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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선생 Aug 15. 2021

수시 모집 준비하기


수시 모집 원서를 다시 쓸 수만 있다면 저는 반드시 그 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습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혼자 모든 것을 결정지어야 했기 때문에 인생에서 가장 마음이 아픈 순간이 바로 수시 원서를 썼던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3 아이들을 처음 지도하게 되었던 때, 그래서 다른 무엇보다 입시 상담에 열을 올리는 선생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결정을 하길 바라면서 말입니다. 지금도 혼자서 고민하고 있을 친구들을 위해 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1단계. 생활기록부 점검


'생기부'의 중요성을 모르는 친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자신의 상황을 점검하는 것이 1번이기 때문에 반드시 생활기록부를 체크해야 합니다.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3학년 1학기까지의 본인 성적입니다. 학년별 과목별 성적을 확인합니다. (최근 고등학교에선 과목별 반영 비율을 고려한 성적표를 떼어 주시기도 합니다. )상위권 대학일수록 반영하는 과목이 많고, 하위권일수록 적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생기부에서 다음으로 확인할 것은 자신이 학생부 종합전형에 적합 한가입니다. 만일 지금까지 입시에 대하여 관심이 없었거나 '생기부 관리'와 거리가 있었던 학생이라면 종합전형에 지원할만한 생기부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요즘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은 이 지점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더군요. 현실적으로 자사고 학생들의 생활기록부가 잘 채워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본인이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지만 1학년부터 신경 써서 항목을 채웠고 교내 활동에 적극적이었다면 종합전형을 지원해 보실 수 있습니다.(특히 최근 바뀐 입시 전형으로 인하여 자사고가 아니어도 꼭 불리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경험상 이렇게 잘 채워진 친구들이 내신 성적도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일반고에서 높은 내신 성적을 가지고 있다면 교과전형이 더 확실하다고 할 수는 있습니다.


2단계. 대학이냐 학과냐.


원서 상담을 할 때 친구들에게 반드시 묻는 것이 있습니다. 특정 학과에 반드시 가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대학 간판이 중요한 것인지 말입니다.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 판단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가치관과 목표가 다른 것이니까요. 


- 대학이 더 중요한 경우

학과는 관계없이 '인 서울 4년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라면 본인이 생각하기에 조금 만만하다(?) 싶은 대학교를 검색해 보길 바랍니다. 만일 자신이 알고 있는 대학이 별로 없다면 다음에서 '대학교'를 검색해 보길 권합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조건의 대학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학과가 더 중요한 경우

특정 학과가 유명한 학교들이 있습니다. 때문에 학과를 명확하게 정한 친구들이라면 그 학과가 어느 대학이 가장 높다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 대학교를 기준으로 먼저 확인해 보고, 나머지는 역시나 검색의 힘을 빌려 학교들을 확인해 봅니다. 


3단계. 입학처 정보 확인


모든 대학들은 홈페이지에 입학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입학 상담 관련 페이지에 들어가서 잘 찾아보면 전년도의 경쟁률이나 전년도 합격자의 평균 점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3 친구들이 이 점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료를 상세하게 공개하는 학교의 경우 최저점으로 합격한 학생의 점수를 알려주기도 하고, 합격자들의 점수 분포도를 그려 놓은 대학도 있습니다. 이때 확인해 볼 것은 1차적으로 '학생부 교과전형'의 점수입니다. 대학마다 수시 전형의 명칭이 다르기는 하지만 '교과 성적', '교과 100' 등의 표현이 같이 언급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확인하기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만일 전형이름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모르겠다면, 입학처 홈페이지에 있는 수시 모집 요강을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4단계. 학교 목록 만들기


합격자 평균 점수를 기준으로 본인의 점수가 평균점보다 높거나 살짝 낮은 정도의 학교와 학과를 골라 목록을 만듭니다. 이때 한 가지 현실적인 제안을 하자면, 본인이 목표로 하는 대학의 목표 학과가 본인의 점수보다 높다면 본인이 갈 수 있는 성적의 학과로 우회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전과를 불허하는 입학 전형이 아니라면, 혹은 본인이 지망하는 학과가 의예과 같은 특수한 몇 학과가 아니라면 '전과'(2학년 때 학과를 옮기는 것으로 1학년 기본 성적은 돼야 합니다.)의 방법을 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영어 선생님의 경우 2학년 때 영문과로 전과를 하신 분이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방법을 택하기도 합니다. 참고로 저는 복수전공(전공을 두 개 하는 것)을 했습니다. 주변에 부전공(복수 전공만큼의 수업량은 아니고, 절반 정도만 수업을 드는 것입니다.), 연계전공(여러 학과를 연결한 전공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졸업 시 관련 학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연계 전공은 반드시 각 학교의 학과 소개를 확인하셔야 합니다.)을 한 친구도 있죠. 우회로를 생각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니 참고하세요.


