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할머니처럼 살림을 해보자

초보주부 삶의 추구미

by 프렌치장금이

요즘시대에 살림이라는 분야는 평가절하 되어있다. 사람들은 '살림은 곧 대가 없는 노동'이라 말한다. 몸은 힘들어 죽겠는데 떨어지는 콩고물도 없고, 그렇다고 어디다 내놓을 결과물이 뚝딱하고 나오지도 않는다. 깨끗하게 청소해 놓은 집은 30분이면 금방 어지럽히지기 일쑤다.


특히 요즘엔 많은 사람들이 최대한 살림에 대한 부담을 덜고자 노력한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건조기 등은 살림할 시간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며 시장에 나왔다. 하지만 이런 과학기술이 우리 가정에 들어오고 난 뒤에도 살림에 대한 귀찮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프랑스의 살림 생활에서 과학기술은 기대도 안한다. 세탁기 배수관이 분리되어 빨래를 할 때마다 물을 양동이로 퍼냈고, 청소기가 없어서 매일 아침 빗자루 질을 한다. 하루에 세끼를 챙겨 먹으면서 나오는 설거지 거리는 고작 세숫대야만 한 싱크대에서 뽀득뽀득 닦아야 한다.


이제야 살림을 시작하는 나에게 오히려 이 모든 불편함과 귀찮음 들은 곧 살림에 대한 애정이 되었다. 나름 노하우도 생겨가며 나아지는 살림살이를 보면 점점 프랑스에 적응해가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에 가면 더 나은 여건에서 살림을 할 수 있겠지만, 유럽 할머니처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생활이 좋다.



'유럽 할머니'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머릿속에 따뜻함과 정성이 함께 떠오른다. 유일무이한 레시피로 직접 구운 따끈한 쿠키, 시간을 들여서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 느리게 살아가는 삶의 리듬들이 하나로 모여 축적된 삶이 그려진다.


급하지 않고 시간을 들여가며 살아가는 일상은 억지로 여유로움을 찾지 않아도 되는 또 다른 여유를 만들어 준다. 뜨개질, 요리, 베이킹과 같이 무언가 만드는 일상은 조물조물 두 손으로 직접 삶을 창조한다. 수 십 년간 계절마다 반복되는 레시피와 오래 쓴 그릇들은 함께 어우러져 사는 감각을 길러주고, 백 마디 말보다 직접 정성스레 만든 쿠키를 내어주는 표현은 타인을 돌보는 따뜻한 방식을 알려준다.


이렇게 느리고 따뜻한 인생을 조물조물 만들어가고 싶다.



빠르고, 편리하고, 간편함이 만든 몸이 편한 여유 속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좋지만, 시간이 들고 손길이 많이 가는 데서 오는 불편함도 기꺼이 배워야 한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살림의 귀찮음을 오히려 사랑해 보자. 너나 할 것 없이 쓰레기를 버리고,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는 모든 게 곧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고 가정을 돌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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