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5 아이의 봄(2026.03-2026.05)
"누가 누구와 싸웠대." "걔는 맨날 시비를 걸더라." "그 애랑 같은 반이 되면 안 되는데…"
엄마들 모임에서 종종 등장하는 이야기다. 솔직히 그런 화제에 구미가 당기긴 했다. 다른 아이들에 대한 정보가 도움이 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인가 내가 그 아이들의 쉴드를 치기 시작했다.
"그 애가 그렇게 못돼 보이진 않던데요. 철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닌가요?"
나는 자꾸 반기를 들었다. "그러게, 좀 못됐네요"식의 맞장구만 쳐주면 그만인 일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차마 그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엄마들이 빌런이라 칭하는 그 아이가 내 아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찔림의 작용이었다. 모범생과 거리가 먼 아이니까. 그 누군가 아이를 두고 저런 말을 할 것 같았다. 실제로 아이가 학교에서 누구와 심하게 다퉜다는 말을 전해 들은 적 있었다. 그것도 반년이나 지난 시점에. 그런데 다른 엄마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나만 모르고 있었다.
인간관계 중 가장 난도가 높은 관계가 바로 또래 아이를 키우는 동네 엄마들인 것 같다. 조금씩 정리를 하고 있다. 어쩌면 너무 늦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나는 엄마들에게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었다. 이유는 아마도 아이 때문일 것이다. 예닐곱 명, 함께 만나 차를 마시던 엄마들은 조금씩 자신과 맞는 사람들을 찾아갔다. 자신의 아이와 잘 어울려 노는 아이를 둔 엄마들끼리 먼저 흩어졌고, 누구와 어울려도 무난한 유순한 아이를 둔 엄마들도 연이어 사라졌다. 이들이 함께 오가는 모습을 마주친 적이 여러 번이었다. 눈인사를 나누며 지나치면서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이제 남은 건 유치한 행동으로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의 엄마, 그리고 애초부터 모임에 잘 참석하지 않던 엄마였다. 그런데 그 두 명의 엄마에게도 비슷한 소리를 들었다. "애라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정말 야비하게 행동하는 애들이 있다니까요." 나는 또 불편해졌다. 이젠 이 엄마들과도 이야기 나누고 싶지 않다. 내가 예민해진 탓인지 한 계절에 한 번 정도의 느슨한 만남도 마음에 쓰인다. 부담스럽다. 오가다 우연히 만나면 웃으며 인사할 정도의 사이, 그 정도면 족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외롭지만 견딜만하다.
누군가 곁에 있어도 사라질 외로움이 아니다.
외로움은 되레 짙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