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교육, 수학 학원을 등록하며

초4 아이의 봄(2025.03-2025.05)

by 하이리



흥미롭네요.
수학 감각은 있는 것 같은데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아요.



수학 학원 레벨테스트 후 받은 피드백이었다. 두 곳에서 시험을 봤는데 나머지 한 곳에서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놀라지는 않았다. 수학에 대한 감각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 막상 이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마냥 좋았다. 정말 너에게 그런 귀한 능력이 있는 거니? 어렸을 때부터 숫자를 좋아했지만 자폐 아동이 갖고 있는, 사라지면 좋을 집착이라 여겼다. 이제는 반대다. 그 집착이 아이의 강점이 되고 있다. 그리고 곧 내 안의 욕망이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예민하고 까다로운 아이를 둔 덕분에 언제나 몸을 사렸던 나는, 공부 잘하는 자식을 둔 부모의 발걸음이 왜 그토록 자신감 넘치는지 이해가 갔다. 아이가 인정받는 기분이란 이런 것이구나.


그즈음 황소라는 학원에 대해 알게 되었다. 지인이 말했다. 황소에 다니는 것만으로도 아이들 자부심이 장난 아니라고. 실제로 한 아빠가 아이에게 "너 바로 학원 가야지?"라고 했더니 그 아이가 이렇게 대답했다. "아빠, 학원이라고 말하지 말고 '황소'라고 말해야지." 거짓말 안 보태고 내 코 앞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곧바로 황소에 대해 찾아보았다. 실은 황소만 찾은 게 아니었다. 초등학교 수학 잘하는 법을 키워드로 사흘 밤 내내 유튜브를 보았다. 평소 10시면 아이와 함께 잠드는데 나는 아이를 재우고 기어이 다시 일어나 자정 무렵까지 유튜브에 빠졌다. 초등학생 엄마표 수학부터 대치동 수학 학원 선생님과 원장님의 강의, 여러 교육 전문가의 조언을 거쳐 나중에는 일타 강사 정승제와 현우진까지 왔다. 그중 핵심은 단연 황소 소개 동영상이었다.


혹시 내 아이도 황소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없었다는 말은 하지 못하겠다. 그 어렵다는 입학시험에 합격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사회성이 바닥이니 수학에서라도 네 능력을 발휘해 줘, 와 같은 심정이랄까. 동시에 이곳이 내 아이가 갈 곳은 아니라는 확신도 강하게 들었다. 운이 좋아 입학시험에 통과하더라도, 가뜩이나 경쟁심 강한 아이에게는 플러스보다는 마이너스가 많은 곳이었다. 이기고 싶은 마음만 강할 뿐 막상 노력하라고 하면 제대로 하지 않을 아이, 자신보다 잘하는 다른 아이들을 보며 자기는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다고 좌절감에 빠질 아이가 눈앞에 그려졌다.


마침 추천 동영상으로 KBS 추적 60분이 올라와 있었다. 7세 입시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내용 중 황소가 나왔다. 학원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누가 봐도 황소였다. 영상을 보면서 나 또한 방송에 나온 엄마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애 공부 잘해요. 황소 다녀요." 이렇게 자랑하고 싶었나 보다. 학원 한번 제대로 다녀본 적 없는 아이를 두고 황소에 보낼 생각을 하다니! 내 머리가 잠깐 어떻게 되었던 걸까? 성격이 유별나서 피아노나 미술학원을 알아볼 때도 1:1이나 소수로 운영되는 곳을 택했던 던 내가 말이다. 이런 글을 쓰면서도 마음 저 깊은 곳에서는 공부 잘하는 애들이 부럽다. 부모의 욕망이란 끝이 없다. 그래도 지금, 내 현실을 직시해야지.


혹시나 아이가 가진 수학적 감각을 묻어두는 게 아닌가 싶어서 1:1 다름없는 사고력 학원에 등록했다. 그 학원은 인기가 없는지 같이 수업 듣는 학생이 우리 애 포함 달랑 두 명. 수학 잘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아이는 다행히 학원을 좋아했다. 이 정도면 됐다. 나는 여기에 안주하려고 한다. 낭중지추라고 수학적 감각이 있으면 언젠간 뚫고 나오겠지. 아님 말고.



언제 다시 욕망에 흔들리지 모르지만
일단 아이의 속도대로, 부모의 욕심이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