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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동그라미 육아

written by 지니 킴

by 하이리



《하버드 동그라미 육아》는 미국 교육 현장에서 교사 및 디렉터로 활동한 지니 킴 박사가 쓴 책이다.


직전에 읽은 《천근아의 느린 아이 부모 수업》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발달지연과 발달장애를 동시에 다룬 점은 같지만 천근아의 경우 의학적인 접근을, 지니 킴은 교육적인 접근을 강조한다는 게 차이다. 특히 작가는 다양성에 방점을 찍는다. 평균이라는 틀에 맞춰 아이의 발달을 바라보지 말라는 문장이 대표적이다. 다만, 현실을 고려할 때 평균이라는 틀을 무시하기가 쉽지 않다. 조금이라도 뒤쳐지면 도태되는 이 세상에서 부모들은 발달 초기부터 온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일시적인 발달지연이라면 발달을 끌어올려야 하고, 발달장애라면 가능한 빠른 시기에 개입하여 발달 간 격차를 줄여야 한다.


많은 발달 관련 육아서에서는 수치를 통해 아이들의 시기별 성장 모습을 소개합니다. 몇 개월에는 무엇을 하고 몇 세에는 어떻고라는 식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수치들로 아이들의 다양한 발달 양상을 담아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는 아이가 태어나서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즉 0세부터 7세까지 아이들의 다양한 발달 양상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발달 이정표대로 크지 않는 아이들, 그러니까 특정 분야에서 발달이 빠르거나 느린, 또 예민하거나 그 반대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흔히 하는 고민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p23


그런 의미에서 아이가 발달지연인지 발달장애인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대한 작가의 답은 명쾌하다. 정상 발달은 연령 개월 수가 올라감에 따라 아이의 발달 개월 수도 정비례해서 올라가고, 발달지연의 경우에도 연령 개월 수에 따라 꾸준히 발달해 그 격차가 어느 정도 유지되는 반면, 발달장애는 연령 개월 수가 올라갈수록 정상 발달과의 발달 개월 수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여기에서 정기적인 검진 없이는 격차의 수준을 추적하기 힘들다는 점이 핵심이다. 결국은 아이가 평균과 비교해 빠른 지, 느린 지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고 관찰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나는 오히려 발달장애인가 아닌가의 관점이 아니라, 문제행동인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판단이 보조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작가가 제시한 바에 의하면, 첫째 특정 행동이 자신이나 타인을 해하는 경우, 둘째 특정 행동이 일상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 셋째 특정 행동이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경우, 넷째 이 같은 행동이 3-6개월 이상 지속되어 부모의 일상에도 타격을 입히는 경우다. 행동 발달은 인지, 언어, 사회 정서, 신체 발달 등 주요 발달 영역에 의해 포괄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중요하다. 게다가 행동은 겉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니 인지하기도 수월하고 적기 개입이 가능하다. 다만 동일한 행동을 하더라도 개인에 따라 이유가 다를 수 있으므로, 행동의 주된 원인을 찾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작가는 인지부터 언어, 사회 정서, 신체, 자조, 행동발달 총 6가지 발달을 구분하고, 각 발달에 해당하는 여러 고민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가령 또래에게 관심이 없거나, 몸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거나, 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 등. 작가가 제시한 여러 솔루션 중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감정 표현과 조절이 어려운 아이를 위한 STOP 요법이었다.


Stop: 두 손을 꼭 잡거나 자기 몸을 감싸거나 그 장소를 떠나는 등 화가 나는 순간 일단 멈춤.

Take a breath: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3초가 그대로 있다가 천천히 내쉬며 호흡.

Observe: 화가 나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어떻게 표출하는지 관찰

Practice mindfulness: 격한 마음과 행동을 누그러뜨리는 마음 챙김


마지막으로 작가는 아이들에게 꼭 가르쳐야 할 5가지 요소를 제시한다. 인성 Character, 습관 Habbit, 상상력 Imagination, 배움 Learning, 마지막으로 다양성 Diversity. 영어 앞 글자를 따서 CHILD. 모두 필요한 요소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양성에 방점을 찍고 싶다. 아이가 생후 3개월만 되어도 같은 인종의 얼굴을 선호한다는 미국의 심리학자 필리스 카츠와 제니퍼 코프킨의 연구 결과가 있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고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경험이 필요하다.


나는 통합교육이 그 단초가 되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한 학년에 한 반 정도로 통합반이 운영되는 게 현실이라면, 적어도 각 학년 모든 반이 통합반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특수교육 대상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ADHD를 비롯해 경미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 난독증과 난산증을 포함한 학습장애 아동이 특교자로서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신의학적으로 ADHD와 자폐 스펙트럼 진단 범주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에 해당하는 아이들도 특교자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 주변에 다름이 빈번해질수록 다름에 대한 무지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아이의 친구 중에 운동에 대한 감각은 있지만, 학습 능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아이가 있다. 겨우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의 엄마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리 애 인생에서 공부는 이미 글렀어." 학습이 더딘 아이의 학교 생활은 아마 수월하지 않을 것이다. 공부 열심히 해서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이 대다수의 목표인 우리나라에서, 공부가 아닌 다른 능력으로 인정받는 일은 녹록지 않다. 다름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 수록, 학습 능력이 부족한 아이도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다. 다름에 대한 관대함이 꽃피우면 말이 늦어도, 행동이 굼떠도 눈치 보지 않고 살 수 있다. 평범을 따르는, 나아가 이제는 모범을 향해가는 촘촘한 체를 성글게 만들 수 있다.


과연 평균 백분율이 부모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그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중략) 통합 학교에서 일했기에 전교생 중 75%는 일반적인 아이들, 25%는 다양한 발달 지연 및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었습니다(대다수는 언어 발달 지연이었고, 일부는 약간의 자폐 성향아 있는, 소위 말하는 경계선 아이들이었습니다).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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