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내 새끼

초4 아이의 봄(2025.03-2025.05)

by 하이리



일명 '금쪽이'로 통하는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았다.



방영 전부터 자폐가 의심된다는 연예인의 아이가 나온다고 했다. 주인공은 이상인의 아들. 아들 셋 육아에 지친 엄마와 자페 스펙트럼이 분명해 보이는 첫째가 등장했는데, 예고만 봐서는 확실치 않지만 첫째를 닮아가는 둘째에 대한 이야기가 다음 편에 방영될 듯하다. 자폐 형을 따라 하는 동생이라... 이 아이도 자폐인가? 다음 편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겠지.


느린 아이를 키우는 커뮤니티에는 첫째에 대한 글이 많았다. 시골에 내려가지 않고 조기개입을 했으면 첫째가 지금보다 나았을 것 같아 안타깝다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21개월, 비교적 이른 시기에 조기개입을 시작한 내 입장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이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하겠다.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아이가 발달센터를 다니지 않았으면, 이 정도로 클 수 있었을까 남편에게 물은 적 있다. 남편의 대답은 단호했다. 절대 이렇게 못 컸을 거야. 나는 잘 모르겠다.


21개월 언어치료 주 1회를 시작으로 3개월 간격으로 놀이치료와 감각통합을 추가했고, 다시 3개월 뒤 언어치료를 주 2회로 늘였다. 주 4회 조기개입 스케줄이 완성된 된 게 30개월 무렵, 이후 많을 때는 주 5회, 적을 때는 주 3회 정도 발달센터를 다녔다. 그런데도 이런 의문이 들었다. 만약 아이가 조기개입을 받지 않았다면 한눈에 띌 만큼 자폐적 특징이 두드러졌을까? 아니면 지금과 비슷한 수준의, 경한 자폐적 특징을 보였을까?


아이에겐 의미 없이 책장을 넘기는 반복행동도 있었고, 눈을 흘겨서 보는 감각추구도 있었고, CD를 반드시 1번부터 들어야 고집과 교통 표지판 같은 기호에도 강한 집착을 보였다. 오은영 선생님이 자폐의 특징으로 언급한 RRF, 반복성(Repetitive)과 자신만의 의식(Ritual), 집착(Fixation)을 갖고 있었다는 의미다. 지금도 물론 이런 특징이 남아 있지만, 학교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 만큼 희미해졌다. 그런데 그게 정말 조기개입 덕분일까? 자폐는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그럼 조기개입은 어떤 역할을 했던 걸까?


조기개입의 중요성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다. 누구보다 조기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같은 선택을 하겠지만, 조기개입을 받은 자폐 아동과 그렇지 않은 동일 아동의 예후를 확실히 비교할 수 없다는 점에서 모호함을 느낀다. 집중적인 조기개입에도 중증 자폐로 남은 아이에 대해 알고 있다. 조기개입 없이도 자폐인 듯 아닌 듯 살고 있는 아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아는 게 없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조기개입을 하지 않아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라는 게 그나마 현실적인 조언이다. 아이가 자폐일까? 아닐까? 의심하다 처음으로 찾아간 정신의학과 선생님의 말을 기억한다. "가장 큰 문제는 애가 말을 못 한다는 거예요." 내 생각도 비슷하다. 다른 건 모르겠고 언어 능력만큼은 조기개입을 통해 도움을 받지 않을까? 자폐 스펙트럼 아동의 예후가 긍정적인 조건으로 만 48개월 이전에 언어가 트인 경우를 드는데, 언어 능력 또한 선천적으로 타고난 영역이라 말하는 전문가도 있지만, 나는 적어도 조기개입을 통해 언어 능력을 일정 부분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말을 해야 뭐든 도와줄 수 있다. 그다음에 세부적으로 지원할 부분을 찾으면 된다.


어떤 아이들은 집중적인 조기개입에도 별 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기도 한다. 나는 모든 자폐 아동이 조기개입을 통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은 하지 못한다. 그건 내가 언급할 수 있는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비슷한 의미로 치료적 개입을 더 많이 해야 효과가 있을 거라는 말도 못하겠다. 결과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니까. 다만, 조기개입을 하는 과정에서 지치지 않기를, 혹여 조기개입의 시기를 놓쳤다 하더라도 스스로를 탓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어찌 됐든 살아야 하니까.



지금이라도 하면 됩니다.
앞으로 자랄 날이 셀 수 없이 많이 남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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