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아이의 가을(2021.9-2021.11)
함께 하게 힘든 일 하나
너와 나란히 걷기
아이와 하기 힘든 일 중 하나가 아이와 나란히 걷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 가는데 아이는 자꾸 옆으로 간다. 여기 분수는 왜 켜 놓은 거야? 저기 계단은 왜 막아 놓은 거야? 한걸음 뒤쳐져 걷던 아이가 다시 한 걸음, 또 한걸음 뒤쳐진다. 센터에 가는 길, 나는 조바심에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아이는 저만치 떨어져서 세상 온갖 것들을 살핀다. 뜨거운 여름,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몸을 힘없이 흐느적거리면서, 때로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인 채 휘적거리면서.
아이에게 다가가 손을 꽉 잡는다. 잠시 내 손을 따르듯 하지만 이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엄마, 저기 반짝반짝 불빛이 보여?” 내 눈에는 점 하나로 보이는, 간판 끄트머리에 매달린 라이트 하나를 아이는 기어코 손짓으로 가리킨다. 나는 아이의 손을 놓는다.
나는 잔소리 대신 아이보다 앞서 걷다, 뒤돌아 아이를 기다리는 방법을 택했다. 너, 어서 안 올래? 지금 시간 늦었잖아. 그게 뭐가 재미있다고 그러니? 나는 네가 말하는 게 하나도 재미없어. 이런 말들은 아이의 짜증을 부르고, 결국 엄마의 화로 되돌아갈 것을 알기에 침묵한다. 아무리 말해도 고쳐지지 않을 땐, 그저 기다림이 나을 때도 많더라.
그런데도 가끔 속이 터진다. 열불이 올라온다. 특히 내 옆에서, 자신의 몸을 마구 치댄 채 힘없이 걷는 아이를 볼 때면 그동안 참았던 화가 부글부글 솟구친다. 엄마한테 치대지 말고 제발! 똑바로 좀 걸으라고! 그냥 힘주어 걸을 수 없니?
이런 이유로 늘 킥보드를 갖고 다닌다. 둥그란 바퀴에 자신의 몸을 의지할 수 있게. 조금 뒤처지더라도 재빨리 따라잡을 수 있게. 나는 아이의 킥보드를 따르고, 때로는 아이가 내 뒤를 따르며 우리는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 멀찍이 떨어져 있지만 우리가 함께 걷는 길이다.
같은 방향을 향해 걷는 거라면,
나란히 걷지 않아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