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노현재
ADHD에 관한 여러 논란과 견해 또한
‘약물 치료냐, 행동 치료냐’처럼 이분법으로
나누어 정답을 고르기보다는,
‘어떤 사람이’, ‘어떤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받을 때 가장 효과적인가를
고민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p61
정신과 의사이자 ADHD 당사자가 쓴 ADHD인을 위한 가이드다.
저자는 의과대학 시절 주변의 권유로 ADHD 검사를 받았다. 학창 시절에는 잔돈을 잃어버리고 딴생각에 빠지며 꼭 해야 할 일들을 놓치곤 했는데, 대학에 와서야 이것이 ADHD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이후 저자는 약물 치료를 시작했고 현재까지도 약을 복용하고 있다. 덧붙여 근본적 변화를 위해 행동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약물이 즉각적으로 증상을 완화해 준다는데 굳이 행동치료까지 할 필요가 있나요?”
진료 중 종종 받는 질문입니다. ADHD로 나타나는 문제를 그때그때 덮지 않고 삶 전반에 걸친 습관의 변화를 이루려면, 행동치료가 따라와야 합니다. p57
약물을 통해 집중력과 주의력이 늘더라도,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세수를 하고 학교나 직장에 가고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일을 처리하고 잠을 자는 것과 같은 일상의 기반이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을 경우, 약물이 제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를 통해 행동치료를 받을 수도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마음 가짐을 달리하는 것만으로도 행동치료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일이 잘못되었을 때 자신을 탓하기보다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태도다. 저자는 그것을 ‘자책하는 언어’가 아닌 ‘해결하는 언어’라고 말한다. 그다음은 스몰 스텝이다. 아주 작은 것을 이뤄가면서 성취감을 맛보는 과정이다. 설사 목표한 것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종전보다 나아진 그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한다. 한마디로 자신에 대해 긍정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다.
ADHD는 반복되는 실수와 지적에 부정적 자아상을 가지기 쉽다. 그럼에도 저자가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엄마 덕분이었다. 사실 저자의 엄마 또한 ADHD 증상을 갖고 있었는데 저자가 뭔가를 빠트리거나 잃어버렸을 때 엄마는 이렇게 말하곤 했단다. “괜찮아.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단다. 착하기만 하면 돼.” 나는 이 말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괜찮아. 많은 걸 바라지 않아. 네가 노력했다면 그걸로 된 거야.”
책 자체는 쉽게 읽히고 ADHD 당사자이자 정신과 의사가 썼다는 점에서 신뢰감을 주지만 내용 면에서 특별한 감흥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며 내가 가진 단점 대신 강점을 생각하라는 말이 여느 심리서적과 다르지 않아서였다. 이렇게 보니 ADHD라는 것도 그리 유별나게 보이지 않는다. 당연한 말이다. ADHD는 그저 조금 다름일 뿐이니까. 애석하게도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테지만…
아이를 두고 ‘아 맞다, 자폐였지?’라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었다. 자폐 진단을 받았지만 자폐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말도 안 듣고 산만한 데다 늑장을 부리며 친구들 사이에서 겉돌지만, 몇 가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여느 아이와 비슷해 보였다. 만약 자폐라는 진단을 오픈한다면 누군가 이렇게 반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정도는 자폐 아니에요. 이에 대한 내 대답은, 요즘에는 그 정도도 자폐라고 해요.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으니 자폐 맞아요.
진단은 문진표와 심리 검사, 의사와의 면담 등을 종합해 이루어집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주관이 들어가기도 하고, 환자나 보호자, 혹은 의사마다 관점이 달라지기도 하죠. 어떤 의사는 이 정도면 ADHD로 봐야 한다고 말하고, 또 다른 의사는 아직은 단정 짓기 이르다고 반박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ADHD처럼 보이는 증상이 꼭 ADHD에서만 오는 건 아닙니다. 우울과 같은 기분 문제나 불안, 강박, 수면장애 등 다른 정신 건강 문제가 겹쳐도 집중력은 흐려질 수 있습니다. p45
ADHD는 스펙트럼 장애이므로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다. 한마디로 모호하다. 자폐 스펙트럼도 상황은 비슷해서 어디까지 자폐인지 선을 긋기 힘들다. 확실한 사실은 일상생활에서 현저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 약물 복용이든 행동 치료든 상담이든 그에 맞는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자폐와 ADHD가 비슷한 부류라고 느낀다. 둘 다 전전두엽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폐와 ADHD가 공존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게 바라보지 않는다. 자폐와 ADHD는 다르다. 자폐는 심각한 장애이고 ADHD는 비교적 경한 장애다. 자폐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둘 다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 둘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차이가 나와 같지 않음을 알고 있다. 특히나 고기능 자폐는 설 곳이 없다. (스레드에서 자폐 호소인이라는 표현을 봤는데 나도 비슷한 마음이다. 자폐라 말해도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기실 자폐라고 알렸을 때 플러스되는 점보다는 마이너스되는 점이 훨씬 많다.)
그런데도 언젠가 자폐 당사자이면서 정신과 의사가 쓴 자폐에 관한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인생을 어느 정도 이룬 성인 자폐 당사자가 커밍 아웃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저항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아예 진단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을 테고. 부끄럽지만 내 아이 또한 커밍아웃하지 않기를 바라므로.
자폐든 ADHD든
자신을 오픈하는 것에 대해 고민할 필요 없는 세상이 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