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정소연
자폐스펙트럼 + ADHD + 경계선 지능 = 절망 3종 세트? p38
아들만 셋, 그중 둘째 아들 다온이가 절망 3종 세트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작가는 교실이 아닌 집에서 센터에서 어린이집에서 다온이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자폐라는 전제로 치료하라는 의사 선생님의 충격적인 말을 들은 뒤, 골든타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 고작 삼일 만에 일어나 몸을 추슬러야 했던 엄마. 5인 가족이 샤브샤브 집에 가서 2인분을 시키고 고기만 조금 추가해 먹을 만큼 돈을 아끼면서도 다온이의 ABA 치료비인 회당 8만 원은 서슴지 않고 내던 엄마. 갈대처럼 휘어졌다가 신문지처럼 구겨졌다가 낙엽처럼 바스라지더라도 용케 행복을 찾아가는 엄마.
느린 아이와의 일상은 갈대처럼 휘어졌다가, 신문지처럼 구겨졌다가, 낙엽처럼 바스라지기를 반복하는 일이다. 그래도 나는 그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p233
자폐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쓴 에세이를 종종 읽는다. 이제는 안 그럴 만도 한데 읽을 때마다 꼭 운다. 자폐를 의심하고 병원에 가고 발달센터를 다니고 결국 진단을 받고.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은 비슷하다. 그런데 작가마다 다른 맛이 난다.
“내 인생 가장 소중하고 특별한 손님”을 쓴 김보미 작가에게는 ‘반짝이는 인간미’을, “사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의 류승연 작가에게는 ‘단단한 의지’를, “시후 엄마, 김혜민 경찰입니다”의 김혜민 작가에게는 ‘포근한 위로’를 받았다. 이번에 읽은 “발달은 느리고 마음은 바쁜 아이를 키웁니다”의 정소연 작가에게는 ‘관대한 어른’을 느꼈다. 그리고 다온이를 키우며 만난 좋은 사람들을 보며 그래도 살만하다는 위안을 받았다.
특히 ‘솔직히 말해도 우리 아이를 받아줄 수 있나요?’를 읽으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글은 어린이집 입소 상담에서 연거푸 네 번을 거절당했던 다온이 엄마가 다섯 번째로 방문한 어린이집에서 있던 일을 담고 있다. “우리 아이는 자폐스펙트럼에 ADHD와 경계선 지능 장애가 있어요”라고 조용히 읊조리던 다온이 엄마를 향한 원장 선생님의 한 마디. “어머니, 그럼 다온이의 장점은 뭔가요!”
아이의 부족한 점에 매몰되었던 사람은 알 것이다. 다른 관점으로 아이를 보게 만드는 이 말이 얼마나 귀한 지. 세상은 아이가 가진 단점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언어로 행동으로 들쑤시지만 그럼에도 아이에게는 장점이 있다. 그것이 한 톨에 지나지 않더라도 부모는 그것에 의지해 살아갈 수 있다. 하루하루 한걸음 또 한 걸음.
그리고 또 하나. 힘들 때마다 작가 곁을 지켜주었던 남편의 존재가 있다. 술에 취해 신세 한탄을 하면서도 “하지만 있잖아. 힘든 것과 불행한 건 다른 거야. 난 행복한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남편. 작가도 남편도 선생님도 나에겐 모두 본받고 싶은 어른이다.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나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살 것이다. 불행 속에서 행복할 순 없지만 그 속에서도 좋은 사람일 수는 있을 테니까. 그래, 그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중략) 행복은 늘 나를 비웃듯 모래처럼 물처럼 손가락 사이로 달아났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오직 나의 의지와 노력만 있으면 되는 거였다.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행복해지는 것과 달리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어떤 조건에서든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일이어서 좋았다. 신기하게도 행복을 포기하자 소소한 행복들이 들꽃처럼 피어났다. p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