사람을 찾는 날이 오겠지.
아마도 곧.
지금은 멘탈 관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