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막눈으로 프랑스에서 장보기
낯선 땅 프랑스로 출국하기 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프랑스어도 하세요?'였다. 질문을 들으면 꽤나 난감했다. 통역장교로 복무했으니 다양한 언어에 능통하게 보였을 수도 있겠다. 불행하게도 나는 언어에는 재능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3배로 노력해도 겨우 쫓아갈 정도라 6배를 공부해야 했다.
제2 외국어를 배운 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지 아랍어를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나는 프랑스어를 감히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솔직히 배울 필요성이 크게 안 와닿았다. 어느 정도 다 영어로 소통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출국하기 전 시간 대부분을 놀고먹는데 쏟았다. 여유만만하던 나의 오만함과 안일함을 프랑스에 도착한 지 이틀 만에 후회로 바뀌었다.
파리에 도착하고 첫 주차 남편이 학교에 간 날, 나는 장을 보러 호기롭게 혼자 집을 나섰다. 유심을 개통하기 전이라 미리 집에서 지도를 꼼꼼하게 보고 지폐도 꼼꼼하게 챙겼다. 준비완료.
큰길로 나가서.. 빵집에서 왼쪽으로 쭉 가다 보면.. 케밥집 앞...
왕년에 독도법을 좀 해봤다고 마트를 찾아가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마트에 도착한 이후부터였다. 마트에 들어서자마자 처음 보는 신선한 야채들이 즐비해있었다. 평소 요리영상을 즐겨보는 나로서는 천국이 따로 없었다. 홀린 듯 구경하다가 저녁거리를 사려고 정신 차렸다.
모양과 가격이 정해져 있는 바나나, 방울토마토를 사는 것은 그래도 어렵지 않았다. 무게단위로 파는 야채들부터 난이도가 상승했다. 저울은 어디에 있지? 뭘 눌러야 하는 거지? 그림만 따라 누르면 되나? 식은땀이 줄줄 났다.
사고 싶은 바질을 찾느라 30분 넘게 기웃거렸다. 바질은 그래도 영어랑 비슷할 텐데 아무리 단어를 찾아도 안보였다. 직원에게 물어봐도 내 부족한 영어실력 탓인지, 아프리카 억양을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건지 소통이 안되었다. 유심을 개통하기 전이라 번역기는 시도조차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한참을 끙끙거리다 바질이랑 비슷하게 생긴 게 눈에 들어왔다. 눈 질끈 감고 제발 바질이여라! 하는 심정으로 사 왔다. 시금치였다.
바질 대신 시금치를 넣어서 페타치즈파스타를 만들었다.
치즈향이 더 진하게 느껴져서 오히려 좋았지만... 다음엔 바질을 기필코 사리라 다짐하였다.
한국에서는 너무 많이 해서 하기 귀찮은 장보기가 프랑스에서는 도전이자 고비가 되어버렸다.
프랑스어 못하는 이방인.. 과연 잘 지낼 수 있을까?