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잠버릇에 대한 단상

일곱 살 아이의 가을(2021.9-2021.11)

by 하이리


세상 희한한 아이의 수면 의식




아이는 잠이 없었다.


막 태어나 함께 보내지 못한 조리원 2주를 제외하고는 아이는 잠을 자지 못했다. 두 돌까지 매일매일 잠과의 싸움, 아이는 20여분 간의 짧은 낮잠에서 깨어나 보채기 일쑤였고, 밤잠은 새벽 네댓 시부터 자주 일어나 울었다. 아이를 재우기 위해 늘 아기띠를 맸고, 낮잠을 좀 더 재우기 위해 아이를 그대로 안고 있던 적도 많다. 아이가 자기 몸을 가누기 시작한 이후로는 자동차 카시트와 유모차 신세를 졌고, 18개월 무렵 낮잠 시간에 맞춘 유모차 산책, 비 오는 날이면 강제 드라이브를 나갔다.


아이는 잠버릇도 희한했다. 누워서 밤잠을 자기 시작하면서 아이는 내 팔꿈치를 만지며 잠들곤 했다. 처음에는 엄마의 긴 팔 옷 속에 자기 손을 욱여넣고는 손바닥 전체로 팔을 만지면서 잠들었다. 팔꿈치부터 팔목, 손가락 마디마디 관절까지, 아이는 그렇게 엄마 팔을 샅샅이 매만지며 잠을 청했다. 아기다운 행동이라 볼 수도 있지만 실상 그렇게 낭만적인 건 아니었다.


아이는 자기 손가락이나 손톱 끝으로 내 피부를 꼭꼭 누르듯 만지곤 했다. 뾰족하게 튀어나온 관절 부분을 특히 좋아했는데, 팔꿈치 관절이나 손가락 관절이 그랬다. 그냥 주먹을 쥐는 것도 아니고, 엄지 손가락을 네 손가락 안에 넣게 한 뒤, 자신의 손끝으로 손가락 관절을 만졌다. 어떨 땐 손가락 대신 발바닥을 내 팔꿈치에 대고 누르기도 했다. 자기 입을 내 팔꿈치에 갖다 댄 적도 있다. 나는 아이의 독특한 수면 의식에 대부분 체념했고 때로는 짜증을 냈으며 가끔 저항했다. 역으로 내가 아이의 손가락 끝을 지압하듯 만진 적도 있지만 불행히도 아이는 그 감각은 싫어했다.


아이는 일곱 살이 된 지금도 여전히 엄마 팔꿈치를 만지며 잠든다. “나는 엄마 팔꿈치가 제일 좋아”라고 말하며 피곤할 때나 불안할 때나 잠을 청할 때나 아이는 내 팔꿈치를 자기 손 끝으로 힘주어 꾹꾹 누른다.


나는 여전히 이 감각이 불편하다. 오랜 시간을 거쳐 조금씩 잦아지는 아이의 잠버릇을 보면 그래도 끝이 있지는 않을까? 생각할 뿐이다. 그게 언제든 아이와 잠자리 분리는 해야 할 테니까.


아이와 함께 자면서 나에게도 버릇이 하나 생겼다. 나는 깊은 잠에 빠진 아이의 발에 내 손을 살포시 얹는다. 아이는 자면서도 가끔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고 나는 그 움직임에 한시도 멈추지 않는 아이의 생명을 느낀다. 아이가 입을 오물오물거리면, 입 속의 작은 침방울이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검고 깊은 밤, 방 안을 채운 아이의 숨소리가 나를 감싼다. 나는 안도한다.


부모나 자식을 흔히 피붙이라 말한다. 핏줄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피붙이라는 말보다는 살붙이에 더 가깝다. 서로의 살을 맞대고 자는 사이. 우리 둘에게 주어진 고요의 시간.




나의 최애도 아이의 발가락이니까,
나도 할 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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