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이해영
30개월 무렵 첫 어린이집을 선택할 때, 나는 특수교육지원을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무작정 집 근처 어린이집 몇 군데를 알아보았고 그중 규모가 작은 민간 어린이집을 선택했을 뿐이다. 아이가 말이 느려서 발달센터에서 수업을 받는다는 말씀을 드린 뒤, 조금은 무성의한 첫 기관 생활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적합한 교육적 지원을 했는가에 대해서 자신은 없다. 아이는 무리 속에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다 왔는데 나는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해 일단 마음을 놓았다.
만약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하지 못했다면 아마도 특수교육지원 신청을 하지 않았을까. 그제야 맘카페를 들락거리며 부랴부랴 정보를 찾고 주변을 수소문해 기관을 찾지 않았을까. “느린 아이 행복 수업”은 바로 이 시점, 아이를 어디에 보내야 할지 고민 많은 부모님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특수교육을 고려하는 부모님이 생각하는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 일반 유치원의 통합반이나 특수학급 또는 특수학교의 유치원에 입학하는 것이다. 통합반은 일반 아이들과 함께 활동한다는 점이 특징이고 특수학급은 개인 맞춤형 활동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다음으로 특수학교 유치원이 있는데 사실 이 부분은 책을 읽기 전에는 잘 몰랐다. 유치원에 만 3세 미만 영아반이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영아가 다닐 수 있는 곳은 어린이집 밖에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이 책은 20년 넘게 특수학교 유치원에서 근무한 선생님의 교육 일지로, 책을 읽다 보면 유치원에서 보내는 아이의 하루가 선연하게 그려진다. 특수유치원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특수교육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특수교육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경험할 수 있다. 일반 유치원에서는 찾기 힘든 두 살 아이에 대한 사례도 종종 등장해 어린이집 내 적용도 가능하다.
책을 읽으며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특수교육이라는 자리를 묵묵히 지킨 선생님에게 존경심을 느꼈다. 장애 진단을 받은 아이의 부모가 겪는 심리적 변화 5단계(충격과 부인-분노와 원망-타협-좌절과 낙담-수용)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던 것은, 선생님 또한 이 같은 과정을 부모를 만날 때마다 무수히 반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이유는 조금씩 다르더라도 밀려오면 넘고 또 넘는 마음의 파도가 선생님에게도 있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던 것은 아이들이 각자 품고 있는 꽃씨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각자 품고 있는 꽃씨를 틔우는 시기와 방법이 다를 뿐이다. 아이들이 꽃씨를 잘 틔울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다. P11
어른의 역할을 하려면 아이가 가진 특수성보다 보편성을 먼저 바라봐야 한다고 믿는다. “장애가 있는 아이에게는 장애 특성으로 인한 특수성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가지는 보편성도 있다. 그들을 교육하려면 보편성과 특수성을 함께 바라보아야 한다.” 책을 읽으며 다시금 느꼈다. 특히 부모가 장애라는 특수성을 먼저 떠올리며 아이를 바라보면 아이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말은 나에게 건네는 조언 같다. 감사하다. 아이가 가진 보편성을 바라보게 해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