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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선생 Apr 02. 2022

학부모님, 국어 공부 잘하는 방법이요?

입시를 중점으로 국어 공부

입시를 중점으로 국어 공부     


전제를 입시로 깔고 시작하는 것은 본디 국어 교육은 입시 국어교육과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의 성적 지표를 올리는 것에 방점을 찍고 국어 공부를 논할 것이라는 점에서 경고를 하는 것이다.  사교육 선생의 경험으로 쉽게 정리하자면 다음 세 가지다.


어휘. 독해력. 성실함.     



어휘


“선생님, 이질적이 뭐예요?”

내가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아이들은 ‘이질’이라는 뜻을 모른다. 중학생? 심지어 고1도 가끔 묻는다. 고2가 물은 적도 있지만, 워낙 최하위권 학생이니 특이한 경우라 치자. 영어 공부를 하면서 단어 암기를 당연하게 여기면서 같은 언어 과목인데도 국어 어휘에 대해 신경을 쓰는 학부모, 학생을 보기는 어렵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휘 시험을 보게 하는데 반발하는 아이들을 종종 본다. 도대체 왜? 효과가 없다는 둥 시간이 없다는 둥 하는데 입시학원에서 단기간에 많은 어휘를 접하게 할 방법은 그것뿐이다.

원래 어휘 학습은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 좋다. 어른들 누구를 붙잡고 ‘추상적’ ‘개념’이런 단어를 물었을 때 사전적 정의를 바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는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묻는다. “쌤, 추상적 개념이 뭐예요?” 이러니 단기간에 어휘들을 욱여넣는 극약처방을 하는 것이다. 보통 독서량이 적고, TV를 봐도(요즘 대세는 유튜브지만) 예능 위주인 아이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과 표면적 대화만 하는 아이들(표면적도 아이들은 모른다.) 한자 교육을 안 받은 아이들(어쩔 수 없다 우리말엔 한자어가 상당히 많고, 내가 말하는 한자어는 아주 고급진 수준을 의미하는 바는 아니다. 비(非), 무(無) 정도는 알았으면 한다는 것이다.)이 어휘 수준이 낮다. 반대로 말하자면, 독서량이 많거나, 교양 프로나 뉴스 프로라도 많이 접하거나, 어른들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거나, 한자 급수 시험 본다고 초등학교 때 한자 공부를 한 아이들은 조금 괜찮더라는 것이다.

학교 때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다. 영단어 500개만 알아도 의사소통엔 문제가 없다. 미국에서 교육받지 못한 하위 계층들은 500 단어만으로도 의사소통하고 잘 산다고 말이다. 다시 뒤집어 생각해보라. 국어 어휘도 기초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최소의 단어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중 고교 교과서는 고등 교육을 위해 존재한다. 어휘의 양이 얼마나 방대할지 상상이 되는가? 영어 독해 한 문단을 하기 위해서 단어 백 개를 백 번 써가며 외우면서, 그저 단어의 뜻만 이해하면 되는(세종대왕께서 얼마나 훌륭히 소리와 문자의 일치성을 높여 논 한글 아닌가) 국어 어휘 학습하는 것은 왜 무시하는가?     


독해력


한글 덕에 문맹률이 낮다 보니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글자를 읽을 줄 아니 글도 읽을 줄 안다는 것이다. 요즘은 다행히 이 부분에 대해 경각심을 가진 학부모도 많이 본다. 학생 중 하나가 영어 독해를 하며 해석해 둔 한글 지문 자체를 이해를 못 해서 애를 먹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슬프게도 그 학생은 국어 학습도 애를 먹는 아이다. 독해력이 부족해서 문장마다 의미 해석을 추가적으로 요구한다. 때로는 수학에서 질문이 길어지면 파악을 못한다.

고등학생이 이러면 사실 국어 선생인 나도 빠른 해결책이 없다. 최악의 경우 주어 서술어 찾기라도 해줘야 할 판이 된다. (정말 주어가 뭔지 구분을 못할 때도 있다.) 독해력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그러니 댁의 자녀가 고등학생인데 모의고사 5등급 이하의 국어 하위권 학생이라면, 스스로를 반성하시라. 양육자의 탓을 안 할 수가 없다. 아이가 그 지경으로 독해력을 상실할 동안 국어 교육을 안 하고 뭘 하셨는가! 양육자의 탓을 해서 대단히 죄송하다. 독해력 문제는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부분이 아님을 강조하고자 했을 뿐이다. 그 아이를 교육해 온 무수히 많은 어른들의 탓을 따지고 싶어 지는 순간이 독해력 문제가 심각할 때라서 그런다. 개선은 분명히 가능하다. 아이의 수준에 맞는 독서활동을 시작으로 매일 꾸준히 독서를 하며 수준을 끌어올리면 된다. 단지... 고등학생은 그럴 시간이 없고 그래서 결국 무너진다. 슬프게도 말이다. 기본적으로 중등교육과정까지는 어렵지 않은 수준의 글들이다. 따라서 이 과정의 글들(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모든 글)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독해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니 추가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가정에서 아이의 독해력을 사교육 없이 올리는 방법은 아주 쉽다. 모든 국어 교육자들이 정석처럼 하는 이야기. 아니 모든 교육자들이 외치는 소리. “독서”다. 중등교육까지 심지어 고3까지 사교육 없이 국어 학습을 원만히 해왔던 학생을 지도한 적이 있다. 고3 단기간 문제 푸는 요령과 문법 보충 학습만으로 등급을 바로 올리고 대입에 성공했다. 그 친구는 수능특강에 나오는 작품 절반 이상의 내용을 이미 알았다. 필독서로 꼽히는 어지간한 현대소설은 다 읽었다고 했다. 책을 많이 읽던 아이란다. 독해력이 낮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 아이는 어려서 책 많이 읽었어요!!”