5단계. 성적 계산하기, 전형 고르기


학교 목록을 어느 정도 작성했다면, 이제 좀 더 구체적인 계산을 해야 합니다. 학교별로 모집 요강을 확인하여 반영되는 점수를 체크하고, 본인 성적으로 실제 가능한 점수가 될 것인가 계산을 해야 합니다. 많은 대학들이 점수 계산을 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서 운영 중이며 내신등급 계산기 어플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제 조금 더 가능성이 높은 학과와 그렇지 않은 학과들의 윤곽이 잡힐 것입니다. 이제 그럼 선택을 해야겠죠? 

교과 전형의 점수가 조금 아쉽다면, 각 학교에서 진행하는 다른 모집 전형들을 살펴봐야 합니다. 학생부 종합 전형이 아니어도 면접이나 논술을 반영하는 전형이 있고, 수능 최저점이 반영이 되어 보완하는 대학들도 있습니다. 사실 이 과정이 가장 어렵습니다. 가능하다면 이때 상담은 되도록 많은 어른들과 하시길 바랍니다. 기본적으로 학교 담임 선생님과 진로 담당 선생님의 조언을 구하고, 그 내용들을 바탕으로 여러분의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그러나 사실 이 글을 검색해서 읽고 있을 친구라면 가정의 보호자분께 좋은 피드백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죠. 저 역시 그랬고, 저희 학생들 중에 대다수도 가정에서의 조언을 구하기는 어렵습니다. 입시 전형은 너무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입니다. 


제가 드리는 조언은

1. 교과전형 평균 점수를 기준으로 자신의 근사치에 포함되는 곳을 택하기

2. 면접, 논술, 수능 최저 중 본인이 자신 있는 것을 택하기

면접고사 : 입학처에서 면접 질문을 공개한 것이 있다면 미리 확인을 해보시고, 만일 자료가 없다면 입시 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후기글을 검색해 질문을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예상 질문 목록을 만들고 그에 대한 답을 작성하고 미리 연습을 충분히 한다면 어렵지 않습니다. 단, 예상 답변을 작성한 글을 반드시 선생님들께 검토를 요청하세요.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여러분의 답변을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논술 : 각 대학 홈페이지에 논술 기출문제와 모범 답안이 올라 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리 논술의 경우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없고, 인문 사회의 경우에는 평소 본인의 국어 실력이 나쁘지 않다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기출문제들을 충분히 검토 후에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기출문제를 혼자서 풀이해 쓸 수 없다면 이 전형은 다시 고려해 볼 필요가 있겠죠? 만일 본인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으로 논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면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당연히 입시 논술을 전문으로 하는 사교육업체도 많습니다.)

수능 최저 : 모의고사 기준으로 흔들림 없이 나오는 교과목이 있어야 합니다. 최저 기준이 2과목 합 6등급이라고 한다면, 확실하게 2등급이 나오는 과목이 하나쯤 있는 것을 권합니다. 실제 수능은 여러분의 모의고사 성적보다 낮게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재수생들과의 경쟁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니 더욱 주의 바랍니다.

3. 확실하게 붙을 수 있으면서(전년 기준 점수보다 본인이 확실히 우월한) 본인 기준으로 아쉽지 않을 정도의 대학은 반드시 원서 넣기

재수를 할 생각이 절대로 없고 본인의 수능 성적에 확신이 없다면 합격 가능선에 있는 대학에 반드시 지원하시길 권합니다. 단, 너무 심한 하향지원으로 입학 후에 후회를 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조바심이 난 나머지 부모님의 강권으로 심하게 하향지원을 했던 학생을 봤는데, 그동안의 노력이 너무 안타까워지는 순간이었죠. 이렇게 되면 본인도 만족을 못해서 대학 생활을 원활하게 하지 못합니다. 반대로 본인의 성적에 비해 너무 높은 꿈을 꾸고 있다면 이제는 정신을 차리고 가능한 점수에 있는 학교로 지원하는 것이 가족들을 위해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교과 성적 100으로 진행되는 전형을 제외하고 나머지 전형은 되도록 하나로 통일하고, 지원서를 같은 전형으로 모두 쏟아붓지는 않는 것을 권합니다. 면접도 준비하고 논술도 준비하고 수능 최저까지 맞추겠다... 이러면 결국 한 마리의 토끼도 못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수시 전형을 모두 논술고사로 진행하거나, 수능 최저로 진행하였다가 실패를 하는 경우도 꽤 봅니다. 교과 100 전형으로 안정적인 곳을 꼭 지원하세요. 

