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4 아이의 봄(2025.03-2025.05)
신경다양성
신경다양성은 뇌신경 발달 차이에서 발생하는 신경발달장애를 결함이 아닌 신경다양성으로 인정하자는 운동이다. 신경다양성에 포함되는 장애는 대표적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ADHD, 난독증과 난산증을 포함한 학습장애 정도, 여기에 양극성장애, 조현병, 지적장애의 포함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은 것으로 안다. 특히 지적장애의 경우에는 자폐와 공존하는 경우가 많아, 지적장애를 어느 정도까지 고려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명쾌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신경다양성은 호주의 사회학자 주디 싱어 Judy Singer 가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다.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은 딸을 키우며, 자신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것을 깨달은 그는 자폐증적 성향이 공감 능력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며, 자폐의 범주가 다양한 지적 능력을 포괄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하다는 말을 듣는 사람들, 가령 똑똑하지만 사회적으로 서투르거나, 자신만의 흥밋거리에 빠져 일상적인 것에 관심이 없거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언제 끼어들지 모르는 등. 개인적으로 주디 싱어가 말한 신경다양성의 초창기 개념은 기능적으로 뛰어난 자폐 스펙트럼 장애(과거 아스퍼거 증후군)를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
이 개념이 확대되어 지금은 자폐 스펙트럼은 물론 ADHD와 학습장애, 양극성장애, 조현병, 지적장애까지 아우르게 되었지만, 범위가 커진 만큼 신경다양성을 주장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한다. 일례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만 해도 그렇다. 안타깝게도 중증 자폐와 경증 자폐의 삶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ABA 치료를 통해 일상적인 기술을 습득하길 원하는 중증 자폐 아동의 부모와 ABA 치료가 자폐인의 정체성을 가로막고 그들이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아스퍼거 증후군 사이에는 크나큰 괴리가 있다. 나는 이런 간극이 아프다. 솔직히 중증 자폐인들에겐 치료적 접근과 같은 지원이 절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시 내 얘기를 하자면, 아이는 의학적으로 자폐지만 사회적으로는 자폐이면서 동시에 자폐가 아니다. ADHD로 의심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자폐를 알아채는 사람은 전문가뿐, 그만큼 자폐적 성향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그럼에도 나는 아이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한다. 아이는 지금도 사회성 관련 수업을 듣고 있고, 가능하면 청소년기까지 지속하려 한다. 아이가 자랄수록 사회적 상황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당장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요구하는 사회성은 차이가 있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의 사회성은 반복 훈련만으론 불가능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아이의 상황은 이렇지만 자폐를 포함한 신경발달장애의 세계에서 내 아이는 발붙일 곳이 없다고 느낀다. 배부른 사람의 불만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되도록 말을 아낀다. 혹시나 내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까 봐.
더불어 자폐에 대해 사회가 갖고 있는 온갖 편견도 두렵다. 자폐가 한눈에 드러나는 수준도 아니고, 자폐라 말한다 해도 아이가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없기에, 차라리 자폐인 듯 아닌 듯 숨죽여 살아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적 있었다. 적어도 혐오와 차별적 시선을 피할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이 세상에 바라는 것이 없었다. 그저 살아내기 위해 나와 내 아이가 피, 땀, 눈물 흘리며 세상에 맞춰가야 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신경다양성에 매달렸다. 언젠가 아이의 다름을 드러내야 할 때 움츠리지 않고 말하고 싶었다. 자폐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낡고 너덜너덜해진 인식에서 벗아나길 원했다. 프리즘을 통과한 빛이 여러 색상을 내는 것처럼, 자폐도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는 '스펙트럼'이란 단어는 자폐에 묻혀 제 기능을 잃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줄여서 '자스'라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현재의 '자스'는 과거의 '자폐'와 하등 달라진 게 없다고 느낀다.
이 같은 이유로 신경다양성에 대한 논란은 많지만 그래도 나는 신경다양성이라고 말하길 주저하지 않겠다. 자신의 어머니도 자폐 진단을 받지는 않았지만 의심했고, 자신도 자폐이면서 동시에 딸도 아스퍼거 증후군이었던 주디 싱어가 신경다양성이라는 용어를 만든 이유를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자폐가 가진 한정적 의미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비로소 자폐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펙트럼이란 이름 그대로 하나의 거대한 다양성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