라고 하시는 분들도 가끔 본다. 독서를 했음에도 독해력이 없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글자만 읽고 있으니 그렇다. 아이 수준에 맞는 글을 읽게 하고 내용을 되물어 확인해야 한다. 하다 못해 내용(줄거리)을 설명해 달라고만 해 봐도 된다. 영화, 드라마를 보고 인물의 감정, 입장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시라. 문학 작품을 이해하는 수준이 달라진다. (나는 고3 때까지 월~목 드라마를 한 회도 놓친 적이 없는 드라마 광이었는데 심지어 사극 덕후였다. 거기다 일이 바빠 엄마가 보지 못한 드라마 회차가 있다면 요약해서 설명해주는 것을 초등학교 때부터 했다.)

춘향전은 조선 시대 최고의 로맨스 드라마고, 흥부전은 주말 가족 드라마의 전형 아닌가. 심지어 고등 모의고사 지문엔 ‘대장금’, ‘뿌리 깊은 나무’ 드라마 대본도 나온다.(당신이 즐겁게 감동적으로 봤던 드라마와 영화가 모의고사 지문이다.) 세상엔 널린 것이 국어 교재다.     


성실함


너무 뻔해서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모든 입시 공부는 성실함의 결과이다. 중학교부터 고3까지 함께 보낸 두 학생이 있었다. A는 중학교 시절 뛰어난 언어 능력을 보였다. 국어과 영어과 모두 우수한 성적이었고, 뛰어난 이해력 덕분에 고등학교 진학 후에도 문학 작품 이해와 분석은 누구보다 뛰어났다. 반면 B는 중등 시절 어휘 시험을 가장 못 보던 아이였다. 과거 자료에서 아이의 점수를 보고 그땐 그랬지 했다. 문학 작품도 이해하는데 부족함이 많아서 차라리 문법 시험만 보고 싶다고 징징거렸다. 소설 속 인물의 감정을 빨리 이해하지 못했고, 극장에서 친구들이 울며 나오는 영화도 덤덤히 봤다.(감수성이 메말랐다고 친구들이 놀렸다.) 그러나 A는 본인의 능력을 믿고 성실하지 못했고, B는 부족한 능력을 성실도로 꽉꽉 채웠다. 국어 내신은 정해진 작품들 안에서 나온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 전부 외우기라도 하는 정성을 쏟으니 성적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물론 최상위권에 도달하지는 못 했지만 바닥으로 굴러 떨어진 적도 없다. 꾸준히 많이 읽으니 비문학 독해는 수월해졌다. 타고난 감수성의 차이는 극복 못했을지언정 실용서를 읽는 것에는 지장이 없다면 괜찮지 않은가. 예술가는 못 되어도 사회인으로 사는 것에는 문제가 없으니 말이다. 입시 결과는... B가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 국어 과목에 성실한 아이가 다른 과목에서 불성실할 리가 없고 따라서 결과가 나쁠 수 없었다. 모든 입시가 끝나고 학원에 놀러 온 아이에게 후배들에게 해줄 조언을 물었더니 아이가 농담처럼 웃으며 말했다. “안되면 주인공 감정까지 외워버려.” 단언컨대 아이는 자신이 배운 모든 작품을 외웠다.

반면 A는 수시에 넣을 성적부터가 B와 격차가 벌어졌다. 자신의 분석력만 믿고 노력을 게을리하다 보니 성적은 널을 뛰었다. 고교별로 차이가 지기는 하지만, 고교 내신에서 국어과는 등급 경쟁이 치열하다. 중위 레벨만 되는 학교도 1~3등급의 경쟁이 어마어마하다. 1점이 아니라 0.5점으로 인해 등급이 차이가 나는 비극이 일어난다. 때문에 성실하지 못한 A는 능력은 있어도 등급이 상위권을 차지하기는 어려웠다. 시험이 쉬우면 만점이 나오지 못해서 등급에서 밀렸고, 시험이 너무 어려우면 꼬여있는 말로 함정에 빠지거나 충분한 연습이 필요한 문법에서 크게 피를 봤다. A는 내심 수능도 기대하고 있었다. 사실상 고교 3년 내내 A의 국어 모의고사 등급은 나쁘지 않았다. B는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는 등급을 A는 받았던 적이 있었고, 컨디션에 따라 고등급과 중등급을 오갔다. 그리고 수능은 슬프게도 A의 나쁜 컨디션일 때의 결과가 나왔다. 사실상 나는 이미 예견하고 있던 일이었다. 수능을 가까이 두고 반복적으로 훈련하고 연습을 해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A는 본인의 독해력을 믿고 연습을 게을리했다. 애석하게도 수능 비문학은 얼마나 연습을 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아예 기본기가 없는 학생 논외로 하면, 연습을 더 많이 해서 더 빠른 시간에 더 정확하게 풀어내는 학생이 이긴다. 그러니 A의 결과는 예견되어 있었다.


입시 강사가 너무 흔한 소리만 한 것 같지만, 가장 기본적인 공부법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내가 학생일 때에도 초임 강사일 때나 지금이나 공부에는 늘 정석이 있다. 큰 기대를 걸고 읽기 시작했을 분들에게 실망을 드린 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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