경쟁률은 굳이 비교해 보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전형 중에선 '교과 성적 + 수능 최저'가 '교과 100'전형보다는 경쟁이 낮은 편입니다. 문과의 경우 수학 성적 비율이 낮거나 미반영되는 학교나 학과가 경쟁이 높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나에게 쉬워 보인다는 것은 타인에게도 쉬워 보이는 법입니다.


6단계. 자기소개서 준비


본인이 지원하는 대학과 전형에 자기소개서가 필요하다면 조금 서둘러야 합니다. 길게 걸리는 친구들은 2주 이상 다른 것도 못하고 자기소개서만 작성하고 있게 됩니다. 시간을 들이고도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자주 봅니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에는 다시 여러분의 생기부를 살펴보고 질문에 맞는 근거가 되는 항목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에 들어가 그 학교의 소개 페이지를 확인하십시오. 각 학교별로 원하는 인재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을 고려하기 힘들다면 다음에 중점을 두는 것을 권합니다. "성실함", "배려심". 본인이 성실하게 해서 이루어낸 성과, 타인을 배려하였던 활동 내역을 떠올려서 정리하고 그것을 근거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 자기소개서 항목이 요구하는 바가 사실상 이 두 부분이기도 합니다. 최대한 부지런히 작성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한 번이라도 더 피드백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열성적인 고3 담임 선생님들이라고 해도 여러분 학급 모든 친구들의 자기소개서를 봐주시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저는 가능하면 담임 선생님 외에도 두 세분의 도움을 받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늘 아이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이건 그저 아주 작은 부분이고 이것으로 인해 네가 불합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물론 점수가 비슷한 상황에서 밀리는 가능성은 있을 수 있겠죠? 결국 중요한 건 언제나 성적입니다. 슬프게도...


7단계. 수능 포기하지 않기


수시 원서를 쓰고 나면 수능을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수시 준비를 하다 보니 수능과 멀어지는 경우도 많기도 하죠. '라테(나때) 타임'을 잠시 가지자면, 저는 내신 성적이 꽤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수시 원서를 잘 쓰지 못했고 모든 수시에서 실패를 맛봤습니다. 당시에는 수시의 비율이 그렇게 높지는 않았어도 원서를 쓰고 나니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리게 되었죠. 때문에 잘 못하던 영어과목은 거의 공부를 하지 않는 상황이 되었었죠. 당연히 수능 시험에서도 영어는 망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오로지 국어 과목 하나로 간신히 살고 있네요. ㅎㅎ) 물론 확실하게 수능을 포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모든 원서를 확실하게 붙을 대학에만 쓰는 것입니다. 6개 모두 하향 지원을 하거나, 원서 접수 제한이 없는 전문대학에 점수가 가능한 곳으로 다 지원하는 겁니다.


결국 선택은 여러분이 해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너무 겁먹지 말고 차분하게 인터넷을 검색해 보길 바랍니다. 각 대학의 공식 홈페이지만 잘 살펴보아도 원서를 쓰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수시 모집 전형은 수천 개가 넘어갑니다. 사실이죠. 그래서 겁이 나고 잘 모르고 막막할 것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전형은 교과 성적, 생활기록부, 면접, 논술, 수능 정도입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도 겁을 먹지도 않았으면 합니다. 


대부분의 고3 담임 선생님들은 여러분의 상담을 잘 받아 주실 겁니다만, 간혹 담임 선생님이 상담을 잘 안 해주시는 경우가 있죠. 제가 그런 경우에 속했던 사람이라서 잘 이해합니다. 그렇다면 학교의 다른 선생님들께 조언을 구해야 합니다. 가만히 멈춰 있지 마세요. 각 대학의 입학처에서는 질의응답을 받아주는 페이지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알아보세요. 적극적으로 검색하고 물어보고 비교해 보시길 바랍니다. 


만일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학생이 아닌 학부모님이라면 곁에서 정리하는 일을 도와주십시오. 아이 혼자 이 정보들을 다 취합하고 정리하는 일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안타깝지만 현재의 입시제도 안에서 아이 혼자 준비 하기에는 일이 많습니다. 곁에서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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