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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선생 Nov 15. 2021

선생님이 미워하는 것

게임, 유튜브, 개인방송 등 아이들을 공부와 멀어지게 하는 것들.


"저 BJ 될 건데요?"


아프리카 TV가 막 유명해지던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C군은 수업에 전혀 집중하지 못했다. 이미 학교 성적이 반토막이 날 대로 나서 우리 학원에 끌려와 놓고도 공부엔 뜻이 없었다. 아버지의 속만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중이었다. 아이를 신신당부한 아버지의 바람과는 다르게 C는 당당하게 자신은 BJ이가 될 거라면서 얼마 전부터 게임방송도 시작했다고 했다. 개인방송을 하는 BJ들이 돈을 많이 번다면서 말이다. 솔직한 꼰대 마인드로 당시엔 직업이라고 생각도 되지 않았던 것이라 아이의 그 허무맹랑한 소리가 어이가 없었다.


C는 방송과 함께 거칠어졌었다. C의 아버지는 그런 아들의 변한 모습에 적지 않게 충격을 받으셨었다. 짓궂은 아이이긴 했어도 그렇게 문제가 되는 아이는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C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말투도 거칠어졌다. 제법 공부도 하던 학생이었는데, 자기 채널을 만들고 20여 명의 친구들이 보는 그 방송을 하면서 공부와는 완전한 작별을 고했다. 당시 같은 반 친구들은 C의 방송에 대하여 게임도 못하고 재미도 없다고 평했지만... BJ이가 되겠다고 외쳤던 C군은 결국 일 년 뒤에 학원을 그만두었다. 이후 C소식이 끊어져서 진짜 BJ이가 되고 게임방송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에 아버지와 극심한 갈등을 겪던 C가 부디 아버지와의 관계만은 망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한동안 아이들 입에서 도는 유행어가 특정 BJ의 유행어였던 시기가 있었다. 그 방송을 보는 아이가 아니어도 아이들이 쓰니 덩달아 따라 쓰기도 했다. 나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다른 어른들에 비하면 덜 걱정한 편이었다. 유행어는 말 그대로 유행이 지나면 사라지고 마는 말이니까 말이다. 서너 달이 지나면 아이들은 다른 유행어를 따라 하기 시작하고 새로운 유행어는 또 몇 달 뒤에 사라지기 마련이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단속을 하는 것은 유행어보다는 항상 욕설이었다. 그런데 이 욕들이 보통은 게임을 하면서 심하게 사용했다. 어느 날 복도를 지나다가 초등부 교실 쪽에서 육두문자가 날아다녀서 놀라서 강의실로 뛰어 들어갔더니,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열심히 친구들을 쏴 죽이고 있었다. '베그'가 아이들 사이에서 핫하게 떠오르던 시기의 일이었다.(후에 알았지만 초등학생이 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었다.) 쉬는 시간에 남학생들이 쥐 죽은 듯 조용해서 들여다보면 모두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다. 게임을 하나 싶어서 보면 손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은 게임을 하는 대신에 게임 방송을 즐겨본다. 문제는 그 방송에서 오가는 말들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래도 그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아무렇게나 남발하지는 않는다. 최소한 저희들끼리 놀 때만 쓴다. 그러나 가끔 한 명 정도는 수업 시간에 그것도 내 앞에서 반복해서 그런 말을 쓴다. 욕설이거나 비속어면 혼이라도 내겠는데, 괴상한 유행어를 반복적으로 따라 하는 아이들은 정말 한숨만 나온다. 심지어 그 말을 쓰는 아이가 정말 악의는 하나도 없이 재미있으라고 그걸 쓰고 있으면 그냥 기운만 빠진다. 같은 반 아이들마저 재미없어하는데 포기하지 않고 사용하면 더더욱 말이다. 그 사용이 심각해지면 아이들이 오히려 그 학생을 은근히 피하거나 무시하는 지경에 이르는데, 정작 당사자는 눈치도 못 챈다.


나도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내 일가 중엔 업계 종사자도 있다. 그러니 게임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개인 방송은 접할 일이 없었지만, 유튜브가 대세가 된 뒤로는 나도 유튜브를 즐겨본다. 친한 친구가 영상 편집일도 해서 좋은 영상도 많이 본다. 재미있는 영상도 많고, 유익한 정보도 많고,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볼 수도 있고 전 세계의 사람들과 만나는 기분도 든다. 때문에 나쁘다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알고리즘'은 걱정이 된다.


사실 진짜 문제는 정제되지 않은 개인 방송들을 아이들이 중독자처럼 접한다는 것이다. EBS에서 아이들의 심각해진 어휘력에 관해 나왔던 적이 있는데, 거기서 지적한 부분이 아이들이 접하는 매체의 문제였다. (국어 선생이 느끼는 요즘 아이들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어휘력 저하다.) 요즘 아이들이 많이 접하는 매체는 개인 방송, 게임 방송, 유튜브다. TV 방송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정제되지 않은 말들을 보고 듣는다. 단순한 유행어를 앵무새처럼 따라 하면서 타인과 어떻게 대화를 나눠야 하는지조차 배우지 못하는 것을 본다. 그때마다 정말이지 이 모든 것들을 세상에서 지워버리고 싶다.


최근 내 조카들에게서도 이런 문제가 터져서 정말이지 속이 상한다. 밤늦도록 유튜브를 보느라 잠을 부족해서 낮에 꾸벅꾸벅 졸고, 게임에 빠져서 식사 때를 놓치거나 자신이 해야 할 최소한의 일들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무슨 방송을 본 것인지, 게임에서 누구와 대화를 나눈 것인지 '공부 따위 필요 없어'를 외치기까지 한다.


시간이 지나서 유튜브가 대세가 되고, 개인방송을 하는 사람들이 고액 수입자로 방송에까지 언급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세상은 변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과 새로운 직업들이 생긴다. 진짜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 그런 시대의 흐름도 인정하고 직시하고자 노력하려고 한다. 그러나 공부는 대학만을 위해서 있는 것도 아니고 입시만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 '교양', '기본 소양'이라는 것들이 있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 착용을 전 세계가 강조할 때, 한국인인 우리 모두는 소위 선진국에서 들불처럼 번지던 마스크 거부자들을 보았다. 자유에 대한 가치관 차이도 있을 수 있지만, '질병'과 '보건'은 '과학'의 영역이며 우리는 대부분 그것을 '과학적'으로 '상식적'으로 받아들였다. 한국인은 고등교육의 수준이 높고, 그만큼 정보를 받아들이는 이해의 수준도 높다. 나는 그런 점들이 지금의 우리가 있게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교육 맹신자다. 입시가 아니어도 사람은 배워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고 교육이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그런 기초적 소양을 쌓아나가는 과정을 아이들이 저버리는 것을 어떻게 좋게 보겠는가. 그래서 나는 아이들을 현혹하여 공부를 멀리하게 만드는 그들이 나는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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