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을 앞두고 여러 생각
2025년 1월 14일 책이 나온다.
제목은 독특한 아이의 세계.
1.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원고를 완성한 게 2023년 여름이었으니까. 2023년 겨울, 출판사 요청으로 대대적으로 원고를 수정해서 다시 보냈고, 이후 적당한 편집자를 찾는 데만 몇 개월이 걸렸다. 출판사 대표님과 원고를 거쳐 간 네 명의 편집자,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모두 감사하다. 공교롭게도 책이 나오는 날, 베트남으로 짧지 않은 여행을 떠난다. 책을 출간한다고 내 인생에 변화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마도 평소와 같이 흘러가겠지. 속에서만 살짝 붕- 뜨는 기분을 안고 지금 여행 준비를 하고 있다.
2.
제목에 대한 비하인드. 제목 후보 중 "독특한 보통의 아이"가 있었다. 출판사 대표님도 좋아했고 나도 마음에 들었지만 최종적으로 "독특한 아이의 세계"가 되었다. 아이를 규정한다는 느낌이 걸린다는 의견 때문이었다. "독특한"과 "보통의"라는 상반된 단어의 조합에 끌렸으나, 지금 보니 아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세계란 의미로, 이 제목도 괜찮은 것 같다. 독특한 아이의 세계를 존중해주고 싶다.
3.
이제 곧 초등학교 4학년, 나는 요즘 '아이'보다는 '학습'에 신경 쓰고 있다. 영어 학원은 어디가 좋고, 수학 학원은 어디가 잘 가르치는지. 테스트 일정도 잡았다. 그동안 학원을 다니지 않은 건 아니다. 줄넘기와 피아노 학원을 다녔고, 미술과 영어는 가정에서 가르치는 선생님께 보냈다. 친구들과 함께 노는 듯, 공부하는 듯 시간을 보냈는데, 4학년을 앞두고 이 같은 방향에도 변화가 생겼다. 아마도 아이는 영어와 수학 학원을 다닐 것이다. 학원에서 적응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 한 움큼 피어오르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므로 신경 쓰지 않는다. 아이가 적응할 수 있는 선에서 무리하지 않으려 한다.
4.
아이에 대한 이야기 하나 더. 친구에게 전하고 싶은 우정의 메시지를 쓰라는 숙제에, 아이가 베스트 프렌드의 이름을 쓴 뒤 "사랑해"라고 적었다. "좋아해"로 고치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동성 친구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자폐인이 비자폐인과 비교해 동성애적 지향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떠올리는 내가 정말 싫다. 그동안 자폐에 대한 책을 너무 많이 읽었나? 성적 지향이 개인의 선택이라는 입장에 대해 근본적으로 동의하지만, 나는 내 아이가 또 하나의 '소수성'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지 않다. 두렵다.
5.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하루 두세 시간, 글을 쓰지 않을 때도 많았지만 루틴처럼 도서관에 앉아 책을 읽고 뭔가를 끄적거리곤 했다. 인스타에 게시물을 남기고 릴스도 올렸다. 그렇게 시간을 버텼다. 지금은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책 홍보도 해야 하는데... 일단 뭐든지 하자. 그중 하나로 스레드(threads.net)를 시작했다. 브런치와 인스타, 그리고 스레드까지... 좀 많은 듯 하지만 부지런히 해보자. 이것저것 하다 보면 뭐든 되겠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나을 테니까.
마지막으로 브런치 구독자분들께,
고맙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