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를 내가 처음 본 것이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6년 사이 아이가 쑥쑥 자라서 제 힘으로 번 돈으로 커피를 사 오다니... 자식의 첫 월급을 본 부모의 뿌듯함. 그런 비슷한 마음으로 아이가 사 온 아메리카노를 달게 마셨다. 운동 갈 시간이라며 인사를 하고 K가 떠난 뒤 나는 그 달달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생각했다. 오랜 시간 함께한 정도 있기는 하겠지만, 녀석이 이렇게 여러 번 찾아오며 인사를 하는 그 마음은 무엇일까? 아이의 속 마음은 어떤지 몰라도 나는 그게 내심 마음이 통했기 때문이길 바란다. K는 한때 학업 스트레스로 부모님과 크게 갈등을 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K는 많이 힘들어 보였다. 힘들어하던 K는 나와 함께 고등학교 3년을 버텼다. 중간중간 국어 성적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내가 더 조바심이 나서 안절부절이었는데, 그건 K가 부족한 친구가 아니라 영민한 아이였기 때문이었다. 혹여 내가 이 아이의 능력을 다 끌어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함을 안고 매 수업에 임했었다. K가 힘들어할 때 나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했던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아이의 표현이 적었기 때문이었는데, 고등학교 3학년 수시 원서 접수를 하던 그날까지 나는 늘 K의 마음을 읽으려고 애썼다. 내 진심이 아이에게 닿고 있는 건지 늘 걱정하면서, 열심히 했던 K의 노력에 비해 결과가 나쁘면 전부 내 탓 같아서 미안해했다. 그러면서 다음을 또 다음을 응원하고, K가 원서를 쓰고 최종 결정이 될 때까지 노심초사했었다. 어머님 말씀으로는 그래도 K가 나는 좋아라 하고 잘 따른다고는 하셨는데, 학부모님이 하시는 공치사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대학생이 된 모습으로 밝게 웃으며 인사를 오고, 스승의 날이라고 쿠키를 사다가 놓고, 첫 아르바이트로 번 돈이라며 커피를 사들고 온다. 한창 친구들과 놀기도 바쁠 아이가 아무리 잠깐 짬을 내어서라고는 해도... K의 마음이 너무 예쁘고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